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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도쿠 Jun 29. 2020

왜 자꾸 잘하고 싶어하는걸까

삶이 한 번도 쉽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언제나 어느 순간을 통과하는 지점에서 예기치 않게 어려움이 찾아왔다. 그게 돈이었던 적도 있고, 사람이었던 적도 있었으며, 가족이나 연인일 때도 있었다. 마냥 평탄하게만 흘러가지 않는 것이 바로 인생일 것이다.


주변에서 봤을 때 나는 타인을 의식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어학이나 인턴 등 스펙을 쌓아야 하는 시기에도 오히려 나는 영화 제작, 연극, 자전거 일주 등 다양한 활동에 도전했으며 걱정스런 타인의 시선이나 우려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하고 싶은 대로 살다가 주변의 걱정들을 잠식시켜줄 만큼 결국 멋지게 취업도 했다.


솔직히 말한다. 하고 싶은 것을 한 것은 맞지만 아무런 계산 없이 뛰어든 것은 아니었다. 그것들이 남들과 차별화될 수 있는 스펙이 될 것이란 사실을 일찍이 느끼고 있었다. 그러니 남들에게는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말하면서 정작 나는 취업을 위한 스펙들을 은연중에 준비하고 있었단 얘기다. 무조건 대기업에 가고 싶었다. 높은 연봉이나 안정성보다는 그런 곳에 입사했다는 것을 주변에 보여주고 싶었다. 인정 욕구였을 것이다. 가진 것이 없는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현재에 없었고, 그나마 희망을 건 것은 나의 미래밖에 없었다.


다행히 부모님의 나에 대한 기대와 나의 목표는 일치했다. 다행히 일치한 만큼, 아무런 방해 받지 않고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 그 기대와 목표는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퇴사하고 싶다. 창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지만, 일단 지금은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회사생활에 지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도저히 주변의 시선과 기대를 무시할 수 없다.


미래를 위해서 지금 퇴사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퇴사하면 또 다시 먹고 사는 현실적인 고민에 봉착할 것을 알고 있다.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할 만한 것도 생각해두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든다. 아니, 그냥 힘들어서 그만두면 안 되는 것인가. 그동안 주변의 기대에 맞춰 잘해왔는데 이제는 좀 못해보면 안될까. 나는 언제나 잘해야만 하는 사람인걸까.


나는 멋있게 보이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주변에 결코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다. 실제로 그렇지 않지만 언제나 똑똑하고 대단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하는 욕망도 있다. 그런데 이제 좀 내려놓고 싶다. 지치기 시작한다. 조금 못해도 나를 사랑해줄 사람은 많다. 잘해야만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왜 자꾸 잘하고 싶어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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