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내면을 넘어, 다음 장으로.

해피엔딩이자 새로운 시작을 향하여.

by 김민준

나의 MBTI 유형은 INTP이다. 관련된 정보들을 찾아보자면 INTP는 내면지향적인 사고를 한다고 한다. 사람의 성향은 삼라만상처럼 셀 수 없이 다양하기에 겨우 16가지의 분류로 사람의 성향을 구분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전적으로 신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적어도 나의 경우를 보면 참고할만한 수준은 되는 것 같다.


INTP 성향자들은 대체로 세상이나 사물, 사람에 대해 궁금해하는 편이고 자기 자신의 내면에 대한 분석을 즐기는 편이라고 한다. 실제로 나도 그런 편이다. 나는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나 자신을 괴롭히곤 했다. 마치 큰 문제가 있는 사람처럼 나 자신을 대하며 스스로를 끝없이 분석해 왔다.


게다가 궁금한 것도 많아서 그 많은 물음표들 덕분에 내 삶은 반듯한 일직선이 아닌 갈팡질팡 정신없는 갈지자였다. 남들 하는 대로 따라갔다면 무난하고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었겠지만, 나는 늘 의문부터 품었다. ‘왜 다른 사람들은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가는 걸까?’라는 물음에서 출발한 선택들은 결국 내 삶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만들었다.


그렇게 여러 길을 오가며 방황하다 보니 어느새 30대 중후반이 되었다. 좋게 말하면 젊게 생각하며 살아가는 독특한 사람이었고 나쁘게 말하면 자기 확신이 부족한 성공하지 못한 청년이었다. 이런 나를 나는 오랫동안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러던 중 ‘이 모습 그대로 남겨 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이 나를 브런치 작가에 다시 도전하는 길로 이끌었다.


그렇게 생각지도 못하게 두 달 남짓한 기간 동안 무려 16편의 에세이를 같은 주제로 연재할 수 있었다. 내가 에세이를 쓰고 있다는 사실, 내가 연재해 온 글이 16개나 된다는 사실, 그리고 두 달간 연재를 이어오고 있다는 사실. 그 모든 것이 내게는 새롭고, 동시에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들이었다.


주 1회 연재로 시작했지만 조금 더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주 2회로 연재 횟수를 늘렸다. 매일같이 다음에 연재할 글의 글감을 고민했다. 밤잠을 줄이고 쉬고 싶은 마음을 누르며 글을 썼다. 그렇게 모든 글, 문장과 단어들이 내게는 수면과 휴식과 맞바꾼 진심이었다. 그렇기에, 글의 완성도를 떠나 내가 써온 이 브런치북의 글들은 하나하나가 나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보배이다.


단어들을 조합해서 문장들을 짜고 그렇게 문장들 하나하나 직조하듯 엮어 글을 써 내려갈 때의 그 몰입감. 그 문장들이 진정 나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인지, 외부에서 써진 것이 아니라 나의 내면에서 비롯된 것인지 수십여 번을 반복하여 읽으며 점검하는 과정. 글을 써 내려가기 전에 무엇을 써야 할지 고민하며 막막하다고 느꼈던 그 감정들. 내게는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감상들일 것이다.


나는 이제 이 감상들을 뒤로 한채 새로운 장을 열어보려고 한다.


나에게 창작은 언제나 어려운 것이었다. 새롭게 세계를 창조하고 그 세계 속 인물들을 만들고, 인물들에게 숨결을 불어넣는 작업들은 내게 참 버거웠다. 글을 쓰고 싶다고 느끼게 된 계기는 소설을 읽는 가운데 느꼈던 내면 속 울림이었다. 하지만 정작 소설을 쓰는 것이 어려운, 다소 아이러니함을 느끼며 한 때 문학도였던 꿈을 접었었다.


그 접었던 꿈을 다시 펼쳐보려고 한다.


“'나'를 씁니다”의 연재는 여기서 마무리하고 이제 새로운 장르의 글을 준비하려고 한다. 무엇을 쓸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에세이가 아닐 것이다. 아마도 소설일 가능성이 크다. 아직 미완성의 설렘 속에 있지만, 그 설렘을 안고 다음 걸음을 내디디려 한다.


작가라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도전이었다. 에세이를 주기적으로 쓴다는 것 자체가 내게는 정말 큰 도전이었다. 그 일련의 경험들과 감상들이 항상 내게 즐거움을 주지는 않았지만, 돌아보면 그것들은 분명 내 삶을 풍요롭게 한 행복이었고 건강한 자극이었다. 나는 그 행복과 자극을 이어가고 싶다.


그러기 위해 이제 나는 시선을 나의 내면에서 세상으로 돌려 보려 한다. 나의 내면에 대한 솔직한 기록으로 글쓰기를 시작했다면 이제는 세상을 바라보며, 나만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려 한다. 그렇게 부족하고 미완성인 ‘나’지만, 외부를 향해 시선을 돌리는 것을 이 브런치북의 결과로 맞이해 보고자 한다.


그렇게 맞이한 이 순간이, 나에게는 해피엔딩이자 동시에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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