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김석용
내가 사랑한 모든 것들
세월이 흐른 자리에 남은 것은 화려한 순간도, 대단한 성취도 아니었습니다.
조용히 곁을 지켜준 사람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창밖에 스미던 햇살,
무심한 듯 건넸던 따뜻한 말 한마디, 문득 떠오르는 오래된 풍경.
내가 사랑한 것들은 손에 쥘 수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삶의 한가운데서 문득 돌아보면,
오랜 시간 곁을 지켜준 가족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아침마다 부엌을 따스하게 채우던 밥 냄새,
힘겨운 하루 끝에 말없이 건네는 미소,
소리 없는 안부와 걱정, 그 모든 순간이 저를 단단하게 붙잡아 주었습니다.
계절마다 모습을 바꾸는 나무와 풀꽃들,
지친 마음을 적셔주던 빗소리,
해 질 무렵 붉게 물든 하늘.
그 안에서 저는 늘 위로받고, 때론 다시 용기를 얻었습니다.
자연은 제게 아무 조건 없이 사랑을 건넸고,
저는 그 사랑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작은 인연, 지나가는 일상의 소소함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우연히 만난 눈빛,
오래된 책장을 넘길 때 나는 종이 냄새,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깊어지는 생각들,
그 속에서 저는 ‘살아 있음’을 새삼 느꼈습니다.
내가 사랑한 모든 것들은 늘 곁에 있었습니다.
그것들은 거창하지 않았고,
소리 없이 내 삶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사랑이란,
크게 외치지 않아도
오래도록 곁에 남아주는 것일지 모릅니다.
그래서 오늘도 저는
내가 사랑한 모든 것들을,
조용히, 그러나 깊이,
마음에 담아봅니다.
-글/김석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