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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룩 KLOOK Sep 14. 2017

제6화. 승무원 친구가 알려준
비행기 탑승법

어느 자리가 제일 편한가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 탑승구 앞에 섰다. 출국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라 생각하니 조금 긴장이 됐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승객들의 표정에는 활기가 넘쳤다. 이제 곧 여행을 떠난다는 기쁨에 들떠있으리라. 그래서 그런지 탑승구 앞 승무원들의 미소는 유난히 더 밝아 보였다. 마지막으로 여권과 티켓을 확인하는 절차가 끝나자 비행기로 연결되는 통로에 들어섰다. 마치 어릴 적 만화 속에서 봤던 변신 로봇의 탑승석에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맞다. 촌스럽게 보인다고 해도, 내가 제일 들떴다.


 ‘이렇게 한국을 떠나보는구나!’
 ‘33년 육지 동물로 살아온 내가, 드디어 하늘을 날아 보는 건가!’
‘설마... 비행기를 처음 타는 티가 나진 않겠지?’


 티가 났을 거라고 생각한다. 통로 앞에 비치된 일간지를 자연스레 가져가는 사람들 앞에서 뭉그적, 앉을 자리를 찾는 과정에서 다시 한번 뭉그적거렸으니까. 다행히 친절한 승무원분들의 도움으로 예약된 자리에 앉았다. 난 은근히 멀미가 있고 추위에 민감한 편이다. 그래서 뒷자리보단 앞자리, 날개 쪽보단 통로 쪽으로 예약을 했다.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해준 친구가 있었다. 7년간 승무원 생활을 했던 친구다. 그 친구가 전해준, 비행기 알맞게 타는 법 몇 가지를 정리해봤다.



1. 멀미가 심하다면 뒤보단 앞자리를, 추위를 잘 탄다면 창 측보단 통로를.

 멀리 해외여행을 갈 경우 비행기 자리 선정에 신경을 쓰는 게 좋다. 장시간 비행은 만만치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행운의 숫자를 따라 7F를 최고의 자리로 여긴다고 하는데, 그것과는 별개로 자신의 컨디션에 맞는 자리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멀미가 심한 사람은 비행기의 앞좌석을 예매해야 한다. 비행기의 뒤쪽은 난기류 등으로 인한 흔들림이나 공중에 붕 뜬 것 같은 느낌이 가장 심하기 때문이다. 소음이나 진동에 민감하다면 날개 쪽 좌석은 피하는 게 좋다. 비행기의 엔진은 날개 아래쪽에 있으므로 소음과 진동이 더 크게 느껴진다.
 앞 · 뒤보다 더 고민되는 건 창 · 통로 측에 대한 고민이다. 화장실을 자주 다녀야 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창 측보단 통로 측이 좋다. 화장실대신 밖의 경치를 구경하는 걸 선택한다면, 창 측 좌석이 다른 쪽 좌석 보다 추울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어야 한다. 높은 고도로 비행을 하게 되면 대기압 감소로 인해 내부 온도가 낮아지는데, 이때 창문 쪽의 온도 변화가 더 심하기 때문이다. 여분의 옷이나 담요를 챙기는 편이 좋다.



2. 비상구 앞 좌석에 앉는 사람에겐 의무가 있다.

 체격이 크거나 긴 다리를 주체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넓은 좌석이 필요할 거다. 이때 선택하는 게 비상구 앞 좌석이다. 앞에 앉아 있는 승무원과 눈을 마주쳐야 하는 민망한 상황이 있을 수 있지만, 앞 좌석이 없으므로 다른 좌석보다 공간이 넓어 앞으로 두 다리를 쭉 펼 수 있다. 또한, 창가 측에 앉아도 화장실 이동이 자유롭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그 자리는 그저 승객의 편안함을 위해 제공되는 자리가 아니다. 비상구 앞의 자리는 특별한 의무가 있다. 비상사고 시 앞에 앉았다고 먼저 탈출하는 게 아니라, 승무원을 도와 다른 승객들을 대피시켜야 하는 의무다. 그래서 비상구 좌석을 배정받기 위해선 몇 가지 조건이 있다. 미성년자를 동반하지 않은 15세 이상의 승객, 비상시 승무원을 도와 신속한 보조 업무를 수행할 만큼 신체 건강한 승객(렌즈 없인 앞을 분간할 수 없거나 보청기 없이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 등 몸이 아프거나 노약자는 안 됨), 그리고 외국 항공사 이용 시엔 영어로 의사소통까지 가능한 승객이어야 한다.

 기내의 넓은 좌석 중엔 벌크헤드 좌석도 있다. 아이를 동반한 승객이 선호하는 좌석인데, 앞의 자리가 없으므로 공간이 넓어 아이들을 바닥에 앉힐 수가 있다. 또한,  유아용 간이침대가 갖춰져 있고 등받이를 젖힐 수도 있다. 화장실이 바로 앞이라는 점 역시 장점이지만, 오히려 이동하는 승객들로 인해 어수선할 수 있다는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보통의 경우 벌크헤드 좌석은 온라인 체크인 시 선택할 수 없는 자리다. 공항에서 체크인을 할 때 요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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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비상사고 시 특별하게 안전한 좌석이 있다? No. 케바케다.

 신체 컨디션에 따라 자리를 정하기도 하지만, 비상 사고 시 더 안전한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좌석을 고려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그런데 안전한 좌석에 대한 정보를 검색해보면, 몇 가지 얘기가 혼재돼 있단 걸 알 수 있다.

- 보통의 추락사고 시 기체가 뒤부터 가라앉기 때문에 뒤쪽에 앉은 사람이 더 크게 다친다. 그런 사고 시 뒤쪽비상구를 이용 못 하므로 앞자리가 더 안전하다.

- 아니다. 가장 안전한 자리는 비행기 날개 뒤쪽이나 후방자리다. 오히려 앞으로 추락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리고 피난 시 통로를 통해 신속히 빠져나가려면 앞보단 뒤쪽이 더 낫다.

- 항공사가 왜 비즈니스나 퍼스트클래스를 비행기 앞머리에 만들어놨겠는가. 뒷자리의 이점은 화장실을 빨리 갈 수 있다는 것밖에 없다.


 앞이냐 뒤냐! 싸우지들 말자. 결론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승무원들의 의견을 종합해본 결과, 이건 정해진 게 없단다. 사고의 유형에 따라 안전한 좌석이 달라지므로 안전을 기준 삼아 어느 한쪽을 굳이 지나친 고집을 부릴 필욘 없다는 게 승무원들의 조언이다. 1,2,3의 항목을 통해 좋은 자리를 알아봤지만 사실 모든 건 개인 및 상황차가 있기 마련이다. 이런저런 상황을 종합해 어느 좌석이 가장 좋으냔 질문의 절대적인 정답은 물론 있다. 퍼스트클래스, ‘비싼’ 좌석이다.



4. 위생에 예민하다면 밤보단 아침 비행기를.

 청결에 신경을 쓰는 사람이라면 아침 비행기를 타야 한다. 담요, 좌석의 포켓, 그리고 테이블의 위생상태 때문이다. 사람들이 돌려쓰는 담요를 일일이 세탁하진 않는다. 사용하는 포켓(앞 좌석의 뒷주머니)에 누적된 쓰레기를 철저하게 청소할 수도 없다. 접이식 테이블 역시 마찬가지다. 그 테이블이 그저 당신의 식사에만 사용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히려 아기의 기저귀를 갈아 끼우기 위해 자주 사용된다고 한다. 물론 한 차례 비행이 끝나면 어느 정도의 정리정돈을 하지만, 티슈로 닦는 정도가 보통이라고 한다. 그러니 깨끗한 시설을 사용하기 위해선 사람들의 손때가 묻기 전에 먼저 사용하는 편이 좋다.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젖은 손수건이나 물티슈를 챙기고, 테이블에 닿은 음식은 먹지 않는 게 좋겠다.
 아, 그리고 아침 비행기의 장점은 또 있다. 오전에는 난기류가 감소하므로 지연이나 결항 될 확률이 낮다는 점이다.



5. 스페셜 밀! 기내식에 내 맘대로 옵션이 가능하다.

 비행 중의 행복. 기내식에는 스페셜 메뉴가 존재한다. 채식주의자나 종교적인 이유로 특정 음식을 먹지 않는 사람, 설탕을 먹지 않는 사람, 특정 음식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 유아와 아동 등을 위한 서비스다. 보통의 경우 항공사에선 2가지의 식단을 준비한다. 하지만 항공편을 예약할 때 홈페이지나 전화로 특별식을 요청을 할 경우, 공동식이 아닌 체질이나 기호에 맞는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기내식에 관해 많은 사람이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가 ‘한 그릇 더'를 외칠 수 있느냐에 대한 사실이다. 1인 1개로 제한이 되어 있는 게 규정이다. 정말로 양이 부족하다면 승무원에게 요청을 해도 좋지만, 요청이 불허하다 해서 불만을 가지면 안 된다. 그럴 땐 간식을 요청해 허기짐을 달래자.  
 사실 보통 사람의 경우엔 기내식은 1인분으로 충분하다. 그 작은 크기에도 충분히 배가 부른 이유는, 기내식에 실리는 음식은 일부러 열량을 더 높게 조리하기 때문이다. 혹시나 비상 사고 시 생존을 해야 하므로 버터나 기름, 조미료를 많이 쓴다고 한다. 비행시간에 따라 기내식을 몇 번 주느냐에 대한 기준 역시, 승객들 개인의 ‘밥때’가 아닌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식사량’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

 만약 장에 탈이 많이 나는 사람이라면, 기내식 시 제공되는 커피나 차 등 물을 끓여서 제공되는 음료는 마시지 않는 편이 좋다. 그 물은 비행기 안에 있는 물탱크 안에서 수급되는데, 비행기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물탱크의 완벽한 청소는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소독을 위한 약품을 과하게 넣으므로 대장균 및 황색 포도상구균과 같은 악성 세균을 포함할 수가 있다고 한다. 그러니 차나 커피를 마시는 것 대신 병에 들어 있는 물이나 과일주스를 요청하는 것이 좋다. 그와 같은 이유로 화장실 내 세면대에서 나오는 물을 절대 먹어선 안 된다. 그 물에 손을 씻었다고 해도 다시 한번 물티슈나 소독제로 손을 닦아 주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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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비행 시 휴대폰 충전이 가능하다.

 착륙하자마자 휴대폰을 써야 하는데, 휴대폰 배터리가 없어 난감한 상황을 겪는 승객들이 있다. 꽤 많은 사람이 비행기 내에서도 휴대폰 충전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대부분 대형 항공기들은 개인 좌석에 전원 콘센트가 마련돼 있다. 항공사 좌석마다 다르긴 한데, 보통 좌석 밑이나 모니터 부근에 자리하고 있으니 찾기 힘들 경우엔 승무원께 도움을 요청하자. USB 형태로 제공되는 경우도 있고, 외항사라면 한국의 콘센트가 맞지 않는 경우도 있긴 하다(혹시 모르니 변환 플러그를 준비하는 편이 좋다).   
 휴대폰과 관련된 특이사항이 하나 더 있다. 요즘은 기내에서 와이파이가 된다는 점이다. 지역이나 항공사에 따라 안 되는 곳도 있겠지만, 긴급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사람에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7. 기내 용품은 기념품이 아니다.

 착륙할 시 기압차로 인해 귀가 멍해지는 현상을 많이 겪는다. 이때 승무원한테 귀마개를 요청해 착용하고 있으면 좀 덜하다. 사탕이나 껌을 씹으며 계속해서 침을 나오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렇게 고객의 편의를 위해 제공되는 게 기내 용품이다. 물론 공짜다. 그런데 이 공짜라는 시점에서 기내 용품을 마치 비행기 탑승의 기념품쯤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꽤 있다.
 고객의 편의를 위해 제공되는 기내용품 중 일부는 1회용품이 아닌 경우도 있다. 특히 담요 같은 경우다. 다른 고객도 써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몰래 가져가는 얌체 같은 행동은 하지 않는 게 좋다.
 고추장이나 칫솔 세트 등 여행 시에도 필요할 것 같은 물품이 있다면 승무원에게 문의를 해보자. 일회성 용품이나 간식 등 제공 가능한 물품이라면 얼마든지 챙겨준다. 그렇다고 해서 무리한 수량을 요구하는 식의 진상을 부려선 안 되겠다. 챙겨준 승무원의 이름을 기억해, 해당 항공사 홈페이지나 칭찬글을 써주는 것도 꽤 훈훈할 듯싶다. 실제로 승무원의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감사 피드백은 그들의 승진에 꽤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하니까.



 위에 언급한 팁들이 모든 항공사에 적용되는 건 아니다. 위탁수화물이나 기내식 등의 모든 서비스가 유료로 제공되는 저가항공이나 외항사 등등 항공사에 따라 차이가 있으니 참고하시라.
 이로써 처음 여행하는 사람들이 알아둬야 할 여행 준비 절차는 어느 정도 안내가 끝난 것 같다. 다음 주부턴, 본격적으로 관광에 대한 팁 및 각종 명소들을 소개해 볼 예정이다.



연애만한 여행이 있으리.
연애&여행 칼럼니스트 김정훈


tvN 드라마 <미생>,
OCN <동네의 영웅> 보조작가,
책 <요즘 남자, 요즘 연애>,
<연애전과>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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