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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매니저 Feb 29. 2024

40대 리빙과 라이프에 관하여

돈을 벌고 먹고살기 위해 

우린 일을 해야만 한다. 

이는 리빙이다. 


하지만 돈만 벌고 일만 해서는 

삶이 팍팍해진다 

그래서 우린 여행, 맛있는 음식으로 즐거움을 향유해야 한다. 

이는 라이프이다. 


일요일 저녁  

가족들과 저녁을 먹으며 

마실 와인을 준비했다. 

나의 라이프를 만끽하려는데 갑자기 전화벨이 울린다. 


" 불이 났어 매장에 ,... 큰일이야 "


내가 계획한 평화로운 라이프가 순식간에 리빙으로 바뀌었다.

이 시간을 위해 

주중에 열심히 일도 하고 

트레이더스에 가서 와인과 고기도 사 왔는데.,.. 


근심 걱정에 새벽에 종종 깼다. 

다음날 아침 현장을 가보니 

모든 것이 싹 불타버렸다. 


매장에 있었던 의류 재고 금액은 대략 3억 원

이를 하나씩 카운팅 해서 보험사에 

피해 신고를 해야 하는데 


매장 안은 불도 들어오지 않고 

매캐한 연기로 숨도 쉬기 힘들다. 


보험에 가입되어있지만 

점주는 눈물만 흘린다. 


이를 수습하려면 

앞으로의 일들이 까마득하다. 


퇴근 후 10시 

아들의 기침 소리가 

심상치 않다. 


오전에 병원에 갔는데 

폐렴이라 

의사 선생님이 입원을 권유했지만 

링겔만 맡히고 왔다고 아내가 말했다. 


"여보 연차 써서 병원에 입원하는 게 어떨까?"


아내 역시 팀장급이라 

쉽게 일을 뺄 수 없는 형편이라는 건 알았지만 

매장 화재로 ,... 손가락 까딱 할 힘도 없어

집에 바로 눕고 싶었는데 

아픈 아들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여보 내일은 도저히 안돼 ,...

 불이 났고 ,.. 피해 신고를 해야 해,.. "


"미안한데 내일 장모님께 더 부탁을 드리자 "


아내와 대화를 마친 후 침대에 누웠는데 

피해를 입은 점주가 전화가 온다 

" 나 이제 어떡해,. 늦은 시간에 미안한데,.."

내일 이야기 하자며 전화를 끊었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살아야 할까,..

하루 종일 화재현장에서 

시달린 것도 모질라 자기 전까지 전화를 받아야 하나

게다가 아들이 아픈데

병원도 못 가는 이 현실이 너무 싫었다.  


나의 라이프가 리빙으로 완전히 침해당한 이상황이 

너무 싫다. 


나를 이겨내야지,..

더 강해져야지 

스스로 다독 거리며 왔다. 


겉으론 괜찮다고 하지만 

이에 대한 부작용이 조금씩 커진다. 


과식하는 빈도가 늘어나

갑자기 4kg가 늘었다.  

욱하고 화도 잘 올라온다. 


새로운 책 보다 봤던 책을 보게 되고 

드라마나 영화도 이전에 봤던 거를 보게 된다. 

사람을 만나고 싶지도 않고 

그냥 혼자서 쉬고 싶어 진다. 

이는 우울증의 초기 증상이라 하던데 

내가 우울증 초기 증상이라니,...


돈을 아낀다고 잠깐 중단했던 

해수탕 한 달 치 등록을 했다. 


출근 전 새벽에 일어나 

해수탕을 갔다. 


목욕을 하는 내내 절망적인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하지만 목욕을 하고 나와 

시원한 바깥공기를 맡으니 


가슴 깊은 곁에 

희망의 불씨가 켜지는 게 느껴진다


주중엔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회사 일 

주말엔 아내의 주말 출근으로 인한 

육아 부담 


리빙에만 치우쳐 있는 나의 삶

이대로 가다간 

정말 내가 고장 날 거 같다 


이번 연휴 금토일

아내는 출근을 할 것이고 

난 첫째와 

폐렴에 걸린 아들을 간호해야 한다. 


짜증을 내고 

화를 낼게 뻔하다. 


리빙을 한다고 

골수까지 다 빼서 쏟아부은 상황,...

부모의 은혜로운 사랑?

사치다. 

 

나의 라이프를 찾아야만 한다.

나의 라이프를 통해 기쁨을 채워 흘러야 

부모의 은혜로운 사랑도 구현되는 것이다.  


나의  라이프를 위해 있는 것을 정리해보자 


1. 해수탕 

2. 독서 

3. 바닷길 산책 

4. 외식하기 

5. 좋은 음악 듣기 

6. 글쓰기 

7. 영어 공부하기 

8. 헬스 

9. 이른 아침 카페 

10. 명상 


다 할 순 없겠지만 ,.. 

이중 50% 이상은 꼭 하자 

빡빡한 리빙에서 

라이프를 철저히 추구하자 


그리고 완벽하지 않은 나를 받아들이자 


힘겨운 이 시간들이 

나를 좀 더 성숙한 

부모그리고 중간 관리자로 만들어 줄 것임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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