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지나친 인연
보고 싶은지 안 보고 싶은지 모르겠는 사람이 생겼다.
나는 그 감정의 실체를 알고 싶었는데, 그래서 과연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를 명확하게
말하고 싶었는데, 쉽지가 않았다.
그 사람을 볼 때면 동물병원 앞을 지나는 느낌이 들었으니까.
우리 동네 지하철역 3번 출구에서
200m가량 직진을 하다 보면 나오는 동물병원.
나는 애완동물을 키우지도 않고,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라서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동물병원을 가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 동물병원에서 조금만 더 가면 매운 떡볶이를 맛있게 하는
분식집이 있기 때문에 가끔 지나칠 경우가 생긴다.
그때마다 투명한 유리벽을 통해 하얀 요크셔테리어나 갈색 푸들을 보곤 했는데.
온몸을 덮은 부드러운 털은 한 번 만져보고 싶었고,
푹 퍼져서 낮잠을 자는 모습은 사랑스러워 보이기도 했었다.
오며가며 귀여운 동물을 한참 구경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떡볶이가 아니면 찾지 않을 거리, 그 길목에서 느낀 순간의 감정은
강아지를 키우고 싶게 만들 크기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보고 싶어서 자꾸 생각나는 것도 아니니까.
내가 강아지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건 아주 큰 비약이니까.
몇 번 마주친 사람이 있다고.
볼 때마다 조금 꽤 오래 시선이 머물렀다고.
그냥 그게 다라고.
그게 다인데, 나는 어떻게 해석하면 좋냐고.
친구가 말하길
맞는 거 같은데 놓게 되고, 아닌 거 같은데 잡게 되고.
사람과 사람 사이 인연이란 게 그런 거 같다고 했다.
"예능프로 봐, 아메리카노인지 까나리카노인지 먹기 전까진 몰라.
겉으로 볼 땐 그게 그거니까.
확신 5% 우연 95%
내손에 든 게 아메리카노 이겠거니, 바라는 수밖에.
아무것도 고르지 않으면 어떤 것도 마실 수 없어."
나와 그 사람 사이를 규명하려고 노력하기보다
내 마음의 갈피를 잡는 게 먼저라는 생각.
나는 지금 누군가를 보고 싶어 하는가.
보고 싶다는 감정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가.
그렇담 나는 예스였고, 그 사람의 동그란 안경 프레임이 7%의 확신을 가져다주었으므로
인연이란 복불복 뚜껑을 열어보기로 했다.
어쩌면 인연은 참 별게 아닐지도.
인연의 시작은 어쩌다 동물병원을 지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