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준비기: 첫 번째 직업과의 완전한 이별

by 쿙그민

두 번째 직업을 찾기 위한 첫 번째 시도는 그렇게 실패로 끝났다.


❛왜 자영업을 선택했던 것일까?❜

이유를 찾아야 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었나?❜

❛내가 잘하는 일이었나?❜

대답은 ❛아니오❜였다.


준비 없이 무모했던 도전을 가능하게 한 것은 첫 번째 직업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착각 때문이었다. 마음속에 혼자만의 <보험>을 들어두고 있었던 것이다.



첫 번째 직업은 광고기획자였다. 광고대행사 AE였고 그다음에는 외국계 회사의 광고주 자리로 옮겨가 일했다. 광고의 꽃은 광고 기획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고, 광고 주님의 비위를 맞춰야 하는 힘든 자리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퇴사를 하고 남편을 따라 해외에 갔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니 헤드헌터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이런 저런 자리를 제안했다. 자리도 연봉도 꽤 마음에 들었다. 단지 아이들이 양쪽 다리에 침을 흘리며 걷기 연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 해결과제였다.


그런 제안을 주는 전화를 받을 때면 기분이 좋았다.

❝아직 살아있네! 애들만 좀 더 키워 놓으면 어디든 나가서 일은 할 수 있겠다.❞

그런 다짐과 위안으로 하루의 육아를 버티기도 했다.


하지만 점차 제안하는 전화가 뜸해졌고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하던 해에 받았던 제안은 조건도 상황도 이전과는 매우 달랐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에요. 여기도 신생 회사라 광고주 경력 있으신 분 원하는 거지, 이젠 더는 힘들어요. 복귀할지 어쩔지 결정하셔야 해요 ❞ 이전과 같은 조건으로 복귀한다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하고, 같은 업계로 가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두 번째 직업을 찾겠다고 선언하고 자영업도 경험하긴 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첫 번째 직업에 복귀한다는 환상을 보험처럼 가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환상을 깨고 현실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두 번째 직업을 찾는 것도 절실하지 못했다.


이제 첫 번째 직업과 이별을 해야 할 시간이다.

더 이상 감각의 날이 살아있는 20대도 아니고 능력을 갖춘 30대도 아니었다.

동글동글 경단녀로 살아가면서 감각을 잃지 않겠다며 무뎌진 날을 갈고 닦는 중년을 마주하고 있었다.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생각의 흐름을 바꿔 과거가 아닌 미래로 이동해야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지금의 나보다 십 년 후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과연 있기는 한걸까? 모든 것에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러한 고민에 대한 위안을 카텔과 존의 지능이론에서 찾을 수 있었다. 우리가 생각했던 일반적인 지능, 즉 학습능력, 기억력과 같은 기능은 나이가 들수록 쇠퇴하는 것이 몸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감퇴하지 않고 유지 또는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은 정말 희망적인 신호였다. 지능을 유동지능과 결정지능으로 구분하였는데 이때 결정지능¹ (crystallized intelligence)은 환경, 문화적 상황에 따라 후천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속하는 영역은 어휘, 언어이해, 논리적 추리, 상식 등이었다. 사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해할 수 없던 것들이 납득되거나 보이지 않던 앞뒤 상황이 보이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모든 정신적 능력이 감소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 직업 찾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잘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찾기로 했다. 그것이 이전과 전혀 다른, 새로운 영역일지라도 결정지능을 발휘해서 도전해보겠다는 의지와 용기가 필요했다.


두 번째 직업을 찾기 위한 준비과정은 끝났다.

이제 본격적인 탐색과정이 필요했다.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꼭 찾아야 했다.

이번에 선택한 직업은 꼭 마지막 직업이 되길 빌며!


<틈새 심리학>

미국의 심리학자 레이먼드 카텔과 존 혼은 인간의 지능을 유동지능(fluid intelligence)과 결정지능¹ (crystallized intelligence)로 구분하였습니다. 유동지능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지능의 요소로 지각, 일반적인 추리능력, 기계적인 암기 능력을 말하며 이는 유전적인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반면 결정지능은 후천적인 경험, 직업, 교육 등에 의해 발전되는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언어에 대한 표현과 이해 능력, 포괄적인 이해 능력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죠. 나이가 들수록 모든 지능의 영역이 감퇴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적어도 우리의 노력으로 유지, 발전시킬 수 있는 영역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정지능.jpg 출처: 심리학의 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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