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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멀끔 Jul 21. 2024

40대 중년남 오징어 탈출 공략집 3 : 헬스장(1)

전략 급선회! 뇌를 비우고, 몸부터 혹사시켜 보자.

나는 행복을 좇지 말고 고통을 먼저 없애라는 말을 듣고 시도를 해보려 하다가 그것이 오히려 더 깊은 대공사가 필요한 것이며 이 행복 찾아 삼만리 투쟁의 끝판왕임을 직감하고 전략을 급선회했다.


아후 쫄보새키.라고 하실 분도 있으시겠지만 나도 좀 살아야 할 것 아닌가.



넝마 같은 갑옷이라도 한 장 없이 빤스만 입고 돈키호테처럼 덤벼 들면 시작부터 가루가 될 것이 뻔하기에 나는 전략을 급선회하기로 한다.


그냥 뇌를 비우고 하면 되는 걸로 시작하자.


우선 몸을 혹사시켜보기로 한다.


음.. 몸의 혹사라면 역시 웨이트 트레이닝 - 헬스 아닐까.



오오케이.

헬스장에 등록하고 PT를 끊기로 한다.



솔직히 처음 헬스장에 등록을 하려 할 때도 약간 망설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나는 몸이 그렇게 좋은 편도 아니고 사실은 좀 멸치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차라리 몸이 좀 뚱뚱하면 덩치라도 있어 보이지 수많은 덩치맨들 사이에서 앙상한 팔다리로 바들바들 얼마 안 되는 무게를 치면서 갤갤대고 있을 걸 생각하니 좀 쪽팔릴 것 같기도 하고.. 뭐 그런 느낌?


근데 어쨌든 지금으로서는 다른 출루가 없다.


그냥 이어폰 끼고 혼자 줄장창 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들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약간의 기대와, 


래부터 궁극적인 목적은 몸을 혹사시키면 무언가 멘탈의 평화를 좀 더 얻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었기에 그냥 하기로 한다.


PT도 등록을 했는데,

PT는 가격이 그렇게 만만찮은 편은 아니다.


다만 헬스장마다 무슨 신년 이벤트, 크리스마스 이벤트, 가족의 날 이벤트라고 해서 미끼상품처럼 헬스장 중장기 등록과 동시에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PT 몇 차례를 서비스로 주는 곳이 많으니 잘 찾아보면 되긴 한다.


나의 헬스장 등록 기준은 딱 한 가지였다.



집에서 무조건 가까울 것.



조조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았던 조조군 역대 최고의 참모 순욱이 조조가 황제를 넘는 권력을 탐할 때, 천하를 안정시키고 한 황실의 부흥을 위해 조조를 도왔던 순욱은 실질적으로 조조에게 반기를 표현했고,


그를 회유하려는 조조에게 이런 말을 한다.


"명공(조조)이 신(순욱)을 알듯이, 신도 명공을 알고 있습니다."

= '어차피 한 황실을 섬기려는 마음은 없지 않습니까'    


응. 어차피 헬스장이 아무리 궁궐 같이 좋아도 멀면 안 갈 거잖아.


나는 나를 안다.


그러다 또 며칠 지나면 가기 귀찮아서 그렇게 흐지부지 되다가 다 도루묵이 될 것이다.


그래서 조금은 후지지만 최대한 가까운 헬스장에 등록을 하기로 한다.

물론 이제 와서 보건대, 중장기적으로 보면 그래도 머신들이 좀 좋은 곳으로 가는 것이 효과는 확실히 좋긴 하다.


암튼,


헬스장의 분위기는 생각처럼 그렇게 온통 근육맨들의 향연은 아니니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나 같은 평범한 아저씨들, 혹은 호리호리한 젊은이들 많다.


그리고 심지어 근육쟁이 헬스 고인 물들도 정작 남들이 뭐하는지, 멸치가 왔는지 뭐 저 사람이 얼마 드는지 이 딴 거는 태생적으로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 사람들은 오로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인 사람들이다.


그냥 덤덤하게 자기 루틴을 차곡차곡 쌓아가면 된다.


굳이 PT를 받은 이유는 두 가지가 있었다.

당연히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근육을 고립시켜 타깃부에 성장할 수 있는지 배우는 게 주목적이겠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첫 번째는,

일단 한두 푼도 아니고 비싼 PT비용을 위해서라도 매주 정기적으로 한동안 반 강제적으로라도 헬스장에 가게 될 것이라는 것.


두 번째는,

보통 헬스의 운동법 핵심 원리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타깃부에 어떻게 하면 정확히 힘을 줄 수 있는지와 하나는 어떻게 하면 다치치 않을 수 있는 가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의욕충만하게 얼추 정자세 비슷하게 하다가도 일정 횟수가 넘어가면 힘이 빠졌지만 오기로 하나 더 할 때 안전자세의 기본이 안 돼있으면 허리 같은 엄한 부위로 밀어붙이다가 부상을 입고 몇 달 쉬어야 할 대참사가 일어날 수 도 있다.


물론 설렁설렁하면 되긴 하는데 하다 보면 목표한 횟수와 무게의 마지막까지 쥐어짜 내겠다는 오기가 생길 때가 있고, 사실 그렇게 해야 좀 근육이 는다.


처음 갔을 때 무거운 중량을 못 치는 것보다 더 답답한 것은 자기 몸 근육을 마음대로 못쓰는 것이다. 의외로 그냥 대충 들었다 놨다 하면서 조금씩 무게만 늘리면 될 것 같지만 그게 그렇지가 않다.


예상외로 운동을 할 때 처음에는 자세에 대해 정신 집중을 해야 한다.  


아마도 운동 배우면서 제일 많이 듣는 첫 번째 관문은 견갑 잡기일 것이다.


트레이너는 자꾸 날개 뼈를 안으로 오므려 버티거나, 오므렸다 밖으로 올려 펴 움직이라고 하는데 도무지 무슨 감인지도 안 오고 하려고 해도 되지도 않을 것이다.


이건 계속 신경 써서 하다 보면 언젠가는 된다. 그쪽 언저리 근육에 어느 정도 힘을 줄 수 있고 나름 그러면서 유연성이 생기는 단계가 돼야 하니 자꾸 견갑 모으라고 종크 먹어도 일련의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니 조급해할 것 없다.


그냥 무게만 들었다 놨다 하겠거려니 하는 생각이었는데

사실 처음에는 근육도 잘 못 움직여, 힘은 딸려, 어쩔 수 없는 등신 기간이 있긴 하다.


그 와중에 PT 트레이너와 약간 묘한 신경전 같은 것이 생길 수도 있다. 본인은 엄청 열성적으로 가르쳐주고


"자, 이제 이 부분에 자극이 쫘악쫙 들어가시죠?!!!!"


라고 호쾌하게 물어보는데 솔직히 나는 긴가민가해서 뜨뜻미지근하게 반응할 때도 있다.


아니 내가 잘 못 느꼈다는데 거짓말로 말하기는 내 돈 내고 배우는 건데 좀 그렇지 않은가.


그러면 엄청 답답하다는 리액션을 받을 수도 있다.


아후 이런 몸치 새키 뭐 이런 느낌?  


근데 이건 어쩔 수가 없다.


사실 그 부분에 자극이 들어왔어도 다른 근육들도 같이 쓰다 보면 잘 못 느끼게 되는 경우도 있고,

자세가 처음에는 어색해서 허우적 대는 느낌이 들 수도 있으니 혹 종크를 먹어도 당당하길.


물론 매너를 지키면서 유쾌하게 풀어가면 금상첨화다.


적당한 짬밥이 생겨야 뭐든 스무스해진다.


다만, 항상 트레이너가 이야기했던 자세를 생각을 해야 한다. 나중에는 그냥 몸에 배서 하게 되지만 처음에는 정자세에 익숙해질 때까지 집중을 해야 하고 과감히 몸이 안 따라주더라도 그렇게 해보려고 해야 한다.


그 차이가 의외로 크다.      

 

헬스장 다닌 지 1년이 다 된 지금인 나도 잘 안 했던 운동은 지금도 엉망이다.


자 어쨌든 그렇게 저렇게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조금은 더 행복해지고, 몸도 근육맨이 되었을까?


헬스장 1년, 내가 느낀 그 허와 실을 솔직하게 낱낱이 말씀드려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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