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으로 즐기는 다양한 음식들
내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영단어는 주입식 암기교육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생활 속에서 자연스레 외우게 되는 단어도 꽤 많긴 하다. 벚꽃이란 단어도 그렇다. 벚꽃의 영어 이름은 Cherry blossom인데, 이 단어를 따로 외운 기억은 없다. 명확하진 않지만, 몇 해 전 봄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주문하며 알게 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 계산대 옆에 붙어있던 ‘체리 블러섬’이란 음료의 이름을 보며 참 예쁜 단어라고 생각했고, 곧장 검색을 해 그것이 벚꽃임을 알게 됐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그때 내 옆엔 외국에서 살다 온 친구가 한 명 있었는데, 벚꽃이 영어로 뭔지 아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Sakura?
스타벅스처럼, 해마다 3~4월이면 벚꽃을 테마로 한 기획 상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커피부터 시작해서 맥주, 탄산음료, 떡, 초코바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솔직히 말해 대단히 특별한 맛을 가진 음식은 없다. 벚꽃으로 만든 음식이라기보단 벚꽃 컨셉으로 포장 한 음식이랄까?
맥주만 해도 그렇다. 1889년 설립된 오사카 맥주회사를 전신으로 하는 유명 맥주 회사인 아사히에서 판매하는, ‘아사히 벚꽃에디션’ 이란 맥주가 있다. 기존의 시원한 실버색상 대신 포근한 벚꽃색을 두른 그 맥주는, 사실 일반 아사히 맥주와 완전히 똑같은 맛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지막의 마지막 한 모금까지 마셔봤지만 별 다를 게 없었다. 기린 이치방 벚꽃 에디션도 마찬가지였고.
아, 불만을 얘기하려는 건 아니다. 맛보단 희소성에 가치를 두고 재미 삼아 구매해봤던 거니까. 실제로 많은 종류의 벚꽃에디션상품이 그런 식으로 구매되는 게 아닐까 한다. 그런데! 그런 희소성에 맛까지 더한 벚꽃 에디션 상품도 꽤 많다. 벚꽃 구경을 하며, 선물하기에도 좋은 상품들이다.
벚꽃을 소금으로 절여 만든 식재료다. 단품으로 먹기에는 애매한 절임의 특성상, 음식보단 식재료라 부르는 게 맞을 것 같다.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구매대행까지 하며 맛보는 이 벚꽃절임은, 쿠키나 케잌 등을 요리할 때도 다양하게 활용된다. 녹차나 홍차에 한 스푼을 풀어 특유의 향을 즐기는 사람도 많고, 맛 보다는 데코레이션을 목적으로 구매하는 사람도 많다. 평범한 치즈케이크라 해도 그 위에 벚꽃절임을 살짝 얹으면, 특별한 벚꽃에디션 치즈케이크가 돼 버리니까.
흔히 흐드러지게 펴 있는 벚꽃을 상상하면 그 맛 역시 부드럽지 않을까 생각하기 쉽지만, 벚꽃은 생각보다 강렬한 풍미를 지닌 식재료다. 어쩌면 1년 중 한 달여의 짧은 기간만 피고 져 버리는 꽃이기에 강렬한 인상을 주는지도 모르겠다.
벚꽃절임과 같은 경우엔 한국에서도 수요가 높으므로 구매대행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벚꽃 술은 한국에서 구매하긴 어려운 상품이어서 그런지 오사카 벚꽃 여행을 다녀오는 입국자들의 쇼핑백에 가장 많이 들어가 있는 상품이다.
물론 동글동글한 병에 화사한 색상의 분홍색 술, 그 영롱한 자태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상품이다. 360ml 정도의 양인데 살짝 달달한 소주 같다. 하지만 주변의 반응을 봤을 때 ‘차라리 뜯지 말 걸 그랬어.’라는 반응이 꽤 있는 걸 보면, 기왕이면 먹지 말고 관상용으로 두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맛이 대단히 없다기보단 눈으로 봤을 때 보다 감흥이 없다는 거니 오해하진 말길.
실제로 가장 만족도가 높은 벚꽃 에디션 상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초코바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나조차 키켓이란 초코바의 중독성에 빠져든 적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이 벚꽃+콩 맛 킷캣은 정말로 맛이 좋다. 기존 인절미 과자 맛이 대부분이지만, 기분 탓인지 몰라도 벚꽃 향이 분명 나는 것 같다. 이 제품 역시 우리나라에선 구할 수 없어 일본 관광 시 필수 구매 목록에 들어가는 상품이다. 편의점 어딜 가나 구매할 수 있으니 한 번쯤 먹어보는 것도 좋을 듯.
스타벅스 매장이 아닌, 편의점에서 파는 스타벅스 음료에도 벚꽃 바람이 분다. 킷캣과 함께 구매하면 딱 좋을 음료다. 기존의 달달한 카라멜 음료에 화사한 꽃 향이 어렴풋하게 난다. 필자의 경험으론, 세븐일레븐에서 파는 그 유명한 계란 샌드위치와의 궁합이 정말 좋았다.
금방 폈다 져 버리는 벚꽃에 아쉬움이 든다. 그 아름다움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혹자는 벚꽃 잎을 주워 책 속에 끼워 넣어 보기도 하지만, 단풍잎에 비해 큰 감흥은 없다. 벚꽃은 화사하게 펴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이 매력이기 때문이다. 그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싶다면, 벚꽃젤리를 추천한다. 슬라임 형태의 젤리 속에 들어 있는 벚꽃 잎은 그 형태의 변화 없이 변함없는 아름다움을 뽐낸다. 맛은 뭐... 상상할 수 있는 맛 그대로다. 맛이 없진 않지만, 이 맛을 느끼기 위해 벚꽃의 아름다움을 훼손시키는 아쉬움이 더 크달까? 그래서 입보단 눈이 더 즐거운 벚꽃 에디션 중 하나다.
일본에만 있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벚꽃으로 만든 음식이 있다. 바로 진해의 벚꽃빵이다. 우리나라의 가장 유명한 벚꽃축제인 군항제를 보고 돌아오며 반드시 구매해야 할 음식 중 하나.
진해제과에서 파는 벚꽃빵이 유명한데, 당연한 얘기지만 벚꽃향이 나는 앙금이 들어가 있다. 빵 외에도 벚꽃 시럽이 들어있는 초콜렛, 그리고 마찬가지의 벚꽃앙금이 들어있는 마카롱도 함께 판매한다. 크림치즈와 슈크림의 조합이 꽤 맛있는 벚꽃 모양 치즈 타르트도 맛이 좋다. 일본 상품들처럼 대단히 아름답진 않지만, 맛이 좋은 상품들이다. 오히려 맛으로만 따지면 일본에서 파는 수많은 벚꽃 상품들보다 만족도가 좋은 편이니, 한 번쯤 맛봐도 좋을 듯싶다.
연애만 한 여행이 있으리.
연애 & 여행 칼럼니스트 김정훈
tvN 드라마 <미생>,
OCN <동네의 영웅> 보조작가,
책 <요즘 남자, 요즘 연애>
<연애전과>의 저자
벚꽃 음식이 먹고플 때 꼭 필요한 액티비티 예약 플랫폼, 클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