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이번만큼은 멈추지 않겠다.

벼랑 끝에서 만나는 나의 한계

by 김민준

나의 꿈은 작가이다. 시간의 대부분을 사색하고 그로 인한 통찰을 글로 옮기는 것. 그렇게 세상과 독자와 소통하는 것. 그런 행위만으로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삶. 현실적으로 실현이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나의 꿈이기에, 그리고 브런치 작가라는 새로운 가능성이 생겼기에 필사적으로 붙들고 있는 요즘이다.


그런 내가, 처음으로 글쓰기를 포기하고 싶어졌다. 정확하게는 내가 쥐고 있는 모든 것들을 놓고 도망가고 싶어졌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데 너무 이것저것 많이 벌여놓았나 하는 자책감이 밀려들어왔다.


학원 강사와 개인 과외, 그리고 오전 아르바이트를 위한 교육. 이것들을 병행하면서 남는 시간 틈틈이 짬을 내고 자는 시간을 줄여서 글을 쓰거나 집안일을 하는 것. 최근의 나의 루틴이다. 중요도로 보나, 투자해야 하는 시간으로 보나 어떤 기준으로 봐도 무엇 하나 소홀히 할 수 있는 게 없다.


하지만 나의 에너지는 지극히 한정적이다. 학원에서 일을 하면서 나 자신을 거의 대부분 소모하는 것이 보통이다. 누군가에게 나의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섬세하게 접근해야 하는데 그에 비해 나의 성향은 무던함의 끝을 달리기에 나의 에너지 소모는 심한 편이다.


그렇게 학원에서 대부분의 에너지를 소모하고, 집에 돌아오면 뇌는 사고하기를, 몸은 움직이기를 거부한다. 그럼에도 글은 써야 하고 딸의 장난감으로 어질러진 거실은 치워야 한다. 장난감을 대충 제자리에 정리하고 컴퓨터를 켠다. 하지만 무엇을 써야 할지조차 결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연재일을 맞추려면 뭐든 해야 한다는 의무감만 있을 뿐이었다. 결국 의미 없이 유튜브 쇼츠만 소비하며 시간을 죽이다가 그래도 뭐든 써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키보드를 두들기기 시작하게 된다.


그렇게 써야 한다는 의무감과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충돌하고 내 안에서 끊임없이 싸우는 와중에도 뭐든 써보겠다고 단어를 쓰고 지우고 다시 쓰며 문장을 써 내려가고 있다.


나는 한 번도 벼랑 끝까지 스스로를 내몰아본 적이 없다. 늘 적당히 하다가 이쯤 되면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회피 혹은 포기했다. 무엇 하나 제대로 얻는 것 없이, 남기는 것도 없이 시간과 에너지만 불필요하게 소비하고 그렇게 흐지부지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내가 하고 싶어서 선택했고 도전했고 여기까지 온 것이지 않나. 적어도 내가 스스로 선택했다면 조금은 더 해봐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어떻게든 결과를 만들어봐야 하지 않나. 그게 무엇이든 말이다.


한편으로는 정말 끝장 보자는 느낌으로 나 자신을 더 극한으로 몰아보고 싶다. 그렇게 나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래서 멈출 수가 없다. 이번만큼은 최선을 다하고 싶기 때문에. 누가 봐도 최선을 다했다 싶을 정도로 정말 끝까지 가보고 싶기에. 그리고 그 끝을 모르기 때문에.


하물며 요즘의 내 일상이 나에게는 벼랑 끝인 상황이다. 최초로 맞닥뜨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 글을 계속 써야 하는지, 아니면 잠시 멈춰야 하는지,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지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다.


나에게 있어 브런치 작가는 그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다. 현실적으로 보았을 때 어쩌면 가장 가치 없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브런치 작가로서 글을 쓰는 행위는 애초에 현실적 가치와는 거리가 멀다. 그 가치의 기준은 전적으로 나에게 있기 때문에 나는 절대로 이 행위를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키보드 위에서 손가락을 놀리며 이것저것 쓰는 이 작은 행위가 나중에 크게 돌아오리라 믿는다. 그게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메타인지 측면이든, 필력이든, 경제적 능력이든, 해냈다는 성취감이든 뭐든 말이다. 그래서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다 못해 숨을 쉬지 못하게 될 때까지 해볼 거다. 그때의 나는 또 어떤 모습일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떤 글을 쓰고 있을지 궁금하다.


그때의 나를 만날 때까지 나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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