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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기로운 민정 Jan 20. 2024

고기를  100-69

#책과강연#백백글쓰기#14기# 피라미

햇살과 바람이 잘 버무려진 겨울 어느 날. 삼촌은 심심함에 몸부림치다가 냇가로 간다.  썰매 타러 가는 줄 알고 삼촌을 따르는 발걸음에 '신남'이 묻어난다.  겨울에는 내천에 흐르는 물이 줄어들어 흐른다.  다른 계절에 비해 가뭄이 긴 탓인지도 모르겠다. 황량한 겨울 냇가에 부는 바람은 손톱이 긴 것 같다.  얼굴을 할퀴고 가는 자리에 쓰라릴 정도다.  

날카로운 바람에도 아랑곳 안 하고 빙판 위에서 무엇을 해도 재미를 부른다.  이미 동네 아이들도 얼음 위에서 놀고 있다.


놀이에 흥미를 잃은 삼촌은 얼음이 녹은 쪽으로 슬금슬금 다가간다.

영문도 모르고 뒤따른다.  바닥이 훤이 보이는 시냇물은 깨진 얼음을 두들기며 흐른다. 얼음을 치며 흐르는 물소리가 경쾌한 콧노래를 부르는 것 같다. 정오의 햇볕에  투명한 얼음이 '쨍'하고 빛난다.  하 얼음 아래로 얌전히 흐르던 물살이  가로막  바위와 돌멩이를 만나면 거칠어진다. 티 없이 맑은 물의 흐름을 읽는 삼촌의 눈빛은 예리하게 빛난다.  무언가 열심히 찾고 있다. 물고기가 숨어서 잠자고 있을 만한 돌멩이를 찾은듯한다. 물 밖에 있는 묵직한  마른 돌멩이를 들고 힘껏 내려친다. "꽈" 하고 부딪히며 나가떨어지는 돌멩이가 멋지게 물장구를 치며 물속으로 풍덩 빠진다.  빠진 돌멩이가 그린 물살이  사라지면서 멸치를 닮은 물고기가 떠오른다.  라도 사투리로 '피래미'라고 부른다. 손가락 한 피래미가 하얀 배를 보이며 물 위로 떠오른다. 죽었다는 내 말에 기절했다며 무심한 듯  툭 던진다.  피래미가 떠내려가기 전에 건져서 생 나무가지를 꺾어온다.  피래미 아가미와 입을 통과시켜 꿴다.  나뭇가지 아래쪽까지 내려 엮은 물고기를 건넨다. 잡은 물고기를 보관하는 것은 나 몫이다. 나뭇가지에 꿰인 물고기가 불쌍해 보인다. 은 척을 하고 있는지, 진짜 기절을 한 것인지 모르겠다.  나뭇가지에 줄줄이 꿰인 피래미는 꼼작도 안 해서 실망스럽다. 꼬리를 파닥이는 물고기를 발견한다. 다른 나뭇가지로 밀어서 삼촌 몰래 탈출을 시도시킨다. 물에 놓아주면 쏜살같이 도망갈 줄 알았던 피래미가 물 위에 배를 보이며 꼼짝도 안 하고 누웠다. 영문도 모르는 삼촌한테 잡혀서 다시 돌아온다. 기절해서 한 번 잡힌 피래미는 도망갈 의욕을 상실했음을 보았다. 나뭇가지를 꽉 채운 피래미를 들고 집으로 간다.  


겨울 무를 피래미 굵기로 채 썰어서 피래미를 넣고 새콤달콤 무친다.  엄마의 손맛이 더해진 싱싱한 피래미 회 무침을 상 위에 올리면  막걸리를 부르는 안주로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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