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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 possible Apr 01. 2016

벌어진 틈은 누구의 탓도 아니야

양치를 하다가

'아, 찝찝해'

캐러멜을 먹은 것도 아니고

커피를 마신 것도 아닌데

양치를 해도 찝찝했어.


화장을 했는데도 안 한 거 같고

세수를 했는데도 안 한 거 같고.

뭘 해도 도로아미타불.

'왜 했지?' 하는 헛수고할 때 있잖아.


상쾌하기는커녕

입안에 여운이 남아서

이와 이 사이를 괴롭히는 느낌. 


양치질을 대충한 건가

치약이 별로인 건가

개운하지 못한 원인을 찾다가

장을 보러 마트에 갔거든.


이런저런 먹을거리를 사고 생필품 코너를 지날 무렵,

치약과 칫솔을 묶어서 파는 기획상품이 눈에 들어온 거야.

이때다 싶어 장바구니에 담았지.


저녁을 먹고 다시 양치할 순간이 왔을 때

새로 산 것들을 꺼냈어.

치약은 아직 많이 남아서 

칫솔만 바꿨는데, 놀랬어.


설렁설렁 닦았는데

새거라 그런지 솔이 구석구석 잘 닦이더라고.

점심엔 느낄 수 없었던

비로소 양치를 했구나 싶더라고.



3.3.3 법칙 알지?

하루 3번, 식사 후 3분 이내, 3분 동안 

양치질을 해야 한다고 어릴 때 배우는 거 있잖아.

그렇게만 하면 이가 썩을 일은 없다고.


저 규칙을 꽤 열심히 지켜도 

치과는 가게 되더라고.

한 번쯤 치과에서 울어 본 기억 다들 있잖아 왜.


3년을 만나면서

하루 3번 짬짬이 통화하려고

싸워도 3일 안에는 화해하자고

우리도 노력했는데.


그렇게만 하면 너와 나는 

이대로 영원할 거 같았는데.

늘 하던걸 똑같이, 열심히 

한다면 달라질 건 없는 게 맞다고.


어렴풋이 우린 깨닫고도 있던 거 같아.


갔던 곳을 가고

보던 것을 보고

먹던 것을 먹으려고 노력해도


느끼는 건 같을 수가 없구나.

자꾸 풀지 못한 문제가 생기는 

부족한 마음은 어쩔 수 없겠구나.

채워지지 않는 갈증은 계속되겠구나.



어젯밤까지 쓰던 칫솔을 버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


더 이상 깨끗하게 닦지 못하는

벌어진 칫솔.


그게 칫솔 탓은 아닌 거잖아.

시간이 지나면 벌어지고 헐거워져서

마침내 수명을 다하는 것. 그건 자연스러운 거잖아.


그러니까 우리 사이 벌어진 틈은

누구의 탓도 아닌 거야.


잘못을 따지고

책임을 떠미는 건 그만하는 거야.


칫솔을 바꾸는 것.

그 간단한 일에 용기를 내보는 거야.

그거면 우리, 아파하는 걸 멈출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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