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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도쿠 Jan 23. 2021

기꺼이 힘듦을 각오하는 태도

한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입양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아이를 갖는 방법에는 꼭 출산이 아니더라도 입양도 좋은 방법이라는 내용이었다. 나도 적극 동의하지만 막상 실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친구의 작은 아버지는 오래전 입양을 결심했다고 한다. 20년을 알았던 친구인데 사촌 동생이 입양되었다는 얘기는 처음 들었기에 궁금증이 생겼다.


친구의 작은 아버지도 넉넉한 형편이어서 입양을 한 것은 아니었다. 경찰관에 재직 중이시고 특히 사회봉사에 관심이 많아 주말마다 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을 돌보았다. 그러다 한 아이가 눈에 밟혔고 입양을 하기로 결심했다. 이미 두 자녀가 있었지만 아내를 포함한 가족들 모두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것도 대단한 일인데 더욱 놀라웠던 것은 평범한 아이가 아니라 자폐증을 가진 아이를 입양했다는 사실이었다.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직접 겪어보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어느덧 십여 년이 흘러 그 아이는 성년의 나이가 되었다. 어느 정도 의사소통은 가능하지만 부모의 도움 없이 사회생활을 하기는 힘들다고 한다. 그럼에도 작은 아버지와 아내 분은 친자식처럼, 아니 어쩌면 친자식보다도 더 아낌없이 사랑을 주고 있다. 자신 없이는 독립적으로 살 수 없는 자녀를 둔 부모의 마음을 감히 다 헤아릴 수는 없다.


최근 한 판사의 인터뷰가 다시 재조명되는 일이 있었다. '아이 상태가 어떻든 간에 아이에게 무언가를 기대해서 입양해서는 안 된다. 입양은 말 그대로 아이에게 사랑과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아무런 조건 없이 제공하겠다는 다짐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우리의 삶은 힘들다. 내가 잘못하지 않아도 세상은 나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기 때문이다. 어떨 때는 하루하루 살아내기가 참 버겁기도 하다. 그럼에도 기꺼이 힘듦을 각오하는 태도는 어디서 오는 걸까. 심적으로, 경제적으로 결코 쉽지 않았을 선택을 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인생을 효율적으로 살고 있는 내게 많은 물음을 던져준다. 어느 순간부터 일도, 관계도, 돈도 효율적으로 생각한다. 어떻게 해야 손해보지 않을 수 있을까. 세상의 모든 것은 정확히 딱 계산하듯 주고받는 것이 아닐 텐데 마치 나만의 엑셀에 세상을 집어넣은 느낌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차마 힘듦을 각오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삶의 겁쟁이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는 두 손이 빨개지도록 열심히 박수를 보내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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