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래동화 같은 100-44
#책과강연#백백글쓰기#14기#전래동화
연말에는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을 위해 동화잔치를 준비했다. 한 해 동안 잘 마무리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의미를 부여한다. 두 달 전부터 동극, 인형극, 마술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동극과 인형극에 맞는 동화를 선정하는 일도 참 많은 시간을 고심하게 한다.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기 때문에 우리도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다. 그해 연말 동화잔치에 인형극을 맡았다. 1인 극으로 무대에 올라가야 했다. 부담감이 양어깨를 눌렀다. 설악산에 있는 울산바위가 내 마음을 누르는듯했다. 제목은 전래동화'방울 소리'다. 아이들에게 시각적 효과를 위해 얼굴에 수염을 그리고 패랭이 모자를 쓴다. 흰 니트에 생활 한복 조끼와 바지를 입고 시대를 표현했다. 호랑이와 토끼는 손가락 인형으로 아이들의 시선을 휘어잡고 이야기는 시작된다.
개인적으로 아이들에게 전래동화를 읽어주는 것을 좋아한다. 어떤 어른들은 전래동화가 시대에 맞지 않은 요소들이 많아서 진부적이라고 한다. 물론 틀리지 않은 말이다. 세상에 모든 것에는 단점 이면에는 장점이 있기 마련이다. 무엇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우리의 고유정서가 스며 있다. 권선징악, 충, 효, 의리를 강요한다고 하지만 사람 냄새나는 따뜻함이 있어 좋다. 가늠할 수 없는 수백 년 세월 동안 전해져 내려온 베스트셀러 작품이다. 재미와 호기심이 군데군데 잘 숨어 있는 구성이 탄탄하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외워서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다 보면 책을 읽는 것과는 또 다른 맛이다. 세월이 흘러도 크게 변하지 않은 아이들의 호기심과 웃음 포인트는 크게 변하지 않음이 신기할 따름이다. 탄탄한 힘이 느껴지는 이야기 전개에 나도 아이들도 푹 빠져 버림은, 결코 허투루 볼 만큼 허술하지 않은 구성이다. 동화를 구연하면서 애드리브를 첨가해서 재미를 극대화하는 것은 나의 몫이었다. 강약을 조절하면서 아이들이 상상을 자극한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아이들의 눈동자가 별빛처럼 더 반짝이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오면 힘이 더 났다.
어쩌면 내가 더 시라서 이야기 속에 푹 빠져들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