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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도쿠 Jul 07. 2020

가장 내 마음을 파고든 말

여느 날보다 일찍 눈이 뜨였다. 방문을 여니 부모님 식탁에 앉아 계신 모습이 보였다. 나도 자연스레 식탁에 가 앉았다. 요새 특히 회사생활이 힘들었던 나는 슬며시 퇴사 얘기를 꺼냈다. 부모님 모두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지만, 표정이 무덤덤한 엄마와 달리 아버지의 표정은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은 표정이었다. 내가 힘들다는데 무엇이 그리 못마땅한 거지. 슬슬 부아가 치밀어올랐다.


"아버지는 아들이 힘들어서 퇴사하겠다는데 뭔가 마음에 들지 않나 봐요?"


마음이 상하여 말이 곱게 나갈 수가 없었다. 비아냥거리는 투로 던졌다. 아버지는 언성이 높아진 채로 무어라 반박했다. 그런 것도 못 참으면 나중에 어쩌고저쩌고 하는 말이었다. 지금 내가 힘들다는데 꼭 그래야만 하는 것인가. 평소라면 나도 그냥 거기서 대화를 끝냈을 텐데 강하게 맞섰다. 그러다가 결국 큰 소리가 오가게 되었다.


"아니, 가족이 왜 위로는 못해줄망정 큰 소리를 치냐고요!!"


엄마는 나와 아버지를 말렸지만, 아버지도 나도 쉽사리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았다. 끝내 대화의 끝을 보지 못하고 나는 방문을 닫고 바로 들어가 버렸다. 나는 지금껏 살면서 아버지에게 소리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감정을 주체 못 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웬만하면 그냥 지거나 수긍했지만, 이번만큼은 나도 대들고 말았다. 쉽지 않은 회사생활로 업무량에, 상사에 자꾸 치이면서 내 마음도 분노를 표현할 곳이 필요했다. 다만 방향이 너무나 엉뚱한 곳이었다.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의자에 앉아 심호흡을 했다. 시간이 지나자 점점 후회되기 시작했다.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화풀이를 하다니. 나의 장점은 신속하다. 사과는 빠를수록 좋은 것이라 생각하여 결코 미루지 않는다. 안방으로 가 슬쩍 문을 열었다. 열린 문 틈새로 우두커니 앉아 있는 아버지가 보였다. 살며시 다가갔다. 그리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다. 그때 아버지도 뭔가 미안하셨나 보다. 갑자기 내 손을 잡더니 약간 눈시울을 붉히며 말씀하셨다.


"아들아, 내가 미안하다. 네가 태어났던 날이 나는 인생에서 가장 기쁜 날이야. 그때 나는 진짜 생명도 줄 수 있다고 다짐했는데. 나는 네가 선택한 길에 절대로 방해가 되지 않을게."


퇴사를 하고 싶다는 내게 화를 낸 것이 내 미래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셨나 보다. 나도 눈시울이 붉어져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내 인생에서 들은 말 중 가장 내 마음을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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