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는 연령에 상관없이 직장인들의 주된 관심사이다.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경험한 엄마들 역시 자녀의 성장과 더불어 직장생활의 지속 여부를 두고 비슷한 고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고민에 대한 결과는 모두 같지 않다. 모든 엄마가 직장을 떠나 <전업맘>이 되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이러한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물론 다양한 물리적, 경제적 환경에 따른 차이도 있겠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더 깊은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직장도 이미 그만뒀는데 그 이유는 알아서 뭐하나?’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마음을 무겁게 누르는 무언가를 찾아내어 충분히 다루지 않는다면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영향력은 생애과정에서 경험하는 선택의 순간마다 불쑥 등장하여 그 힘을 발휘할지 모른다.
첫 번째: 성향
만일 집에 있는 화장실에 휴지가 떨어졌다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사놓은 예비 휴지도 다 떨어진 상황이다)
같은 상황이지만 반응은 매우 다를 수 있다. 다양한 반응이 있겠지만, 크게 A와 B로 나눈다면 어느 쪽에 더 가까운 편인가?
A라는 사람은 “아! 이런! 휴지가 딱 떨어졌네” 하며 물이나 다른 도구(?) 해결한 후 집 앞 편의점에 가서 휴지를 사 올 것이다. 약간 짜증 나는 상황이지만 ‘집에서 일어난 일이니, 불행 중 다행’이라고 여기며 가볍게 넘길 수 있는 하나의 사건이 될 수 있다.
B라는 사람은 이 상황에 대한 짜증보다는 휴지가 떨어지지 않게 미리 챙기지 못한 자신에게 화가 나는 경우이다. 이런 사람들은 완벽주의 성향을 보일 수 있고 집안에서 필요한 물건들이 떨어지지 않도록 미리 준비해 놓아야 마음이 놓인다. 직장 생활을 하는 경우 다른 사람에게 일을 부탁하거나 지시하기보다는 자기가 하는 것이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B의 반응을 나타내는 엄마라면 직장생활과 집안 살림, 육아를 병행하는 것에 많은 스트레스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도 저것도 확실히 하는 것 없이 대충 하며 버티는 느낌이 들고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육아를 완벽하게 하겠다고 결심하기도 한다.
두 번째: 삶의 가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가?‘ 이러한 생각 역시 우리의 결정에 중요한 영향력을 지닌다. 이러한 것을 <삶에 있어서 우선적 가치>라 할 수 있고 이는 삶의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어떠한 가치를 최우선에 두는 가에 대한 성찰은 ’나‘ 자신을 알아내기 위해 의미 있는 작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떠한 가정에서는 부부의 돈독한 관계가 가장 중요한 가치일 수 있고, 때로는 자녀와의 관계가 가장 의미 있는 가치일 수 있다. 이러한 삶의 가치를 제3세대 인지치료, 수용전념치료(ACT)를 창시한 헤이즈(Hayes) ¹ 는 10가지로 분류하여 제시하였다. 가족의 구성원과 관련된 가치 이외에 경제적 요소, 직업, 자기 성장 등등 또한 자신의 삶에 가장 중요한 방향이자 목적일 수 있다. 이러한 가치는 자신이 결정하고 그 의미를 설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세 번째 : 원가족에서의 경험
원가족에서의 부모님과의 경험 역시 우리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종종 원가족과의 관계와 현재 자녀와의 관계가 별개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다양한 연구에서 부모의 양육태도, 가족의사소통, 가치관 등은 자녀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만일 자신의 어머니가 직업 활동을 하셨다면, 그것이 ’나‘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감정적인 부분을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어머니가 직업 활동을 하시는 것이 어린 시절에 너무 싫고 힘들었다면, 부모가 되었을 때 자신은 자녀에게 그 반대의 부모 역할을 해주고 싶을 수 있다. 또는, 어머니의 직업 활동이 오히려 자랑스러운 생각을 가지고 성장했다면 전업맘을 선택하기보다는 직장맘을 선택하고자 할 수 있다. 반대로 어머니가 자신을 위해 직업 활동을 포기하시는 모습을 보았고 그 부분이 너무 좋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성장했다면 결정의 순간에 '엄마의 역할은 전업맘으로서 살아가는 모습'이라는 암묵적 판단을 내리게 될 수 있다.
경력이 단절되고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마음이 점차 무거워지고 그 결정의 원인을 환경 탓으로 돌리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다.
❛양가 부모님이 아이들을 좀 돌봐주셨더라면...❜
❛아이들이 연년생이 아니었더라면...❜
❛내 직업이 좀 더 전문적인 것이었더라면...❜
하지만 그것들이 변명이었고 힙리화였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이미 이해하고 있었을 것이다.
경력이 단절된 이유는 자신의 성향과 기질, 삶의 가치, 원가족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한 <나의 결정>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선택에 대한 책임 역시 자신의 몫인 것이다.
<틈새 심리학>
제3세대 인지행동치료인 수용전념치료(ACT)의 창시자 헤이즈(Hayes) ¹ 는 가치를 <선택한 삶의 방향>이라 하였습니다. 즉 인생의 흐름에 있어서 개인의 가치에 따라 많은 선택을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때 제시된 인생의 주된 삶의 가치는 아래와 같습니다.
1. 부부/친밀한 관계
2. 자녀양육
3. 가족관계(부부, 자녀 이외의 가족)
4. 우정, 사회적 관계
5. 직업, 경력
6. 교육, 훈련, 개인적 성장과 발달
7. 레크리에이션, 여가
8. 영성
9. 시민권
10. 건강, 신체적 안녕
출처: 『 마음에서 빠져나와 삶 속으로 들어가라』(스티븐 헤이즈 등 지음, 학지사,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