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이 추천하는 오타루 초밥집
오타루 스시(초밥)
학창 시절을 함께했던 여러 만화책이 있다. 그중 하나가 ‘미스터 초밥왕’ 이란 만화다. 주인공 쇼타가 훌륭한 초밥(이하 스시라고 칭하겠음)을 쥐는 셰프로 성장해 나가는 요리만화인데 그 성장에의 감동은 둘째 치고서라도, 스시를 맛 본 후 등장인물들의 리액션이 기가 막혔다. 그저 스시 하나를 먹었을 뿐인데,
풍요로운 바다의 감칠맛이 우리 혼을 끊임없이 쓸어내린다.
우리 혼이 맑고 푸른 하늘을 날아다니는 기분이야-!!
라며 감동으로 온몸이 떨고 눈물까지 펑펑 흘리는 반응이라니... 그 시절엔 참 오버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어쩌면 나 역시 그에 가까운 표정을 지었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든다. 바로 그 쇼타의 고향, 홋카이도의 오타루! 에서 스시를 먹었을 때 말이다.
오타루는 러브레터의 촬영지, 그리고 유리 공예나 오르골 등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타국의 관광객들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 홋카이도에 사는 현지인들에게 오타루란 도시에 대해 물어보면 하나같이 이 단어만 외칠뿐이다.
스시! Sushi!
홋카이도라면 어느 도시에서든 수산물의 수급이 좋고 각 도시를 대표하는 유명한 스시집도 꽤 많다. 하지만 오타루는 현지인들에게 있어 스시의 아이콘, 스시의 본고장과 같다. 오타루 북부에 있는 타카시마어항에서 근해에 잡은 신선한 해산물을 곧장 공급받을 수 있어서일까? 미슐랭 스타를 받은 스시 집부터 홋카이도 최고의 회전초밥 체인점들까지, 작은 도시 크기에 비해 유명한 스시집이 꽤 많이 몰려있다. 심지어 초밥집이 집중적으로 몰려있는 국도 55번 도로에서 오타루 운하로 향하는 약 200미터의 거리는 ‘스시야도리(스시거리)’라는 명칭을 갖고 있기도 하다.
그럼 스시의 도시 오타루에서, 스시로 단 한 끼만을 먹어야 한다면 어느 가게를 가야 성공적일까? 오타루에서 스시를 먹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다음의 두 그룹으로 나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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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속파 : ‘스시의 본고장이라면 회전초밥집이라도 괜찮아!’
회전 초밥 3대장 : 와라쿠, 칸타로, 톳피
오타루의 스시야도리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을 자랑하는 곳은 니혼바시, 마사즈시, 마츠노스시, 시카마, 야마모토의 5곳이다. 그런데 그 전통을 기대하고 방문하면 실망감이 조금 클 수도 있다. 여전히 신선한 스시를 먹을 수 있긴 하지만 대단히 큰 감흥을 불러일으키진 않기 때문이다. 요즘엔 한국의 스시 퀄리티도 워낙 높아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가격대가 조금 애매하달까? 아예 싼 것도 아니고 비싼 것도 아닌, 그런데 맛도 아주 맛있는 것도 아니고 아닌 것도 아닌, 그런 애매한 기분에 휩싸이는 경우가 다수인 것 같다.
그래서 실속 있는 저렴한 스시집을 찾는 사람에겐, 아예 회전초밥(이때 만큼은 스시대신 초밥이란 단어를 쓰고싶다. 회전스시라는 어감보단 회전초밥이 역시..)집을 방문하길 추천한다. 실제 현지인에게도 유명한 오타루 회전초밥 3대장인 와라쿠, 칸타로, 톳피중 아무 곳이나 가도 좋다. 와라쿠는 오타루에서 가장 인기 있는 회전초밥집이다. 칸타로는 오타루 운하에서 사람들이 가장 사진을 많이 찍는 포토존 근처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이 좋다. 이 두 곳에서 대기를 많이 해야 한다면 톳피도 추천한다. 실제로 현지에 살고 있는 친구는, 자기 입맛엔 톳피가 가장 맛있고 신선하다며 톳피를 최고로 추천했다.
정말로 딱 한 번만 먹어보면 안다. 한국의 회전초밥집과 비교했을 때 신선도와 질의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난다는 것을. 참치, 연어, 연어알, 가리비, 대게, 우니... 심지어 쌀과 김의 맛도 좋다. 한국의 회전초밥집을 비하할 마음은 절대 없지만, 재료 수급의 차이가 크다보니 어쩔 수 없는 차이가 존재하는 건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니 회전초밥집이라는 선입견을 갖지 말고 한 번 방문해 보길 바란다. 아참, 가장 중요한 가격을 빠트렸다. 전혀 걱정하지 마시길. 한국의 회전초밥집과 거의 비슷하다. 가장 싼 접시가 1000엔이라던지 그런 일은 없다. 200엔짜리 접시부터 400엔 이상을 호가하는 접시까지 다양하니 원하는 접시를 먹으면 된다. 더 신선한 접시를 먹고 싶다면, 레일 위에서 돌아가는 접시 말고 직접 주문을 하길 추천한다. 자리에 놓여 있는 메뉴에 체크만 해서 넘겨주면 즉석에서 스시를 만들어준다. 스시의 종류가 일어와 영어로 돼 있으니(한국어로 돼 있어도 헷갈리는 건 마찬가지겠지만), 사진이 나와 있는 블로그 등을 미리 검색해 보고 방문하는 게 좋겠다.
▶ 미식파 : ‘스시의 본고장에 왔다면 고급 스시를 먹어줘야지!‘
의외로? 가성비가 좋은 미슐랭 투스타. 쿠키젠.
쿠키젠? 쿠키를 파는 곳이 아니다. 스시를 파는 곳이다. 심지어 스시로 미슐랭 투스타를 받은, 오타루 최고의 스시집이다!
기존에 오타루에서 유명했던 스시집은 ‘이세즈시(스시라는 단어가 뒤에 붙으면 즈시로 바꿔 읽는다고 한다)’ 라는 가게였다. 실제 미스터 초밥왕의 배경이 됐다는 스토리를 가진 이 스시집은, 미슐랭 원스타를 획득하며 최근까지 아주 큰 인기를 누렸다. 그런데 그 판도가 바뀌어버렸다. 미슐랭 투스타에 빛나는 쿠키젠이 오타루 고급 스시집의 대세가 되면서 이세즈시의 인기를 확연히 눌러버린 거다.
이세즈시나 쿠키젠을 검색해 본 사람이라면, ‘물론 회전초밥집도 좋지만 현지에서 유명한 고급 스시야를 가봐야 하지 않겠어?’라는 생각을 갖고 있을 거다. 그럼 대체 얼마나 맛있길래?라는 의문 전에, 대체 얼마나 비싸길래? 하는 걱정이 먼저 들 수도 있겠다. 심지어 미슐랭 2 스타니까.
헌데 여기서 반전이 있다. 그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런치 오마카세(주방장 마음대로 주는 코스요리)의 가격이 5천 엔밖에 하지 않는다는 거다. 5천 엔이면 한국 돈으로 5만 원 정도! 한국에서 런치에 5만 원 하는 스시야라고 하면 광화문의 오가와, 이촌동의 기꾸와 같은 미들급 스시야의 가격대다. 미슐랭 2 스타와 같은 유명세를 가진 하이엔드 스시야는 런치 오마카세의 가격이 1인당 15만 원을 호가하는 곳도 있다. 그런데 겨우 5천 엔이라니! 당연히 먹어봐야 할 거다. 저렴해서 먹으라는 얘기가 아니다. 정말 맛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녹아내리는 우니의 맛과 톡톡 터지는 이꾸라, 고소한 북방조개의 맛과 부드러운 오도로의 맛이 떠올라 못 참을 지경이니... 반드시 이 느낌을 공유하게 된다면 좋겠다.
런치 오마카세에서 제공되는 13개의 스시로도 충분히 배가 부르겠지만, 혹여 양이 모자라서 낱개 스시를 더 시키고 싶다면 시켜도 된다. 거기에 술까지 더해서 거나하게 먹고 나면 5천 엔보다 더 많은 금액을 쓰게 되겠지만,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그 가치만큼이나 인기도 많다. 예약을 하지 않고 당일에 방문하게 되면 거의 먹기가 불가능하다. 숙박 예정인 호텔에 부탁해서든, 현지의 지인을 통해서든, 네이버나 구글의 번역기를 사용해서든, 예약할 수 있는 방법은 많으니 귀찮아 말고 지금 즉시 예약을 해 보는 건 어떨지.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스시의 세계가 오타루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연애만 한 여행이 있으리.
연애&여행 칼럼니스트 김정훈
tvN 드라마 <미생>,
OCN <동네의 영웅> 보조작가,
책 <요즘 남자, 요즘 연애>,
<연애전과>의 저자
홋카이도 오타루 여행 갈 때 꼭 필요한 액티비티 예약 플랫폼, 클룩 KL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