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진 경력에도 봄이 오는가
그렇게 어렵게 결심한 퇴사
처음 1주일은 마냥 좋았고
그다음 1달은 조금 편했다.
하지만 3달이 되니 조금 심심해졌고
6개월이 지나니, 이렇게 지내도 되는 걸까 하는 의문과 함께 불안감도 함께 몰려들었다.
엄마의 퇴사도 마찬가지였다.막상 육아에 전념하다보면 처음에는 내가 아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들에 감사하고 지금 여기, 엄마로 존재함이 기뻤다. 그런데 아이가 조금씩 손에서 벗어나 홀로 걷고, 뛰고, 연필을 쥐고, 친구들과 모여 놀게되는 성장의 순간에 엄마의 마음에도 불꽃이 피어오른다.
우선 아이가 어린이집에 무사히 적응하고 안정기에 접어들면 잠자고 있던 욕망의 불씨가 다시 피어오른다. 물론 집안일이 산처럼 쌓여있긴 했지만, ❛직장 나가면 도우미 이모님 비용은 감당할 수 있을 것 같고,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돌아오면 퇴근시간까지 몇 시간만 누가 도와주면 좋겠는데...❜라는 욕심이 생기기 시작한다. 만일 잠시 쉬었던 직장에 복직할 생각이라면 이 시기가 적기일 수 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복직을 하기는커녕 다니던 직장도 다시 생각해야 하는 시기를 맞이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는 시기가 되면 마음이 또다시 들썩거린다. 초등학교와 달리 중학교 하교 시간은 조금씩 늦어진다. 7교시까지 있는 날은 4시 반~5시는 되어야 집에 도착하기도 한다. 학원에 다니는 경우에는 간식이나 저녁을 먹고 아이들은 다시 집을 떠난다. 아이의 학습 습관과 생활 습관이 잘 잡혀있다면 엄마는 다시 무언가를 하고 싶은 마음이 강해진다. 하지만 이 시기의 가장 큰 어려움은 ❛무슨 일을 하지?❜에 관한 문제를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전에 하던 직종으로 돌아가자니 받아줄 곳이 없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엔 자신이 없어진다. 또한 아이들의 인생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대학입시도 치러야 하므로 삶의 가치가 자녀와 가정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나, 완벽주의 성향으로 여러 가지 일에 힘을 분산시켜 처리할 수 없는 경우라면 이 시기에도 직장생활을 다시 시작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직업활동을 다시 시작할 마지막 기회가 오는 시기는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순간이다. 직장을 그만두는 가장 큰 이유가 육아, 자녀 양육이기도 하지만 아이가 학령기에 접어들면 가장 큰 관심사는 아이의 성적, 학교 생활로 확장되어 간다. 그 모든 일련의 과정의 일차적 마침표는 대입 입시를 마친 후에 찍어진다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엄마에게 자유가 주어짐에도 불구하고 그 여유가 오히려 두려움이 되기도 한다. 아이의 독립을 지지하는 엄마들이 다수이지만, 모든 에너지를 자녀에게 쏟고 삶의 가치가 지나치게 자녀에게 집중된 엄마라면 상실감을 경험하는 경우가 있다. 대학생인 자녀를 중심으로 학부모 모임을 지속하거나 학점을 잘 주는 수업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가며 그 역할을 지속해 나가는 방향으로 역할 상실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도 한다.
❝다시 직업을 가진다면 그 시기는 언제가 좋을까?❞라는 막연한 물음에 <아이가 대학에 입학하면>이라고 스스로에게 대답했다. 퇴사를 결심하고 아이가 성장하는 하루하루를 놓치지 않고 함께 하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만약 일은 한다면 아이가 학업을 마친 그 즈음이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때가 되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었다. 수많은 우리의 어머니들이 그 시기에 공허한 기분을 느끼며 빈둥지 증후군을 경험하셨고, 막상 일하시려고 하면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의 격차는 너무도 커져 있었다.
다시 시작하게 될 인생 2막의 직업은 분명히 이전과는 달라야 했다. 그렇기때문에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준비하고자 하는 마음보다는 당장 뭔가 하고자하는 마음이 앞서기도 한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 직업을 갖지 못할 것 같은 불안과 두려움도 함께 몰려오기도 한다.
그러한 불안과 두려움은 대개 성급한 결정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하나의 실패담을 남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