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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 possible Apr 27. 2016

괜찮아요 봄이니까

질문해도 몰라도 이유는 봄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고 결정하는 건 

순간순간 정성을 다하고 있다는 의미가 되지만

그래도 가끔은 오지 않을 미래를 물어봐 주었으면 싶을 때가 있다. 

'나중에~'로 시작하는 질문은 꼭 나이 제한이 있는 것만 같아서.



환승을 하기 위해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어느 모자의 대화를 듣게 된 것은.

다섯 살쯤 돼 보이는 꼬마의 옷깃을 여미면서 아이의 엄마는 물었다. 

"우리 아들은 커서 뭐 될 거야?" 

그리고 이어진 아이의 대답은 "생각해 보고 알려줄게. 아직은 몰라."




공무원이 나왔으면 사회 탓을 했을 거고, 

가수가 나왔으면 오디션 프로 탓을 했을 거였다. 

몰래 엿듣던 내 귀도 쫑긋하며 긴장을 했는데, 

모르겠다는 대답이 썩 마음에 들었던 거 같다. 


모른다는 건 알고 싶다는 것이니까. 

알고 있다는 건 더 이상 궁금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니까.


대학에 갈 때까지 수많은 어른들이 재촉할 질문. 

그 답을 일찍부터 알고 있다는 게 과연 행복한 걸까.


무언가 되고 싶다는 마음만 꺼트리지 않는다면

 지금 종착역을 모른데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나비가 될지, 새가 될지 모르고서 애벌레는 열심히 고치를 지었으니까.

그리고 마침내 한 마리 나비로 날개를 펼 수 있었으니까.



계절과 계절 사이 우리는 이런 질문을 자주 주고받는다.

어떤 계절을 좋아하냐고. 


벚꽃이 만개하는 봄,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여름, 

책 읽기 좋은 가을, 눈 내리는 겨울


저마다의 이유를 가지고 비교적 쉽게 하나의 계절을 꼽는데, 

질문을 살짝만 바꾸면 고르기가 상당히 어려워진다.

어떤 계절이 되고 싶나요?


주어진 보기가 네 개란 것은 변함이 없지만 어쩐지 쉽지 않다.

바람의 꼬리가 되어 부드러운 꽃잎과 낙화하는 기분은 어떨까.

수증기로 떠있다가 찬 구름을 만나 눈의 결정체로 변하는 느낌은 어떨까.


무언가 다른 것으로 변화한다는 상상만으로 놀랍다가 

각각의 장단점을 따져보면서 고민에 빠진다.


되고 싶다는 마음은 언제나 어려운 게 아닐까.


수잔 비소네트는 오래전 벌써 그 고민에 대한 답을 이렇게 내린 듯하다.

낙관주의자란 봄이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다.


모든 것을 긍정하는 계절인 봄. 

무엇을 하든 모든 것에 이유가 되어 주는 봄.


소용없는 질문도 봄이니까.

답을 몰라도 봄이니까.


하나도 쓸데없지 않은 봄이라서

이 계절 우리는 봄이라서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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