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는 100-54
#책과 강연#백백글쓰기#14기#산수유
동네 어귀에 유난히 빨간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한 발자국 더 다가가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산수유 열매다. 가을 서리를 맞아서 그런지 살짝 얼은 듯하지만 더 붉게 익어 있다. 주변에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겨진 탓인지 붉은 자태가 더 돋보인다. 이렇게 열매가 주렁주렁 열렸어도 아무도 관심이 없나 보다. 큰 도로 바로 옆에서 매연과 소음에 스트레스받아서 위태로움을 느꼈나 보다. 나무는 생존의 위태로움을 느끼면 더 많은 열매를 맺는다고 하던데... 혹시 그런 이유는 아닐까! 바라보는 마음이 애틋해진다. 약효성분이 많다고 알려져 있는 산수유는 수확되지 않은 채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외면당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무난할듯하다. 가지마다 빼곡히. 틈도 없이 열려서 가지가 휘어져 있다. 주인이 있었다면 수확의 기쁨을 맞이했을 것 같다. 주인이 없다고 해도 '저 산수유나무가 대로 옆이 아니고 산속에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짐작해 본다. 이미 약재로 쓰임을 당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아무 손도 안 탄듯한 모습이 안쓰럽다. 어쩌면 저 나무는 산수유나무로 큰 도로 옆에 심어진 것이 아니라 산수유 꽃나무로 심어진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도심에서 봄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노오란 꽃나무로 할 일을 다 하고 열매는 덤이라고 해야 할까! 열매가 아니라 빨간 꽃으로 명분을 이행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겨진 이 계절에. 빨간 열매는 꽃처럼 예쁨을 자랑하고 있다. 바라보는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기분도 좋아진다. 산수유나무는 해석하기 나름인가 보다. 쓸모없는 열매가 되기도 하고 예쁜 꽃이 되어 기분 전환도 시켜준다. 배고픈 텃새들이라도 날아와 간식을 먹으며 수다를 떨 만도 하는데 조용하다. 묵묵히 추위를 견디며 새들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여러모로 할 일이 많은 산수유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