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김석용
누군가의 봄이 되어주는 일 / 에세이 김석용
살다 보면 누군가의 계절에 스며들게 되는 순간이 있다.
의도하지 않아도, 때로는 스쳐간 인연 하나가 누군가의 오랜 겨울을 녹이고, 잊고 지낸 마음을 다시 피어나게 한다.
그건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어떤 감정이다.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문득 떠올려지는 사람.
마치 봄처럼.
그런 사람이 되는 일. 나는 그 길 위에 서 있다.
누군가에게 나는 어떤 계절이었을까.
바쁜 하루, 혼자 밥을 먹고 돌아서며 문득 스친 이름 하나,
오래전 힘들었던 시절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준 사람 하나.
그 조용한 손길 하나가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
내가 누군가에게 그렇게 남아 있다면, 참 다행스러울 일이다.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기댈 수 있는 사람.
함께 있을 때 불편하지 않고, 눈을 마주치면 마음이 놓이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어가는 일이야말로, 나이 들어간다는 것의 가장 따뜻한 증거다.
어떤 날은 내 안의 봄조차 메말라 있을 때가 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누군가를 위해 따뜻해지려고 애쓰는 순간, 내 안에도 다시 햇살이 번진다.
봄은 늘 먼저 나에게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누군가에게 되어줄 때* 다시 나에게도 돌아온다.
오늘도 나는 생각해본다.
나는 지금 누구의 봄이 되어주고 있을까.
그리고 누군가는 또 나에게 어떤 봄이 되어 다가오고 있을까.
그 모든 관계가 흘러가는 삶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계절이 되어
다시 살아내고, 다시 피어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봄이 되어주는 일, 그건 결국 내가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가장 고요하고 단단한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