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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도쿠 Jan 08. 2021

달을 올려다보며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보면서 생각한다. 여기 나 말고도 어디서 누군가 달을 올려다보고 있지 않을까. 혹은 1,000년 전 어떤 이도 여기 이 공간에서 달을 올려다보지는 않았을까. 달을 매개로 시공간을 뛰어넘어 형언하기 어려운 심상을 공유하는 느낌이다. 그렇게 서로 연결된 듯한 기분이 들 때면 삶이 참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나처럼 달을 올려다볼 이를 떠올리면 적어도 밤하늘을 바라볼 이유 하나는 더 생긴 셈이다.


달을 보노라면 한 순간 '보고픔'이 찾아온다. 그리움과는 비슷하면서도 뉘앙스가 조금 다르다. 그리움이 옛 것을 회상하는 향수 같은 느낌이 있다면 보고픔은 말 그대로 지금 당장 보고 싶은 마음이다. 둘 다 당장 실현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존재한다. 내 보고픔이 상대에게 전달되어 우리가 어떤 매개로 연결된다면 얼마나 낭만적일까.


스마트폰은 시대를 뒤흔든 물건임에 틀림없다. 스마트폰을 통해 우리는 모든 것이 연결될 수 있다. 이제는 Iot(Internet of Things)을 넘어 Eot(Everything of Things)로 나아가는 시대이다. 우리가 상상하는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될 수 있다. SNS 또한 매우 강력한 연결의 매개체이다. 몇 가지 정보만 있으면 어느 순간 묻혀버린 인연들을 모두 수면 위로 끌어올릴 수 있다.


여느 때보다 연결이 강력하고 두터워진 시대이지만, 여느 때보다 연결이 주는 낭만은 많이 사라졌다. 휴대폰이 없던 시절, 당연히 메신저도 없고 집 전화도 가족의 눈치를 봐가면서 했던 시절에 연인들은 어떻게 연결이 될 수 있었을까.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어 보이지만 사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그들의 연결고리였을 것이다. 달이든, 밤하늘이든, 길가의 가로등이든 무언가를 보고 서로를 떠올린다면 그들은 스마트폰 없이 연결될 수 있었다.


휴대폰의 등장은 연결을 매우 쉽게 만들었지만 또 한 편 익숙하게 만들어 버렸다. 상대의 목소리는 언제나 들을 수 있는 흔한 것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흔한 목소리 안에 새로운 해석을 담는다면 연결은 충분히 새로워질 수 있다. 한 광고인의 말마따나 익숙한 '여보세요'란 흔한 말이 '여기 보세요'란 의미를 담고 있다면 매우 특별해지는 것이다. 여기를 봐달라는 말은 상대의 관심을 갈구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 상대는 보통 나의 관심이 먼저 가닿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관심이 가는 상대는 당연히 보고 싶기 마련이다.


상대에게 연락이 오지 않는 밤. '여보세요'란 말로 응수할 수 없는 날. 그럴 때면 달을 올려다본다. 관심이든, 사랑이든, 누군가를 생각하는 마음이든 우리는 달을 보면서 또 다른 누군가를 연상한다. 시공간 넘어 달을 올려다보는 사람은 한 번씩 누군가를 떠올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문득 김용택 시인의 시구절이 하나 떠오른다.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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