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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기로운 민정 Jan 15. 2024

닭, 그 많은 (1) 100-64

#책과강연#백백글쓰기#14기#닭#병아리

기름 샤워를 마친 통닭이 고소한 음으로 식욕을 자극한다.  팔팔 끓는 기름에 통째로 튀겨진 통닭이 큰 대자로 누워서 '날 잡숴요'  하는듯하다. 튀김옷도 두껍게 입지 않고 바삭하고 담백한 맛에 끌린다.  다리 하나를 찢어서 원시인을 방불케 하는 모습으로 다리를 뜯는다.  바삭함과 쫄깃함이  조화로운 맛을 만끽하는 저녁이다. 어릴 적 시골 마당에서 자유롭게 자라던 닭을 생각하면 살짝 미안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력 보충이 필요하다면서, 몸보신이라는 핑계를 대며 맛있게 냠냠하고 있다.


                         1 낳다

암탉은 딱 그 시간이 오면  울부짖으며 닭장에서 나온다.  각자 방에서 할 일을 하던 3남매는 그 소리를 들으면 하던 일을 멈추고 잽싸게 달려간다. 암탉이 운다는 것은 알을 낳고 나왔다는 의미다.  바로 낳은 달걀을 가지러 가기 위해 필사적이다.  서로 옷을 붙잡고 치열한 몸싸움 끝에 승리자는 달걀을 손에 넣을 수 있다.  바로 낳은 달걀은 따뜻했다.  그 느낌이 좋아서 서로 꺼내겠다고 겨울방학 내내 몸싸움을 했다. 힘이 부족해서 몸싸움에서 늘 낙오자가 됐다.  동생들이 놀러 가야 내 차지가 되는 달걀 꺼내기다.  어쩌다 한 번씩 따뜻한 달걀을  손에 쥐면 기분 좋은 하루다.


                    2  병아리

개나리가 활짝 핀 화창한 봄날이면 병아리가 총총 달려올 것만 같다. 딱 그맘때쯤 우리 집 암탉은 21일 동안 알을 품어서 부화시킨 병아리 떼를 데리고 다녔다.  샛노란 병아리 떼들이 엄마 닭 뒤꽁무니를 삐약삐약  구령 맞추어 따라다니기 바쁘다.  그 시기 엄마 닭은 예민하다.  사람도, 고양이나 개가 가까이 가면 깃털을 세우며 사납게 달려든다. 병아리를 보호하려는 진한 모성애를 발휘한다.  병아리 떼를 데리고 볕 좋은 곳을 찾는다. 치렁치렁 늘어진 개나리 울타리 앞이 낮잠 자기 좋은 명당인가 보다.  봄 햇살 아래서  병아리를 품고 낮잠을 청한다. 낮잠 안 자고 탈출하는 병아리도 있어 엄마 닭은 잠도 설친다. 잠에서 깨어난 병아리들이 하나 둘 나와서 엄마 닭 주변을 서성이면 엄마 닭은  일어나 기지개를 켠다. 먹이 사냥 떠날 준비를 한다. 엄마 닭이 두 발로 흙을 헤쳐 놓으면 병아리들이 달려들어 모이를 콕콕 주워 먹는 모습은 봄날의 평화로을 더해주는 장면이다.  어쩌다가 지렁이 한 마리가 나오면 경쟁이 치열해진다. 날쌘돌이 병아리가 지렁이를 물고 도망가는 찰나에 또 다른 한 마리가 동작 빠르게 지렁이 한쪽을 물고 안 놓는다. 지렁이 한 마리를 양쪽으로 물고 줄다리기하는 모습은  맛있는 거 서로 먹겠다고 싸우는 우리 모습 같다. 지렁이도 닭의 서계에서는 특별식이다.  힘세고 용기 있는 녀석들이 달려들어서 운이 좋거나 힘센 녀석이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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