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을 매도할지 말지 고민에 빠진 어느 날,
매수를 원하던 부동산 중개사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왔다.
"지금 당장 계약금을 넣어야 합니다. 아니면 다른 물건을 계약할 거래요!"
갑작스러운 상황에 마음이 급해졌다.
시간을 달라고 요청하고 아내와 상의했다.
아내는 생각지도 못한 조언을 해줬다.
"여보, 우리가 취득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지금 팔면 양도소득세가 많이 나올 거야."
아, 양도소득세!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지도 않았던
이 세금에 대해 부동산 계산기를 돌려보니
양도차익 4천만 원에 세율이 70%. 세금과 중개 수수료를
다 합치니 3천만 원을 내야 했다.
차익은 눈앞에 보이는데 이 금액을 내면 남는 게 없을 것 같았다.
결국 매도하지 않겠다고 중개사에 전화해 사과했다.
하지만 마산의 부동산 경기가 불황이라서 그런지 이후로도 몇 차례 더 연락이 왔다.
그러나 난 다시 매도를 생각하지 않았고, 전세 6천만 원에 월세 20만 원으로 계약을 잡았다.
계약을 잡고 나니 묘하게 설렜다.
퇴사를 고민하던 순간에도 경매를 통해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얻은 경험 덕에 자신감을 되찾았다.
몇천만 원을 날릴 뻔한 순간도 있었고,
주말마다 임장을 다니느라 가족들과의 시간도 부족했지만,
결국 무언가를 해냈다는 뿌듯함이 가슴을 채웠다.
회사라는 작은 컵 안에 떨어진 빨간 잉크가 내 일상을 붉게 물들였지만,
경매라는 넓은 바다를 만난 순간 그 붉은 잉크는 흩어졌다.
무너진 자존감이 회복되었고,
회사 생활에서 마주하는 어려움조차 이겨낼 수 있었다.
마침내 다가온 계약 날, 그 어느 금요일보다도 설렜다.
퇴근 후, 마산으로 향하는 길은 낯설고 흥분되었다.
내 생애 첫 임차인을 만나러 가는 날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