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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 possible Apr 14. 2016

육지에 사는 물고기의 시간

기다리면 떨어지는 감기처럼

숨을 쉬는 게 힘든 날이 있다.

누군가 내가 들이마실 산소를 뺏어가는 거 같아서

말을 하는 게, 사람들 속에 섞이는 게 버거울 때가 있다. 


자연스러운 어울림에 호흡곤란을 호소하다니, 이상한 사람 내지는 나약한 사람으로 

비칠지도 모를 일.

하지만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는 공감의 미덕이 

모두에게 언제나 진리가 될 순 없다.


물을 적응하지 못하는 물고기.

바닷속에서 옹기종기 살아갈 수 없는 물고기도 있을 것이다.


임경선 작가는 산문집 <나라는 여자>에서 이런 말을 했다.


누구에게나 인생에서 그냥 묵혀내야 하는 시간이 있다.
살기 위해 죽은 듯이 살아내야 하는 시간. 



홀로 육지에 나온 물고기는 시간이 필요했다.

물속 친구들과 잘 어울리기 위해서, 아가미로 숨을 쉬기 위해서.

딱딱한 땅을 딛고, 따가운 공기를 마시면서 '죽은 듯이 살아내야 하는 시간'을 선택한 것이다.

언젠가 돌아갈 그 날을 위해서, 외롭고 고단한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남들이 무심코 던진 말들에 쉽게 상처받는다거나, 호의나 걱정이 담긴 말들조차 아닌 걸 알면서도 

비뚤게 들린다면, 내가 약해진 거다. 나의 면역력이 떨어진 것이다. 

함께였던 바다를 벗어나 손을 놓고 뭍으로 올라가 볼 때이다.





가장 잘 걸리고 잘 낫는 질병인 감기. 

태어나 우리가 먹는 약들 중에 어쩌면 제일 많이 먹지 않았을까 싶은 감기약.

그래서인지 몸이 으슬으슬 추워질 때부터 약을 챙겨 먹어도 감기가 떨어지지 않기도 한다.

내성이 생긴 까닭이다. 

반복적으로 먹은 약들이 도리어 약효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때로 우리는 아파도 참는다.

머리가 아프고 열이나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린다.

하루, 이틀, 일주일... 그저 시간이 지나가길, 바이러스가 스스로 힘을 잃길. 

묵묵히 바라다보면 우리 몸은 점차 정상적인 상태에 들어서고, 

마침내 혼자 하는 회복을 경험하게 된다.





우리는 자생력을 가지고 있다. 

부러 희망과 용기를 타인에게서 찾지 말아야 할 때가 있다.


약해진 나를 바로 잡는 시간, 괴로움에 저항하는 시간을 기다려 주는 것.

수많은 감기를 겪어낸 자신을 믿는 것.

육지에 사는 물고기의 시간에 인색하지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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