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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도쿠 Mar 31. 2020

아침에 일어나는 게 너무 싫다

아침잠이 많은 편이다. 아침에 일어날 때가 세상에 그 어떤 것보다도 가장 괴롭다. 알람이 울려서 한 번에 일어나는 법이 없다. 몸을 이리저리 뒤치다꺼리다가 겨우 간신히 눈을 뜬다. 잠을 가시게 하기 위해 기지개를 크게 켠다. 이것으로 충분치 않은지 또다시 잠이 몰려온다. 이번에는 몸을 뒤집어 고양이 자세를 취한다. 그리고 그 상태로 또 잠이 든다. 그렇게 잠이 들면 허리가 매우 아프다.


서른이 넘어서 아침에 일어나는 것을 가장 싫어하다니 애도 아니고 누군가는 흉을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어떡하란 말이냐.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하는 것도 결국 나인 것을. 아침에 일어나는 것을 그리 싫어하는 내가 타 직종보다도 빨리 출근해야 하는 것은 금융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일이기도 하다. 지금은 다행히 8시 반까지 출근하면 되지만, 2년 전까지만 해도 항상 7시까지 출근이 일상이었다. 아침 6시에 가까스로 일어나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한겨울에 코끝에 스치는 찬 공기를 마시며 따뜻한 주머니에 손을 쿡 집어넣고 출근하면서 회사 가기 싫다는 생각도 참 많이 했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출근이 1시간 30분 늦춰졌다는 것은 생각보다 삶의 어마어마한 변화를 이끌어낸다. 아침은 5분도 아까운 시간이다. 이때 1시간 30분이나 더 잘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행복한 일이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을 그렇게 싫어하던 내가 수없이 많은 출근을 했고, 이제는 어느덧 5년 차가 되었다. 


여전히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싫다. 한결 같이 그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그 전과 확연히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때는 '출근하기 싫다' 정도에서 이제는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일을 찾아야지'하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그간 삶에 대한 용기가 생겼달까. 스스로가 원하고 좋은 쪽으로 삶의 방향을 움직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타인의 기준으로 어른스럽지 못해서, 게으름뱅이 같아서 혹은 이 회사 아니면 다른 길은 없을까 봐 눈치를 보지 않는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내 삶은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갈 것이다. 최대한 아침에 늦게 일어날 수 있는 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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