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몇 번째 위기에서 무너지셨나요?
지난해 통계청은 2020년 4월을 기준으로 한 ❛2020년 경력단절여성 현황❜을 발표하였다. 경력단절여성의 수가 지난해보다 11% 이상 감소했다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우리가 주목할 것은 경력단절여성 중 구직을 단념한 이는 지난해보다 16% 이상 늘어났다는 것이다.
처음 일터를 떠날 때, ❛곧 돌아올게~❜라는 생각을 굳게 다진다. 하지만 그 발걸음을 돌리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통계적 수치는 아마로 이러한 혹독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경력단절여성을 연령층으로 나누어 보자면, 예상대로 30~39세가 46.1%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였고 40~49세는 38.5%로 뒤를 이었다. 경력단절여성의 80%이상이 30세와 49세라는 이야기다.
❛우리에겐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 스스로에게 던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데 1초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통계청 발표한 <일을 그만둔 이유>는 육아 42.5%, 결혼 27.5%, 임신과 출산 21.3%, 가족 돌봄 4.6%, 자녀교육 4.1% 순으로 나타났다. 결국 육아, 결혼, 임신과 출산, 자녀교육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이유였다.
개인적으로 경험하는 예외적 상황은 언제나 존재하지만, 생애과정에 있어서 직업활동을 다시 고민하게 만다는 순간은 아마도 임신과 출산, 육아로 인한 어려움을 겪을 때 일 것이다. 결혼, 임신과 출산의 단계를 무사히 넘긴 여성들조차 순간마다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 앞선 고비를 무사히 넘겼다 해도 방심할 수 없다.
우리에게는 몇 번의 위기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강력한 멘탈을 가진 경우에도 몇 번의 위기를 경험하게 되면 버틸 수 있는 에너지를 상실하기도 하기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첫 번째 위기
가장 강도와 빈도는 낮지만 출산 휴가를 마친 이후 깊은 고민을 하게 된다. 철저하게 육아에 대한 계획을 세우지 못한 엄마들은 이모님을 쉽게 구하기 힘들다는 사실에 혼란을 겪게 된다. 또한 부모님 찬스만 믿고 있는 경우에도 몇 개월 지내다 보면 부모님이 편찮으시거나 갈등이 일어나 남에게 맡기는 게 나을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기도 한다. 만약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거나 다른 일을 찾고 있는 경우라면 차라리 엄마가 아이를 양육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는 결심으로 퇴사를 하기도 한다.
두 번째 위기
아이가 자라서 낯을 가리고 엄마와 분리되는 것에 대한 불안이 생기고 의지를 강하게 표출하게 되는 시기가 되면 엄마의 괴로움은 몇 배 커지게 된다. 아침마다 ❝엄마, 회사 안 가면 안돼? 잉잉 나보다 그게 더 중요한 거야? 엉엉엉❞ 한바탕 눈물 젖은 이별 장면이 펼쳐진다.
이때 학창 시절의 기억 속에 흐릿하게 존재했던 지그문트 프로이트 ¹가 등장한다. 인간의 성격은 생애 초기에 형성되며 이때 형성된 것은 평생을 두고 바꾸기 힘들다는 말이 머릿속에서 둥둥 떠다닌다. 원초아, 자아, 초자아로 구성된 성격이 구조화되고 자의식이 생기며 이때 초자아의 기능으로 도덕성의 발달이 시작되는 시기를 남근기라고 했고 아이가 한참 어린이집, 유치원에 가야 하는 시기이다. ❛아이의 성격이 발달하고 있는 바로 지금! 우리 아이의 성격이 엄마 때문에 잘못되면 어쩌지...?❜라는 생각으로 걱정이 쌓여가기도 한다. 사실은 엄마의 마음속 초자아가 일어나 ❛이기적인 엄마!❜ 라며 엄격한 잣대로 도덕적 심판을 내리는 것일지 모르지만, 결국 그러한 생각은 사직서를 쓰게 되는 발단이 되기도 한다.
세 번째 위기
앞선 단계를 무사히 넘겼다면 무척 다행이지만 만일 앞서서 육아휴직으로 인한 2년의 찬스를 이미 사용했다면 세 번째 위기는 버티기 힘들지도 모른다.
아이가 초등학교를 입학하는 시기가 왔기 때문이다. 이때의 가장 큰 문제는 일단 너무 일찍 집에 온다는 것이다. 입학 초기에는 1,2 교시로 적응을 해야 하고 안정적 과정을 지났다고 해도 12시 전후로는 집에 도착한다. 아니 대부분 학교 앞으로 데리러 가거나 사교육비를 들여 태권도 학원 찬스를 써야 한다. 아이를 돌봐주시는 분이 계시더라도 엄마가 챙겨야 하는 부분이 더 다양해진다. 초등 저학년에는 알림장 내용을 선생님께서 인쇄하여 붙여주시기도 했었다. 하지만 퇴근 후 그 알림장을 확인하면 그다음 날 준비하기 어려운 것들이 생겨나기도 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앱을 통해 그날의 준비사항이 부모에게 전달된다. 많은 부분에서 부모와 학생을 위한 배려를 위해 시작된 방식이지만, 아이가 고학년이 되면서 스스로 챙겨야 하는 부분을 학습해가는 과정을 습득하지 못하고 온전히 부모의 책임으로 돌아가는 역효과를 경험하기도 한다.
사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본격적인 사회생활이 시작되면서 학생 스스로가 필요한 준비물, 숙제를 챙기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알림장 앱을 통해 부모에게 숙제와 준비물이 전송되는 이러한 절차를 악용하여 책임을 부모에게 넘기는 일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선생님께 전화를 받는 날이면 ❛내가 직장 다닌다고 무심해서 그런 건 아닐까...❜하는 죄책감이 발동하고 혹시 첫 학교 생활에서 못 챙기는 부분이 있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가득 쌓이기도 한다.
마지막 위기
아이들의 사춘기, 입시 준비 시기가 되면 엄마의 회사생활에도 고민이 찾아든다. 사실 아이들을 돌보는데 물리적인 어려움이 그리 많지는 않다. 대신 아이들의 학교 생활, 입시문제 등등으로 인한 정신적 압박과 부담감이 채워진다. 아이들이 정체성이 형성되며 자리를 잡아가는 대신 엄마의 사회에서의 지위가 흔들리는 경우도 있다. 육아휴직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아이마다 2년씩 꽉 채워서 쉬고 복귀하게 되면 아무래도 회사 내의 승진이나 연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환경이라면 너무도 감사하지만, 이 시기의 연차가 되면 ❛내가 이 회사에서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올라오기도 한다. 더구나 아이들 입시가 다가오면 엄마도 덩달아 입시생이 되는 현실 세계에서 엄마 스스로의 앞날과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된다. 아이가 대학입시를 마친 후 여유를 즐기거나 제2의 삶을 살기 위한 준비로 은퇴하기도 한다.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이유로 우리는 직장을 떠나게 된다.
결혼과 출산을 경험하는 생애주기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면 많은 엄마들이 이러한 위기들을 공통적으로 경험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엄마들이 직장을 떠나 전업맘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 그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인가?
그 해답은 좀 더 깊은 내면에서 찾을 수 있었다.
<틈새 심리학>
지그문트 프로이트 ¹의 심리성적발달이론
프로이트는 생애 초기를 인간의 성격 형성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 하였습니다. 성적 에너지, 즉 리비도가 각 시기별로 특정한 기관을 통해 배출된다고 하였고 이를 5단계로 구분하였습니다.
1단계: 구강기 (출생 ~18개월)
입을 통해 욕구를 표현하고 만족을 경험하는 시기. 이때 욕구가 좌절될 경우 성인이 되어 먹고 마시는 것에 집착하거나 흡연이나 음주로 이어질 수 있음.
2단계: 항문기 (18개월~ 3세)
배변활동이 가장 중요한 시기이며 이때 성공적인 배변 경험을 함으로써 만족감을 경험하게 됨. 이때 지나친 통제를 경험하게 되면 자기중심적 성격이나 강박적 성격이 나타날 수 있음.
3단계 남근기 (4~5세)
생식기관에 에너지가 집중되는 시기로 이때 이성 부모에게 애정을 느끼고 동성 부모에게 경쟁관계를 느낄 수 있는 시기. 이때 이러한 마음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동성 부모와 동일시하며 닮아가기도 함. 이 시기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과도하게 애정을 구하거나 친밀감을 거부하는 성격으로 성장할 수 있음.
4단계 잠복기 (6~12세)
성적 에너지가 집중되는 부위가 없는 휴식기. 이 시기는 대부분 학령기에 해당되며 사회적 활동을 시작하면서 성적 욕구는 승화되고 본능을 조절하는 능력을 키워 자아가 발달되는 시기.
5단계 성기기 (12세 이후)
다시 성적 에너지가 성기에 집중하는 단계로 청소년 후기부터 성인까지의 시기를 말함. 타인과의 상호적 만족을 추구하고 타인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것을 배워가는 단계. 연령이 증가하면서 저절로 도달하는 것이 아니며 프로이트는 이를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이상적 단계라 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