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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혜 Sep 14. 2016

[영화] 인터스텔라

- 사랑에 대한 우주적 메시지




인터스텔라(Interstella)는 별과 별 사이의 거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 영화는 가장 빠른 빛의 속도로 달린다고 해도 엄청난 시간이 걸리는 이 엄청난 거리가 순식간에 줄어들어서 한 점이 되어버리는 엄청난 일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 사랑이다. 쿠퍼 일행의 우주 탐사는 한편으론 위대한 영적인 여행이다. 답을 구하기 위해 먼 길을 돌고 돌아 마침내 첫 발을 내디뎠던 출발선에 도달하는 과정이 말 그대로 우주적인 스케일로 그려지고 있다. 도대체 몇 차원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시공간 속에서 쿠퍼가 목놓아 외치는 ‘STAY’는 사랑이 아니면 무엇일까? 마찬가지로 사랑이 아니라면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이별의 아픔을 감수하며 떠날 수도 없다. 머피는 자기를 두고 떠난 아버지 쿠퍼를 원망하지만 아버지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지 못하듯 그 사랑 역시 외면하지 못한다. 오히려 한없이 민감해져서 어느 순간 폭발하듯 환희하게 되는 것이다. 유레카!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난제가 마법같이 풀리며 인류에게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 사랑 이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아니, 머피가 천재여서 그렇다고요? 하지만 사람은 차가운 금속성으로 이루어진 슈퍼컴퓨터가 아니다. 사람에게는 피와 살 이외에도 마음이라는 것이 있다. 그것이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 그것이 흐르는 것인지 쪼개지는 것인지 불어나는 것인지 아무도 설명하지 못한다. 그토록 불가해한 마음이야말로 진정 우주스럽다. 과학자들은 우주가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확장을 거듭하고 있는 무한한 공간이라고 여긴다. 인간의 마음은 어떠한가. 무엇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마음, 가지 못할 곳이 없는 마음을 누구나 가지고 있지 않나. 그런 마음이 가장 낯설고 생경하게, 단지 놀랍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자기-확장되는 순간은 언제인가. 누군가는 농담처럼 손가락 마디가 늘어나는 것 같은 경험이라고 했다. 사랑이라면 충분히 그럴 만하다. 태어나는 순간 이미 주변 사람들의 삶을 침범하고 뒤집어버린 우리들은 죽을 때까지 스스로를 확장시키는 존재이다. 이것을 매 순간 자각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누구보다도 강하다. 하지만 이러한 사랑의 마법은 미처 깨닫기도 전에 너무나도 쉽게 이루어진다. 오늘 내가 무심코 먹은 밥, 만난 사람들, 이른 저녁의 서늘한 바람, 이마를 식혀주었던... 등등 사랑하며 살아가는 삶은 항상 선명하고 진절하다. 그것은 놀라울만큼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침묵하게 되는 어떤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이 광활한 우주는 우리가 달리 이를 말이 없어서 ‘절대자’라고 지칭하는 초월적 존재의 마음 한구석일지도 모른다. 여기서 '절대자'는 단연코 사랑의 신이어야 한다. 그 마음을 닮은 인간은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시공간을 초월하는 어떤 것을, 영원 그 자체를 갈망하게 되는 순간을 맞이한다.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면서 저것이 진짜 별인지 인공위성인지를 놓고 농담을 나누는 시대가 왔다고 하지만 사랑은 그렇지 않기를 바란다. 아, 이런 건 괜한 고민일까. 진짜 사랑이니 가짜 사랑이니 떠드는 건 사람들이고, 사랑 그 자체는 모조품이 존재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것이니 말이다. 그러니 있는 힘껏 사랑하면서 살고 싶다. 단번에 도달할 수 있는 지름길을 놔두고 우주 미아가 되어 떠돌다가 동사하기엔 인생이 너무나도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하기야 누군들 아깝지 않은 인생이 있을까. 영화 속에서 브랜드 박사로 열연배우 앤 해서웨이가 이렇게 말했던가? "나도 시간이 아까워요." 그 시간의 귀중함을, 좀 더 사랑하지 못한 시간의 안타까움을 직시하며 살아가고 싶다. 무엇이 될지는 모르지만, 마지막 순간 적어도 후회는 하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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