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토리텔링] 경상북도 울릉군 독도리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노래합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왜 독도가 우리 땅인가?' 혹은 '독도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라는 보다 구체적이고 근본적인 질문 앞에서는 머뭇거릴 때가 많습니다. 저는 지리 교사로서 독도에 대해 수업할 때,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감정적인 외침보다 그곳에 새겨진 과학적 진실과 가치, 그리고 주권의 무게에 대해 가르치는 것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맹목적인 애국심보다 논리적인 지식이 우리 영토를 지키는 더 강력한 무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번 장에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 동해의 외로운 섬이 아닌 든든한 거인으로 서 있는 독도에 대해 깊이 들여다보려 합니다.
혹시 제가 이 책의 서두에서 강조했던 문장을 기억하시나요? 바로 '섬은 산이다!'라는 말이죠. 독도야말로 이 전제를 가장 정확히 증명하는 섬입니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독도는 동도(98.6m)와 서도(168.5m)라는 두 개의 작은 봉우리에 불과하지만, 바닷속에 감춰진 독도의 진짜 크기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해저 바닥에서부터 측정한 독도의 진짜 높이는 무려 2,200m에 달합니다. 남한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1,950m)이나 지리산(1,919m)보다도 훨씬 높은 거대한 산이 동해 한복판에 우뚝 솟아 있는 셈입니다. 지질학적으로 독도는 약 460만 년 전부터 250만 년 전 사이에 해저 2,000m 지점에서 용암이 분출하여 형성된 화산섬입니다. 이를 통해 독도가 제주도(약 180만 년 전)나 울릉도(약 250만 년 전)보다 훨씬 이전에 형성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독도는 오랜 세월 파도와 바람의 침식을 받아 화산 특유의 원형은 많이 사라졌지만 수면 아래에는 여전히 거대한 해저산(Sea Mount)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독도는 거대한 동해의 평원 위에 솟아오른 세 개의 해저산 중 하나입니다. 독도가 위치한 '독도 해산' 외에도 인근에는 '심흥택 해산'과 '안용복 해산'이 나란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따라서 바다 위로 드러난 독도는 단순한 바위섬이 아니라 동해라는 거대한 바다 깊숙이 뿌리를 내린 웅장한 해저 산맥의 정점이자 정상인 것입니다. 우리가 딛고 서는 그 작은 바위는 수천 미터 아래서부터 쌓아 올린 대지의 경이로운 결과물입니다.
가끔 일본을 필두로 국제 사회의 일부에서는 독도를 섬이 아닌 암초(Rock)로 격하시키려 시도합니다. 이는 단순히 단어의 선택 문제가 아닙니다. 독도를 통해 대한민국이 가질 수 있는 해양의 권리를 통째로 부정하려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유엔해양법협약(UNCLOS) 제121조에 따르면 섬이란 '물에 둘러싸여 있으며 밀물 때에도 수면 위에 있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육지 지역'으로 정의됩니다. 독도는 동도와 서도를 비롯한 89개의 부속 도서가 모두 밀물 때에도 수면 위에 당당히 노출되어 있으므로 이 조건을 완벽히 충족합니다. 나아가 같은 조 3항에는 ‘인간이 거주할 수 없거나 독자적인 경제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암석은 배타적 경제수역(EEZ)이나 대륙붕을 가질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 조항 역시 독도는 당연히 충족합니다. 독도에는 현재 독도경비대원들과 등대 관리원, 그리고 실거주 주민이 상주하며 대한민국의 행정력이 미치고 있습니다. 1960년대부터 독도 주민이었던 고(故) 최종덕 님을 시작으로 김성도 님 부부 등 민간인이 실제 거주하며 경제활동을 해온 역사가 있습니다. 현재도 독도에는 경찰과 공무원들이 상주하며 대한민국 영토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독도에서 생활하며 주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이는 독도가 암초가 아닌 엄연한 '섬'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실질적인 근거가 됩니다. 영토는 한 국가의 주권이 미치는 범위로 육지와 섬을 모두 포함합니다. 따라서 독도 해안선 주변 12해리가 우리의 영해이며 그 기점으로부터 200해리까지가 대한민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입니다. 독도를 암초가 아닌 섬으로 정의하는 것은 단순히 섬 하나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그 주변의 광활한 바다와 그 속에 잠긴 무한한 자원, 그리고 국가의 해양 주권을 지키는 일입니다.
독도의 주소는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울릉도와 독도는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 공동체입니다. 두 섬 사이의 거리는 약 87.4km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맑은 날 울릉도에서 독도가 육안으로 확인된다는 점입니다. 지리학적으로 가시거리 내에 있다는 사실은 영유권 주장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근대 국제법에 따르면 맑은 날 육안으로 관측되는 섬은 ‘지속적 발견(Continuous Discovery)’에 해당하는 영유권의 근거로 인정받기 때문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이미 신라 시대 이전부터 울릉도에 올라 저 멀리 수평선 위에 떠 있는 독도를 보았을 것입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독도를 울릉도의 부속 도서로 인식하게 만들었습니다. 세종실록지리지 강원도 삼척도호부 울진현 조에 기록된 '우산(독도)과 무릉(울릉) 두 섬이 서로 멀지 않아 날씨가 맑으면 바라볼 수 있다'는 문구는 결코 우연히 적힌 것이 아닙니다. 이 기록은 조상들이 독도를 관측하고 그 존재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음을 증명하는 역사적 증거입니다.
반면, 일본에서 독도와 가장 가까운 오키섬에서 독도까지의 거리는 무려 157.5km나 떨어져 있습니다. 지리적으로 오키섬에서는 아무리 날씨가 좋아도 독도를 육안으로 볼 수 없습니다. 지리적 인접성과 가시성만 보더라도 독도가 대한민국과 일본 중 누구의 생활권에 속해 있었는지는 자명한 사실입니다.
독도는 동도와 서도, 그리고 89개의 작은 바위섬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두 섬 사이를 지나는 길에는 우리 역사를 지켜온 영웅들의 이름이 새겨진 도로명 주소가 있습니다. 먼저 동도에는 '이사부길'이 있습니다. 신라 지증왕 13년(512년) 우산국을 정벌하여 독도를 처음으로 우리 역사에 편입시킨 이사부 장군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이는 독도로 우리 영토의 확장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역사적 증거입니다.
서도에는 '안용복길'이 있습니다. 조선 숙종 때 평범한 어부였던 안용복은 일본까지 두 차례나 건너가 독도가 조선의 땅임을 당당히 설파하였고, 결국 일본 막부로부터 '울릉도와 독도는 일본의 영토가 아니다'라는 확답을 받아냈습니다. 안용복 길은 그의 용기를 기리는 이름으로 한 명의 평범한 국민이 국가를 대신해 영토 주권을 지켜낸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에게 큰 감동을 줍니다.
지형적으로 동도에는 독도경비대 막사와 등대, 헬기 착륙장, 접안 시설 등 주요 시설이 모여 있습니다. 반면 서도는 가파른 경사와 험준한 지형 덕분에 웅장한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서도에는 주민 숙소가 위치해 있습니다. 이처럼 독도는 단순히 지도 위에 위치한 작은 섬이 아니라 이사부 장군의 기개와 평범한 어부 안용복의 용기가 지금도 흐르고 있는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입니다.
독도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독도를 지키는 독도경비대를 군인으로 오해하곤 합니다. 하지만 독도경비대는 군인이 아니라 경북경찰청 소속의 경찰입니다. 그렇다면 왜 독도는 군인이 아니라 경찰이 지킬까요? 여기에도 매우 중요한 주권 행사의 논리와 치밀한 외교적 전략이 숨겨져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독도에 군대를 주둔시킨다면 그것은 우리 스스로 독도를 분쟁 지역으로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군대는 적과의 전쟁을 전제로 하는 집단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독도는 명백한 대한민국의 영토이며 당연하게도 우리의 주권이 미치는 곳입니다. 우리 땅의 치안을 유지하고 범죄를 예방하며 영토를 수호하는 것은 경찰의 당연한 직무입니다.
즉, 독도에 경찰을 배치하는 것은 이곳이 분쟁 지역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적으로 다스리고 있는 주권 영토임을 전 세계에 공표하는 가장 세련되고 강력한 방식인 셈입니다. 비록 독도경비대원들은 군인이 아니지만 그 어떤 군대보다 용맹하게 대한민국의 동쪽 끝 영토인 독도를 안전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그들이 입은 경찰복은 독도가 평화로운 대한민국의 영토임을 상징합니다.
독도 주변 바다는 차가운 한류와 따뜻한 난류가 만나는 조경 수역입니다. 영양염류가 풍부해 플랑크톤이 많고, 이에 따라 수많은 어족 자원이 모여드는 황금어장입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놀라운 것은 바다 밑에 숨겨진 자원들입니다. 독도 해저에는 미래 에너지의 보고로 불리는 '메탄 하이드레이트(Methane Hydrate)'가 다량 매장되어 있습니다. 메탄 기체가 수분과 결합하여 고체화된 이 자원은 연소 시 오염 물질 배출이 적어 '불타는 얼음'이라 불리며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비록 현재의 기술로는 채굴이 쉽지 않지만 미래의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독도는 대한민국에 엄청난 자산을 제공해 줄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독도를 지키는 것은 곧 우리 미래 세대의 에너지 자립을 지키는 일과도 같습니다.
독도는 또한 생태계의 보고입니다. 과거에는 수많은 '강치(바다사자)'가 독도의 바위 위에서 휴식을 취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의 무자비한 남획으로 인해 지금은 멸종되어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가죽과 기름을 얻기 위해 저질러진 그 학살의 역사는 독도의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지금은 '독도 새우'가 그 자리를 대신하며 전 세계에 독도의 이름을 알리고 있습니다. 도화새우, 가시배새우, 물렁가시붉은새우를 통칭하는 독도 새우는 그 맛과 품질이 뛰어나기로 유명합니다. 특히 2017년 한미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국빈 만찬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독도는 척박한 바위섬 같지만 바다를 통해 우리에게 끊임없이 풍요로운 자원을 내어주는 고마운 섬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동쪽에 위치한 독도는 우리나라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입니다. 새해 첫날이면 독도에서 가장 먼저 일출을 보려는 행렬이 이어지지만 독도는 쉽게 이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독도 근해는 수심이 깊고 바람이 거세며 파도가 높아서 일 년 중 배가 안전하게 접안할 수 있는 날이 150일 남짓에 불과합니다. 오죽하면 '독도 땅을 밟으려면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말이 생겼을까요.
저는 지리 교사로서 독도로 처음 향하던 날 배 안에서의 간절함이 기억납니다. ‘오늘 제발 독도 땅을 밟을 수 있기를!’ 원래 예약했던 배편을 기상 악화로 한번 변경한 이후에 가는 것이라 더욱 간절했습니다. 울릉도를 출발해 2시간 넘게 거친 파도를 뚫고 동진하다보면 저 멀리 독도의 형체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곧이어 선내 스피커에서 방송이 나옵니다. ‘오늘은 파도가 낮아 독도 접안이 가능합니다’ 배 안에 있던 모든 관객들이 마치 2002년 월드컵에 버금가는 환호성을 내지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동도 선착장에 발을 내딛는 순간 너나 할것 없이 모두 감격하며 그 땅을 밟았습니다. 저도 그 순간을 영상과 사진으로 기록했습니다.
독도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섬입니다. 그나마 가깝다는 동해안의 경북 울진 죽변면과는 약 216.8km, 경북 포항과는 304km나 떨어져 있습니다. 가장 멀리 떨어진 전남 신안의 가거도와는 무려 700km가 떨어져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이 많은 사람들이 이 멀고 험난한 길을 마다하고 독도까지 왔다는 사실, 더 나아가 우리가 독도에 길을 내고 이름을 짓고, 집을 집고, 살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독도에 쏟는 애정이 얼마나 깊은지 증명합니다. 이처럼 독도 여행에는 단순히 여행 이상의 감동과 의미, 그리고 우리 영토를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역사적으로 바다의 소중함을 일찍 깨닫고 그 가치를 선점한 민족은 늘 세계의 중심에 섰습니다. 독도는 대한민국이 누리는 해양 주권의 핵심적인 기점입니다. 독도는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나 명백한 대한민국 고유의 영토입니다.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에서 ‘일본이 강제 점령했던 영토를 반환한다’는 명제 아래 독도는 당연히 우리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현재 우리가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이 섬에 대해 누군가 터무니없는 억지 주장을 펼친다면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논리적인 지식과 확고한 주권 의식으로 맞서야 합니다.
독도는 단순히 지키고 보존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 국토의 정체성을 완성하는 소중한 일부입니다. 혹시 아직 독도에 가본 적이 없다면 언젠가 꼭 방문해 보시길 권합니다. 독도의 이사부길과 안용복길 위에서 우리 영토의 소중함을 온몸으로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그 머나먼 동쪽 끝에서 맞이하는 첫 아침의 햇살은 여러분의 가슴 속에 우리 영토에 대한 깊은 사랑과 자부심을 환하게 비춰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