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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도쿠 Jul 11. 2020

책을 꼭 읽지 않아도 되는 이유

"책을 꼭 읽어야 하나요?"


아는 동생이 내게 물었다. 내가 다독가는 아니어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기에 그런 질문을 던졌을 것이다. 단호하게 그럴 필요 없다고 했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책을 읽은 사람이 읽지 않은 사람에게 책의 내용에 대해 말해주면 되기 때문이다. 그것도 어떻게 보면 나눔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남과 나누어 가지는 것이다. 다행히 물질과는 달리 나누면 나눌수록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서로의 생각이 합쳐져 비약적으로 커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그렇게 책의 내용을 토대로 대화의 빌미가 생긴다. 할 얘기가 없다고 생각해서일까. 생각보다 대화를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요즘은 입으로 말하기보다는 눈으로 말하는 시대가 되었다.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다 스마트폰의 액정만 쳐다보기 바쁘다. 카페에서 연인이 서로를 눈 앞에 두고 스마트폰만 보고 있을 때가 참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럴 때 한쪽은 책을 읽고 한쪽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책의 내용을 전달하는 과정이 함께 하는 시간을 대화로 채워준다.


대화는 사실 다르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대화의 본질은 다름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알고 있는 것이 다른 상황에서 서로 간의 오해를 좁혀가고 이해를 넓혀가기 위해 대화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모두 똑같다면 대화를 할 필요가 없다. 상대방이 생각하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것과 동일할 테니 말이다. 한쪽이 책을 읽었고, 한쪽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그것은 이미 다름의 시작이다. 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다름을 알아가기 위해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책을 읽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매우 협소한 의미로 얘기했을지도 모른다. 책의 장점은 말 한마디로 쉽게 표현할 만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도 결국 대화이다. 그것도 한 사람과의 정말 진하고 깊은 대화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래도 한 권 읽는데 평균 3시간 이상은 걸리지 않을까. 그렇다면 작가와 3시간 동안 열심히 대화한 것이다. 그 대화를 통해 배운 것이 있다면 새로운 사람에게 그것을 전달해주면 된다. 그런 행동들이 지속적으로 반복되어 알고 있는 것이 점차 확대되어 나간다면, 사람들은 무언가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될 것이다.


알게 되면 이해하고, 이해하면 공감하고, 공감하면 배려하고, 배려하면 좋아진다. 좋아지다 보면 결국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사랑이야말로 대화의 궁극적 목표이다. 그리고 그 대화의 시작은 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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