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물어보세룩 8화
모든 휴대폰엔 ‘비행기 탑승 모드’가 있다. 우리가 휴대폰으로 전화 통화 혹은 인터넷 사용을 하려면 특정 주파수대의 전파를 써야 하는데, 비행기의 안전 운항을 위해 그 전파를 차단하는 모드다.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엔 휴대폰을 아예 끄거나 이 비행기 탑승 모드를 실행시켜야 한다. 무조건!
아쉽게도, 비행기 탑승 모드를 실행시킨 휴대폰은 그저 손바닥 크기의 딱딱한 플라스틱 기계일 뿐이다. 딱히 그 기계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정말 없다. 폰에 저장된 게임을 한다거나 별 의미 없는 사진 정리를 하는 일 정도?
인터넷에 길들여진 우린 그 긴 시간 내내 인터넷을 아예 쓸 수 없다는 사실이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중요한 순간엔 잠시 꺼두어도 좋다는 휴대폰이지만. 이걸 어쩌나, 비행시간은 그 정도로 중요한 순간이 아닌데. 그 여유시간을 활용해 책이라도 한 권 읽고 싶은데 그게 쉽지가 않다. 어디선가 멀미의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며 활자가 도무지 눈에 안 들어올 테니까. 그래서 영화라도 틀어보지만, 그것 또한 딱히 집중이 되지 않고... 주위를 둘러보면, 남은 비행시간을 재차 확인하며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는 사람들이 꽤 보이는 것 같다.
이런 승객들을 위해! 몇몇 항공기에선 획기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다. 항공기를 이용할 때 제일 만족하는 서비스, 여행의 질을 높여주는 서비스가 뭐냐는 질문에 젊은 층들이 하나같이 대답하는 서비스가 바로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라고 한다. 문자 그대로 비행 중에 와이파이를 이용해서 각종 업무를 처리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엄청난 서비스인가!
우리 모두가 기다려온 이 서비스의 도입을 주도 하는 게 외항사라는 사실이 조금 아쉽긴 하다. 아랍에미레이트 항공의 경우에는 98% 이상의 항공기에서, 델타 항공과 아메리칸 에어 같은 미국 항공사의 경우에도 80% 이상의 항공기에서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국내 항공사는 걸음마 단계라고 보기에도 모호한 수준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올해부터 적극적으로 도입하겠다는 의견을 내놓긴 했지만 현재로선 기내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는 항공기가 아예 없고, 아시아나 항공 역시 일부 항공기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그 속도가 간단한 인터넷 서핑 정도만 가능한 40~80MB 수준에 가격도 만만찮아서,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그리 높진 않다.
빠른 속도의 기내와이파이를 어느 비행기에서나 이용하고 싶은 고객들의 마음은 이해 가지만, 그렇다고 그런 서비스를 제공해 주지 않는 항공사를 원망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기내와이파이는 그저 ‘한 번 해보겠습니다!’ 하고 쉽게 제공되는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걸 이해하기 위해선 비행기에서 인터넷 통신을 하는 방법의 종류에 대해 간단히 알 필요가 있다.
ATG(Air-To-Ground) 방식
: 국내선과 같이 해상을 날지 않는 루트에서 이용한다. 기체 바닥에 안테나 2개를 설치해, 항공기 경로를 따라 설치된 지상 기지와 통신함으로써 기내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 다른 방식들에 비해 속도가 현저히 느리다.
: 12~18GHz대 전파인 Ku 밴드를 이용한 위성 통신이다. 지상 기지국이 아닌 우주의 인공위성을 이용하는 만큼, 안테나가 비행기 기체 상부에 장착된다. 일단 위성 전파를 잡기만 하면 30~40Mbps에 달하는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해당 영역 내 항공기가 많아질수록 속도가 저하된다는 단점이 있다. 위성 자체가 넓은 지역을 담당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위성을 경유하므로 지연시간이 발생하는 것 역시 불가피하다.
: 현재 가장 주목받는 기술로 위성 통신 기업인 비아셋(ViaSat Inc.)이 제공한다. Ku 밴드보다 더 높은 주파수를 이용하는 Ka 밴드는 한때 군용으로 확보하기도 한 대역이다. 현재 가장 빠른 70Mbps에 달하는 통신 속도를 기대할 수 있는 와이파이 시스템이다.
위 설명으로 알 수 있듯 기내 와이파이를 사용하기 위해선 항공기에 별도의 안테나가 설치돼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사용되는 항공기 대부분은 꽤 오래된 항공기이므로 제작 당시 기내 와이파이 설비를 탑재하고 있지 않다. 기체에 안테나를 설치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간단한 일이 아니고, 그래서 현재 국내 항공사에선 원활히 도입을 못 하고 있다. 그래도 세계 다수 항공사의 방향성은 기내 와이파이의 적극적 도입이다. 가까운 미래엔 비행 도중 친구들에게 맘껏 통신 대화를 보내고, 지상과 다를 바 없는 속도로 MMORPG 게임을 하고, 미처 다운받지 못한 넷플릭스 드라마도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연애만 한 여행이 있으리.
연애 & 여행 칼럼니스트 김정훈
tvN 드라마 <미생>,
OCN <동네의 영웅> 보조작가,
tvN 드라마 <아는와이프> 보조작가,
책 <요즘 남자, 요즘 연애>,
<연애전과>의 저자,
TV조선 <연애의 맛>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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