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내꺼야, 양송이 버섯
하염없이 정처없이 걷기만 하던 마드리드 반나절, 혼자 걷다보면 배고픔을 곧잘 잊는다.
이번에도 젤라또 하나 먹고 마냥 걷기만 하다가,
아 맞다, 밥을 먹어야지!
문득 깨닫고 급히 밥 먹을 곳을 찾았다. 의식해서 먹지 않으면 어느새 지쳐 있기 일쑤. 정직하게 '마드리드 맛집'을 검색했더니 마침 제일 많이 검색되는데다가, 가까운 위치에 있기까지 해 바로 찾아 들어온 식당.
메손 델 참피뇬
(Mesón del Champiñón)
마드리드 맛집 No.1.
마요르 광장과 아주 가깝다. 헤밍웨이의 단골집이었다고 하고, 꽃할배에 나왔던 곳이기도 하다.
Mesón = 식당
Champiñón = 버섯
정직하게도 버섯 요리 식당이라는 이름.
한국인이 자주 찾는 곳답게 한국어 메뉴가 있다. 앉자마자 바로 한국인인지 알아보고 바로 한국어 메뉴를 갖다주면 왜 이렇게 반가우면서 쑥쓰러운지...
가게 이름과 같은 버섯 요리와 샹그리아 한 잔을 주문했다. 빵과 샹그리아가 먼저 나왔다. 빵은 조금 딱딱한데다 돈을 따로 받지만, 버섯 요리와 무척 잘 어울려 함께 맛있게 먹었다.
메인 버섯 요리! 엄청 짭쪼롬하고 기름진데, 맛있다. 버섯 안쪽에 고기를 넣어서 기름지고 고소한 육수가 찰랑거린다.
캠핑이나 펜션 놀러가서 바베큐와 함께 양송이 버섯 구워 먹을 때, 버섯은 몇 개 안되고 사람은 여럿이니까 늘 양껏 먹진 못하지. 평소 버섯을 좋아하지 않아도 그럴 땐 괜히 아쉽다. 그 아쉬움을 이 버섯 한 판으로 모두 풀어내는 그런 기분... 묘한 쾌감...
초점은 엉망이지만 참고용으로. 이렇게 들어올려 먹으면 된다.
탱글탱글하고 보드랍고, 약간 쫄깃하면서 살살 녹는 버섯... 좀 많이 짜다 싶은 부분도 있었지만 빵과 함께 먹으니 샹그리아가 쭉쭉 들어갔다.
도착했을 때부터 한동안은 이 공간에 나뿐이었다. 너무 조용하고 한가해서 맛집이 맞나 잠시 의심했을 정도. 곧 사람들이 몰려와 시끄러워졌지만.
어쨌든 사람들 오기 전까지 잠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인상 좋은 대머리 아저씨가 직접 음악을 연주해주셨는데, 비틀즈, 베사메무쵸...
그러다 어딘가 익숙한 노래가 나왔다! 손님도 나뿐이고, 빈 속에 술도 한 잔 마셨겠다! 흥얼흥얼 조금씩 따라 불렀더니 아저씨의 연주도 거세진다. 아저씨도 나도 신이 난 와중 내 입에서는 기어코 그 노래의 가사가 튀어나오고 말았다.
이제~ 모두~
세월따라~
흔적도~ 없이 변하였지만~
..?...?? 이 노래...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였어?
번쩍 고개를 들어 보니 아저씨가 나를 향해 윙크를 날려 주신다. 무슨 노래인가 했더니, 왜 익숙한가 했더니... 마드리드에서 취중에 부르게 된 이문세의 광화문연가..
그 이후로는 사람들이 몰려들어왔고 한국인이 정말 많이 왔다... 하나같이 알아보고 착착 한국어 메뉴판을 갖다주시던 서버가 신기하게 바라보며, 식사를 마쳤다.
메뉴 세 개(빵 포함) 해서 딱 10.00유로!
먹고 나니 그제야 한 번에 불타오르는 식욕! 디저트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걷기 시작했다.
여행에 애정 가득한 에디터들의 액티비티 플랫폼, 클룩(Klook)에서 연재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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