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들어오는 20만 원은 많지는 않았지만,
나름 쏠쏠하게 외식도 하고,
사고 싶던 옷도 사는 데 썼다.
경매로 낙찰받은 물건이 하나 생겼다고 해서 내 인생이 극적으로 바뀌진 않았다.
하지만 내 내면만큼은 큰 변화를 겪었다.
두 번째 진급에서 누락된 후, 10개월간 경매에 도전하며 수없이 떨어졌지만,
그 과정에서 부동산 보는 눈이 조금씩 생겼다.
무엇보다 무언가에 최선을 다해 몰입하는 기분은 나를 정말 행복하게 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만난 명도 팀장, 공태훈 팀장은 나에게 또 다른 감명을 주었다.
가장 먼저 그는 나를 안심시켜 주었다. 처음엔 명도
(명도: 점유자가 자발적으로 떠나지 않는 경우, 강제로 쫓아내는 절차)가
깜깜한 터널처럼 느껴졌지만, 공 팀장은 한 번도 '걱정 말라'고 직접 말한 적은 없었다.
대신 매번 문제를 해결해 나가며, 그가 제시하는 ‘다음 스텝’이 자연스럽게 나를 안도하게 했다.
문득 되돌아보니, 내 인생에 이렇게 치열하게 몰입했던 적이 있었나 싶었다.
그리고 상사이자 고객인 공 팀장이 일처리를 보고하며 나에게 신뢰를 주던 그 모습에서,
나는 깊은 깨우침을 얻었다. 경매든 회사 일이든, 바깥 세상에서 돈을 벌려면 반드시 '고객'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진리였다. 공 팀장처럼.
그날 이후, 나의 일상에도 변화가 생겼다.
첫 번째 변화는 팀 동료들과의 관계였다. 이전에는 내 시선으로만 일을 보았고 나만 챙기기 급급했는데, 동료와 팀장을 고객의 시각으로 보기 시작하니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니 사소한 대화도 늘었고,
팀장님도 “XX 대리, 요즘 많이 좋아진 것 같아.
팀원들도 자네 칭찬이 많아.”라고 말씀해 주셨다.
돌이켜보니, 경매에서 온 힘을 쏟아 몰입하며 공 팀장에게 영감을
얻은 고객 지향 마인드가 회사에서도 나를 인정받게 만든 셈이었다.
그렇게 경매를 시작한 지 1년, 다시 진급 시즌이 다가왔다.
이번엔 기대감도 조금 생겼다. 하지만 결과는... 세 번째 진급 누락이었다.
경매도 배워가고 있었고 회사에서 동료들과의 관계도 좋아져서 내심 기대했건만,
세 번이나 누락되다니, 억장이 무너질 것 같았다.
이젠 정말 회사를 그만둬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