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빌라는 진짜 오래 기다리고
기대 끝에 손에 쥐게 된 보물 같았어.
신축이라 말끔하긴 했지만,
지진으로 깨진 타일과 곰팡이 핀 벽은 미완성의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그런데 오히려 그게 이 집에 또 다른 가능성을 불어넣는 것 같더라고.
아침 5시에 부산에서 출발해서 포항으로 가는 동안,
속으론 여러 다짐이 떠올랐어.
편의점에서 김밥이랑 라면으로 급히 배 채우고,
바로 낡은 화분부터 치우고 내부 폐기물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숨고 앱으로 섭외한 도배, 타일 전문가들이 공사에 들어가면서,
난 진급 누락의 아쉬움을 잠시 접어두고 오로지 빌라의 변신에만 집중했어.
저녁 7시가 되니까 빌라가 점점 깨끗해지면서,
내 마음속 복잡한 감정들도 정리되는 느낌이더라.
빌라가 변해가는 모습이 마치 내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마음 같았다.
빌라가 환해질수록 나도 단단해지는 기분이였다.
진급에서 세 번이나 떨어져서 자존심 상했지만,
회사 생활을 ‘1년 단기 계약’이라 여기고,
경매하듯 최선을 다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 빌라처럼, 나도 더 단단하고 환하게 변해갈 준비가 되고있었다.
다음엔 이 빌라에 따뜻한 가구와 소품 하나씩 채워 넣으면서, 임차인을 받을 준비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