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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 possible Mar 27. 2016

김, 이, 박 씨였으면

흔한 사람을 찾아요

죄라도 지은 듯 고개를 떨군 여자와

거침없이 젓가락을 입에 가져가기 바쁜 또 다른 여자.

상반된 분위기의 그녀들이 한 테이블에 앉은 이유는요.

쩔쩔매는 여자가 연애를 시작했다고 알리기 위해서 랍니다.


프로필 브리핑을 마치고 한 소리 듣겠구나 싶었는데

들려오는 반응은 단순한 긍정 "잘됐네."


기죽어 있던 여자는 그제야 반찬을 집어 먹으며

목소리에 생기가 돌죠.

"사진 찍은 거 봤는데 

지훈 씨 친구들 중에 훈남 많더라. 말만 해.

네가 원하는 스타일로 딱 준비해줄게."


"됐거든." 

"그러지 말고 말해 봐. 

언제까지 혼자 있을 거냐.

소개해주면 만나보기라도 해라.

잘돼라고 사귀라고 하는 거 아니잖아."


연애에 빠진 이들은

솔로인 주변 사람들을 가만히 못 두는 법이죠.

핑크빛 세상이 아니면 지옥이라 여기는

친구에게 여자는 마지못해 설명합니다.

미래의 남자친구는 이래야 한다고.




"키는 말이야.

커도 안되고 작아도 안 돼.

대한민국 남자 평균 신장 정도.

많은 사람들 속에 서 있어도 큰 경사가 지지 않는 높이.


얼굴은 잘생겨도 안되고 못생겨도 안 돼.

개성 없는 얼굴 있지?

어딜 가나 있을 거 같아서

한 번 보면 까먹는 얼굴.


이름은 평범했으면 

되도록 김, 이, 박 씨였으면 좋겠어.


훗날 그립거나 생각이 난대도 친구 찾기가 

과부하에 걸릴 수 있도록. 

희미했던 지난날의 얼굴이 새삼 또렷해지는 순간을 

몰래 자주 탐하지 못하도록."



벽지 무늬 같은 사람을 찾는 여자 때문에

친구는 속이 상합니다.

눈이 피로할까 무채색에 몸을 숨긴

작고 작은 무늬가 연속된 벽지라니요.

있는 듯 없는 듯 유령 같은 사람을 찾아달라니요.


"야! 너 진짜 이럴 거야?

아직도 그 사람 그렇게 못 잊겠니.

두고 봐. 네가 말한 절대로 평범한 남자,

내가 붙여 줄 거니까."



사랑하는 이를 만나면 

숲이었던 사람이 한 그루의 나무가 되는 거

잘 알지만요. 

한 그루의 나무를 다시 숲으로 돌려놓는 건 

힘든 거예요.


흔하고 많아서

콕 집어 찾기 어렵다면

잊기 쉬울까요.


잊기 쉬운 사람을 찾아요.

단 하나뿐이었던 그대가

그저 그런 사람으로 빠르게 변해버릴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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