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물어보세룩 9화
안다. 소고기와 닭고기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어려움을. 메뉴판에 반짝거리는 비빔밥 이란 글자를 보면서도 그걸 포기하고 다른 걸 시켜야 할 때의 씁쓸함을.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기내식을 2인분 먹겠다는 식탐은 좀 자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왜냐고? 기내식은 우리의 식탐을 채워줄 목적으로 준비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비상사고 시 생존을 위한 식량이니까.
정말이다. 그 작은 용기의 얼마 들어 있지 않은 음식량임에도, 보통 사람(1인분으로 만족스러워 하는)의 경우 충분한 포만감을 느낀다.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높은 열량을 기준으로 조리하기 때문이다. 버터나 기름, 조미료를 많이 써서 만든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승무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얘기가 있다. 비행 시 기내식을 많이 먹어서 살이 금방 찐다고. 아무튼 그렇게 높은 열량으로 만드는 이유가 바로 비상 사고 시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승객들의 비만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아닐 테니까.
기내식을 제공받는 시간 역시 생존 식량의 역할에 포커싱이 돼 있다.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 또 다른 질문 중 하나가 ‘기내식은 누구의 식사 시간에 맞춰 주는 것인가?’ 이지 않을까 싶다. 비행시간에 따라 기내식을 몇 번 주는지, 그 기준이 뭔지 승객들은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정답을 얘기해 주겠다. 기장의 밥시간도, 항공사 회장님의 밥시간에 맞춘 것도 아니다. 승객들 대부분이 슬슬 배고파질 때쯤도 아니다. 바로 해당 기내식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간, 다시 말해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식사량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그럼 본론으로 돌아와, 과연 기내식은 ‘한 그릇 더’ 먹을 수 있느냐에 대한 질문에 대답할 차례다. 당연히 규정은 1인당 하나다. 물론 여분의 기내식을 마련해 놓긴 하지만, 그래서 정말로 양이 부족해 생존에 지장을 미칠 것 같다면 승무원에게 요청해도 좋지만, 승무원이 한 그릇 더 주지 않는다고 해서 불만을 가지면 안 된다. 비행기의 티켓 가격에 무한리필 기내식의 가격이 포함된 건 아니니까.
그렇다면 맞춤형 기내식은 가능할까? 대답은 ‘Yes’ 다. 스페셜 밀을 신청할 수 있다. 육류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 종교적인 문제로 특정 음식을 먹으면 안 되는 사람, 건강상의 문제로 설탕을 먹으면 안 되는 사람이나 특정 재료에 대한 알러지가 있는 사람 등을 위한 스페셜 밀이 있다. 항공권을 예약할 시 해당 항공사에 연락해 특별식을 요청하면 된다.
기내식을 한 그릇 더 먹을 수 있느냐에 문제는 승객들의 선진의식과 관련이 있다. 기내식과 비슷한 맥락으로, 귀마개나 이어폰 등 공짜로 제공되는 기내 용품을 몇 개 더 받을 수 없느냐에 대한 질문도 있다. 1회용품이 아닌 기내 용품을 몰래 가져가는 사람들도 꽤 많다. 추위를 위해 제공되는 담요가 대표적이다. 승객 1인당 하나씩 제공되긴 하지만 담요는 1회용품이 아니다. 비행을 마치면 일괄적으로 세탁을 해서 재사용을 해야 하는 용품이다. 그런데 ‘내게 제공된 것이니 기념으로 가져도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비행기가 이륙한 후부터 여행은 시작되지만 비행 자체를 관광의 일종? 으로 착각해선 안 된다. 비행기는 관광지가 아닌 운송수단이다. 기내에서 사용하는 건 안전과 편의를 위한 필수품이지 기념품이 아니다. 기내 용품을 기념품으로 혼동하지 말자. 승무원들이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승객들 역시 그런 서비스를 받기에 걸맞은 매너를 갖춰야 한다.
대신, 고추장이나 칫솔 세트 등 여행 시 필요할 것 같은 물품은 승무원에게 문의해도 좋다. 일회성으로 제공되는 용품이나 간식 등 제공 가능한 범위 내에선 얼마든지 챙겨준다.
연애만 한 여행이 있으리.
연애 & 여행 칼럼니스트 김정훈
tvN 드라마 <미생>,
OCN <동네의 영웅> 보조작가,
tvN 드라마 <아는와이프> 보조작가,
책 <요즘 남자, 요즘 연애>,
<연애전과>의 저자,
TV조선 <연애의 맛>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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