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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기로운 민정 Jan 18. 2024

이 부끄러움은  100-67

#책과강연#백백글쓰기#14기#비밀번호

살면서 비밀번호가 너무 많다. 가끔씩 아이디와   비밀번호 홍수에 빠져 허우적이다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번에는 은행 비밀번호 때문에 환장할 뻔했다.  

현금 사용 할 일이  많지 않다.  대부분 카드로 결제하거나 계좌 이체 소비수단이 된다.  지갑에서 현금 사용할 일이 별로 없다.  아주 가끔은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결할 수 없는 일을 대비해서 현금을 준비해 둔다.  어쩌다 한 번 사용하다 보니 한 번 현금을 인출해 놓으면 꽤 오랜 기간 사용한다. 현금이 똑, 떨어지기 전에 보충하려고 은행 ATM기를 찾아간다.  지갑도 없이 카드만 들고 뚤레뚤레 산책하듯이 간다. 현금 인출을 시도한다.  갑자기 비밀번호가 생각이 안 나 멈칫해진다. 맞을 것 같은 비밀번호를 눌렀는데 아란다. 제대로 된 비밀번호를 잘못 눌렀나 싶어서 다시 한번 한 자, 한 자씩 또박또박 확인을 해가며 눌렀다.  또 아니란다.  갑자기 머릿속이 뒤죽박죽 엉키기 시작한다.  이것도 눌렸는데 아니라고 하고 저것도 아니라고 하면 나보고 어쩌란 얘긴지 묻고 싶은 심정이다.  결국,  거절당했다.  왜 잘못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집에 돌아와서 은행 앱에 로그인한다.  매뉴얼을 뒤적여서 비밀번호 재설정을 찾는다.  시키는 대로 원하는 대로 신분증까지 촬영해서 본인 인증까지 해준다.  비밀번호 재설정하라고 해서 정신 바짝 차리고 새 비밀번호를 설정했다.  이제는 틀림없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현금 인출을 시도했다.  또 나를 거부한다. 상냥하게 거절하는 아가씨가 밉다. 왜 안되는지 묻고 싶다.  내 통장에서, 내가, 내 돈을, 내 마음대로 인출하겠다는데ㆍ 왜 막는지 알 수가 없다. 두 번씩이나 나를 거절하는 기계를 다리 걸어서 넘어트릴 수도 없고 ‥ 휴3

다시 확인하고 오라는 말만 남겨놓고 사라진 아가씨를 다시 불러서 물을 수도 없어 다시 집으로 온다.


 은행 대표 전화번호를 찾아 통화를 시도한다. 마지막으로 상담원과 원인을 찾아보는 것이 최선인듯하다.  신호음이 한참을 울려도  응답이 없다.  포기하려는 찰나에 연결됐다. 겨우 연결된 상담원께 그동안의 일을 이야기하고 도와달라고 했다.  이것저것 확인도 하면서 알아보아도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한다.  아무 이상이 없는데 두 번씩이나 거절당했는데 어쩌면 좋냐고 물었다.  상담원도 당황한듯하다.  그리고 나에게 묻는다.

계좌가 두 개인데 어느 계좌에서 어떤 카드를 사용했냐고 물어 온다. 엉뚱한 계좌에 엉뚱한 비밀번호가 맞다고 우기고 끙끙댔던 나를 발견하다.  비밀번호가 맞을 리 없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이 부끄러움은 누구의 몫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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