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의 하입보이요
10Km 마라톤을 앞두고 요즘 달리기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어제는 처음으로 7Km를 45분 정도에 달렸다. 목표시간에 조금 부족하지만, 7km를 쉬지 않고 달렸다는 점에서 만족했다. 마라톤 얘기를 한다고 하면서, 소제목에 유행이 지나버린 밈 ‘뉴진스의 하입보이요’ -심지어 사용하면 욕을 먹을 수도 있는- 를 적은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할 수 있겠다. 뉴진스 관련 밈을 적은 이유는 마라톤을 하면서 반복했던 생각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니, 뭔 갑자기 뉴진스야?? 마라톤과 뉴진스가 무슨 상관인데??”라고 말할 사람들을 위해, 먼저 뉴진스와 관련된 일화를 적어보겠다.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는 군인의 90%는 공감하겠지만, 군대에 들어가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이돌을 접하게 된다. 훈련소에서 아이돌 뮤비를 보며 열광했던 추억이 하나 정도는 있을 것이다. 그전에 아이돌을 하나도 몰랐더라도, 군인이 되면 아이돌이 삶의 비타민으로 자리 잡게 된다. 나 역시 그러한 군인 중 한 명이었다. 조금 부끄럽지만, 웬만한 아이돌 노래나 멤버 이름은 관등성명처럼 바로 튀어나온다. 프로미스나인으로 시작해 에스파, (여자) 아이들, 르세라핌 등등… (군 생활의 큰 활력이었던 모든 아이돌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여하튼, 뉴진스는 내가 마지막으로 푹 빠졌던 아이돌 그룹이다. ‘말년 병장의 유일한 활력’이라고 외치면서 다녔던 과거가 스친다… 특히, 운동할 때 뉴진스의 노래를 자주 들었다. 그리고 무거운 무게를 들어야 하는 순간, 무조건 뉴진스의 노래를 틀었다. 운동을 같이 하던 형한테, ‘잠깐만, 나 뉴진스 노래 좀 틀고 올게요.’하고 말하고 보조를 받아 무거운 3대 운동을 하곤 했다. 그렇게 어느 순간, ’가장 힘이 드는 순간에는 뉴진스의 노래를 듣는다 ‘와 같은 습관이 생겼다.
그렇게 뉴진스의 노래를 듣는 습관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매일 달리기를 할 때마다 플레이리스트를 새로 만드는데, 그중 뉴진스의 노래가 빠졌던 적은 없다. 뛰면서 힘든 순간, 종종 뉴진스의 노래를 들으면 신기하게 힘이 나곤 한다. 팬심도 있겠고 일종의 루틴 같기도 하다. 뭐가 됐든, 이러한 자그마한 루틴 내지 유희는 삶을 조금 더 다채롭게 만들어 준다. 언젠가, 유현준 교수의 “행복해지려면 공간에 규칙을 만들어라.”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러한 관점을 삶으로 확대해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 같다. 자신의 삶에 여러 규칙을 부여하는 일은 일상을 더욱 풍성하게 해 준다. 거창해도, 혹은 아주 사소한 규칙이어도 좋다.
또한, 언급했듯이 나는 달리기를 하기 전에 매일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고 있다. 어떤 날에는 신나는 노래만 듣기도 하고, 또 밴드 음악만 듣는다. 방금은 날씨가 조금 더워, 여름 노래로 플레이리스트를 가득 채웠다. 뛰기 전에, 그날의 기분 혹은 취향에 맞게 곡을 짜는 일은 굉장히 즐겁다. 노래를 듣는 것이 좋아서 달리기를 준비하는 날도 있다. 만약, 이러한 습관이 없었더라면 달리기를 준비하는 과정이 조금 지루해졌을지도 모르겠다. 힘든 달리기와 함께하는 노래, 그리고 그것을 준비하는 작은 즐거움은 달리기 전체의 귀찮음과 고됨에 크게 영향을 준다. 작고 사소한 규칙이 만들어내는 즐거움은, 삶을 풍성하게 해 주고 때로는 삶의 고됨마저 잊게 해 준다. 조금 다른 맥락이지만, ‘작은 기쁨이 이룩해 내는 엄청난 역할이 놀랍다(…) 슬픔보다는 기쁨이 그 밀도가 높기 때문이다.‘라는 신영복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최근에, 달리기 그리고 일상에서 작고 사소한 규칙을 만드려고 한다. 그리고 그러한 규칙이 만들어내는 즐거움과 행복의 힘을 여실히 느끼고 있다. 그렇다고, 너무 많으면 귀찮아지니, 적당히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한다… 달리기 하기 전에 준비하는 규칙이 10839개, 아침에 일어나서 하는 규칙이 1093개면, 그것만 하다가 하루가 끝나지 않겠는가. 어쨌든, 달리기를 하면서 작고 사소한 규칙의 대단함을 몸소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뉴진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