미국 요가 선생의 따뜻한 이야기
(6) 개와 함께 하는 나의 요가 개인 레슨 이야기
요가도 개인 레슨을 받나요? 개인 레슨이 어떤 혜택을 주는 거죠? 어떤 사람들이 Lida에게 개인 레슨을 받나요?
내 명함 앞면에 "Group lesson and Private lesson"이라고 쓰여 있는 걸 보고 여기 시애틀에 사는 한국인들은 요가 개인 레슨이 매우 생소하게 느껴지는지 혹은 요가 개인 레슨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선지 아주 의아한 얼굴로 질문을 한다. 그러나 미국인들에게 요가 개인 레슨은 매우 일반화되어 있고 마치 카이로 프락틱 의사(Chiropractic doctor)나 물리치료사(Psysical Therapist)를 만나 개인 치료를 받듯이 자신의 몸과 맘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요가 개인지도 선생을 찾는다.
나는 현재 두 명에게 개인 레슨을 하고 있는데 한 명은 마이크로 소프트사에 다니는 아주 직책 높은 70살의 남자이고, 다른 한 명은 폴란드 여자로 40대 후반의 투자회사 사장이다. 두 사람은 돈이 매우 많고, 바빠서 요가원에 갈 시간이 없으며, 요가를 하고자 하는 목표가 분명하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서로 아주 다른 몸의 상태와 얻고자 하는 고울(Goal)이 다르다.
남자 학생 데이비드(David)를 처음 만났을 때, 키가 180이 넘고 몸무게가 100kg가 훨씬 넘어 뵈는 거대한 체구에 한 발을 절름거리면서 나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고 육안으로 봐도 상당히 심각한 상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데이비드는 수 십 년 동안 하루 10시간 이상을 컴퓨터에 앉아 일한 덕에 높은 직책에 올라가고 연봉도 거액을 받지만 또한 스트레스도 엄청 받고 있어서 전혀 행복해 보이지가 않았으며 온 몸이 성한 곳이 없었다. 여러 병원을 정기적으로 다니고 있었다. 데이비드와 첫 면담을 통해 병원 치료를 계속하면서 일단 엉덩이와 골반에서 오는 통증을 줄이고, 다리 저는 것을 해결하는 것에 우선 점을 두면서 마음의 안정을 위해 호흡운동과 명상을 병행해가면서 추이를 지켜보자 했다.
데이비드가 허리 통증이 없어지고 몸이 많이 유연해져서 Janu Sirsasana 를 할 수 있게 된 날 기념으로 사진을 찍었다. 투자회사(Investment company)의 사장인 홀란타(Holanta)는 자신감이 넘치는 싱글(Single) 여성으로 큰 키에 날씬한 몸매를 가진 커리어 우먼이다. 자신의 요가 개인 레슨을 위해 두 사람의 선생을 선택했고, 각각의 수업을 통해 요가 선생의 자격을 테스트하고자 했다. 다른 요가 선생이 이미 첫 번째로 시험을 치렀고 내가 두 번째 순서였다. 내가 그녀의 회사로 찾아가 수업을 진행하려 했을 때 그녀는 자신의 직원들을 모두 요가 수업에 참여케 하여 나를 시험하였다. 수업에 참여한 그녀의 직원들은 모두 남자였고 나이는 20대부터 70대까지 섞여 있었다. 그들의 몸 상태도 모르고 심하게 나이 차도 나서 어려운 수업이었지만 일단 수업을 진행하면서 그들을 지켜보기로 했다. 홀란타가 아주 능숙하고 정확하게 모든 포즈를 소화해내는 걸로 봐서 오래된, 숙련된 요가 수련자임을 알 수 있었다. 일단 이 상황에서는 홀란타가 결정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직원들을 신경 쓰기보다는 우선 그녀를 만족시키는 것이 내가 선택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판단되어 그녀의 약한 부분인 Core Strength(복근 강화)에 좀 더 시간을 할애하였다. 그녀를 비롯 모든 직원들이 땀을 흘릴 정도로 1 시간 동안 열심히 수련을 하였다. 조용한 음악과 함께 사바사나를 마친 후 그녀가 매우 만족스러운 얼굴로 일어나 "다음 주에 보자"면서 나를 허그(Hug)하였다. 야호!! 그녀가 나를 선택하였던 것이다. 그렇게 하여 지금까지 1년 가까이 그녀의 요가 개인지도 선생으로 일하고 있다. 그녀는 몸의 유연성과 스트렝쓰(Strength)를 키우기를 원했고, 에너지 넘치는 빈야사 플로루 (Vinyasa flow movement)와 아사나의 고급 기술을 익히고자 하는 수업 목표를 세웠다.
비둘기 자세를 취하고 있는 홀란타두 사람 모두 자신이 가야 할 목표가 뚜렷하여 별 일이 없는 한 수업에 빠지지 않고 아주 열심히 수련을 하고 있다. 데이비드는 이제 스탠딩 포워드 밴드(Standing forward bend, Uttanasana)에서 손이 발에 닿을 정도로 몸 전체가 많이 유연해졌다. 또한 요추를 스트레치하고 엉덩이와 골반 옆 근육을 강화시킴으로써 다리도 절지 않으며 호흡, 명상을 통해 스트레스를 줄이고 건강도 많이 되찾았다. 데이비드는 자신의 집에서 요가 레슨을 받는데 아내와 둘이 사는 큰집인데도 거실에 아내의 취미활동인 바느질과 뜨개질로 온갖 천과 뜨게용품으로 어질러져 있기 때문에 매번 천들을 대충 치우고서야 요가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 그러나 이 노부부는 서로를 지극히 존중해서인지 데이비드가 이 환경에서 한 번도 불편한 얼굴을 보이지 않고 요가 수련에 전념하는 것을 보면 아내의 취미를 존중하는 그의 사랑, 인내심과 너그러움에 경이로움을 느끼곤 한다. 내가 가끔 내 발 밑에 널브러져 있는 천 조각들을 치우노라면 데이비드는 집 청소하는 사람이 와서 치울 테니 내버려두라고 손을 살레 살레 흔든다. 우리가 즐겨 쓰고 있는 USB를 최초로 만들었다는 이 컴퓨터 거장에게 요가를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이 어떨 때는 너무 즐겁고 흥미롭기도 하다. 이게 미국 사는 재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의 몸이 조금씩 나아지면서 웃고 농담하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을 보면 요가 개인 레슨을 하기로 한 그의 선택에 찬사를 보내고 요가 선생으로서 보람을 느끼곤 한다.
반면 홀란타는 개를 너무너무 사랑해서 매일 회사에까지 개를 데리고 오는데 개의 이름은 섀도(Shadow)이다. 이 개의 조상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목장을 지켰다는데 엄청 빠르고 야생 동물들을 물리치기 위해 굉장히 공격적인 성격을 가졌다 한다. 홀란타는 이 야생의 성격을 가진 개를 매너를 좋게 하고 주인에게 충직한 개가 되게 하기 위해 비싼 돈을 들여 트레이닝을 시키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유기농 음식만 먹인다 했다. 나는 홀란타의 회사로 요가를 가르치러 가는데, 개인적으로 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어렸을 때 개에게 한 번 물린 경험이 있어서) 섀도가 나를 반긴다고 껑충껑충 뛰거나 달려들면 갑자기 몸이 얼어붙곤 한다.
그러나 수업이 시작되고 머지않아 내가 보살펴야 하는 학생은 홀란타가 아니라 섀도임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이 회사의 보스는 섀도였던 것이다. 홀란타는 요가 수업 중에도 끊임없이 섀도를 불러대며
Ohh, Sweetie!! I love you!! You are so cute! You are a good girl!!라고 부르며 끌어안고 뽀뽀를 해대며 한참을 뒹굴고 나서야 다시 수업으로 돌아오곤 한다. 그럴 때 내가 가만있으면 안 된다. 나도 "Ohh, Sweetie!! I love you!! you are a matured girl!! ( 성숙한 소녀로군!!) 등등의 오만가지 칭찬의 말을 섀도에게 쏟아부어야 한다. 처음엔 섀도가 무서워서 감히 가까이 가지 못했으나 어쩌겠는가..? 여기서는 섀도가 왕인걸... 나도 수업을 하다 말고 그녀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섀도의 목과 배를 만지며 크게 웃어줌으로써 내가 얼마나 섀도를 좋아하는지 애정을 표현한다. 한참을 그러다 홀란타가 문득 수업으로 돌아오면 다시 요가 포즈를 시작해서 열심히 집중할 만해서 엎드린 자세나 누운 자세에서 포즈를 취하면 이번엔 가만히 있던 섀도가 홀란타 품으로 껑충 기어들어와 홀란타 얼굴을 긴 혀로 비비고 장난을 친다. 그럼 또 Break time...
마침내 우여곡절 끝에 아사나 수련이 다 끝나 사바사나(Shavasana) 시간이 되면 누워있는 홀란타 옆에 섀도가 바싹 앉아 홀란타가 일어나길 기다리고 있다. 그러면 홀란타는 계속 섀도를 만지면서 조용히 있는 섀도가 사바사나를 잘하고 있다면서 Ohhh, Lovely girl!! You are doing Shavasana well!! So well mannered girl!! (너의 매너는 끝내준다!!)하며 엄청 칭찬을 퍼붓는다.
홀란타, 섀도와 함께하는 한 시간 수업이 어찌 보면 쉬운 거 같고 어찌 보면 너무 어렵게 느껴지고... 이런 시간들이 계속 진행(Ongoing) 중이다.
가끔씩 나는 홀란타가 섀도에게 쏟아붓는 신적인 사랑(Unconditional Love)에 감탄하기도 하고 그녀와 섀도가 서로 사랑하는 연인 같아서 혹시 섀도가 전생에 그녀의 애인이었나..? 하는 어처구니없는 착각이 들곤 한다... 드디어 내 머리가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하여간 두 사람을 가르치면서 요가를 더 많이 공부하게 됐고, 그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되어 그들에게서 사랑, 지혜와 겸손, 인내 등 많은 것을 배우고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내 삶의 경험 폭도 넓힐 수 있어서 '요가 선생은 잘된 선택이야'라고 가끔 미소 짓곤 한다.
다음 내용엔 요가 개인 레슨을 그룹레슨과 어떻게 차별화하여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설명을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