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열망, 현재의 도전, 그리고 미래의 꿈
나에게 브런치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한때 짧게나마 문학도를 꿈꾸었던 공대생으로서 브런치 작가는 반드시 이루어야 할 목표였다. 브런치 작가가 등단을 뜻하는 것도 아니었고 금은보화를 얻게 해 주거나 엄청난 명예가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내게는 그것들보다 더 값진 무언가의 것이었다.
그런 열망에 비해 그때 당시의 나는 어떤 글을 써야 할지에 대한 확신이나 지조가 없었다. 글뿐만 아니라 나 자체에 대한 확신조차 없이 그저 작가이고 싶다는 마음만 분주히 바쁜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의 문장은 힘이 없었다.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었기에 글에 힘이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무엇을 쓰려고 할 때마다 문장 하나 제대로 완성하지 못했고 어찌어찌 완성해 내더라도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알 수 없는 것들이었다.
브런치는 무엇을 쓸지에 대해 스스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마음만 앞서는 자에게 쉽게 문을 열어주는 곳이 아니었다. 그러니 될 리가 없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정말 많은 시도를 했지만 수없이 고배만 들이켰다.
그때의 나에게 글은 현실도피의 수단이었다. 물론 멋진 글 써내고 싶었고 그렇게 독자에게 어떤 형태로든 울림을 주고 싶은 마음은 진심이었다. 하지만 그 진심이 인정받으려면, 그리고 '진심'으로서 나 스스로에게 작용하려면 눈앞의 현실을 마주할 용기가 있어야 했다. 그 용기가 없었기에 나의 진심 어린 열망은 치기 어린 욕심으로 치부될 뿐이었고 실제로 그에 맞는 결말을 맞이했다. 나는 브런치 작가에 선정되지 못했고 아무것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채 졸업을 했다.
그 후 10여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난 그 용기가 필요함을 깨닫고 뒤늦게나마 나 자신을 마주하기로 결심했다. 부족한 것이 너무 많고 결점 투성이인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남겨보기로 결심했다. 이런 나도 있다고, 이런 나여도 괜찮다고. 존재만으로 누군가의 등대가 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브런치 작가를 신청했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나중에 나이 지긋이 먹고 그때까지 업력 꾸준히 쌓아 올려 얻은 노하우나 통찰력이면 뭐든 책 한 권은 내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 마음으로 작가에 대한 열망을 내려놓았는데. 부족한 것이 너무나 많고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소시민 중 하나인 나에게 브런치는 다시 꿈을 손에 쥐어주었다.
꿈을 내려놓은 자에게 다시 기회가 온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이 감사한 기회를 놓칠 수 없기에, 눈앞의 경제적 현실에 대처하고자 학원강사에 개인과외에 오전 아르바이트를 하는 강행군을 하면서도 어떻게든 글을 쓰고 있다.
지금에 와서 예전의 나를 돌아보면 눈앞의 현실을 마주할 자신이 없고 그러기도 싫었던 것 같다. 그에 비해 작가라는 타이틀을 쥐고 있는 나 자신과 그 현실이 더 멋지다고 생각했던 게 아닐까 싶다. 막상 작가라는 타이틀이 얼마나 무거운 것이고 그 타이틀을 온전히 감당해 내며 유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된 일인지는 생각하지 못한 채 말이다.
독자들 앞에 내놓아야 하는 글이기에 정성을 다해 빚어야 한다. 글감 선정부터 글을 써 내려가고 거친 부분을 예쁘게 다듬는 것까지 그 모든 과정에는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된다. 어디 그뿐인가. 연재일이 다가올 때마다 무엇을 써야 할지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무한히 늘어진다. 마치 답을 얻을 때까지 빠져나올 수가 없는 감옥과도 같은 느낌이다.
이런 일련의 경험들은 괴롭고 힘들다. 재정상황을 감당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고 있는 현시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일을 안 하는 매 순간마다 쉬고 싶은 마음이지만 그 순간에 나는 어떤 글을 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런치 작가로서 글을 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나에는 참으로 감사한 일이고 기쁜 일임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나에게 글을 쓰는 행위는 무언가가 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저 '나'로서 존재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이 시간만큼은 다른 무엇도 생각하지 않고 나의 내면만 들여다보며 글이 될만한 것을 찾는 시간이다. 그렇게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있기에 팍팍한 현실에서도 나를 놓지 않을 수 있게 된다. 나로서 존재할 수 있고 나의 앳된 꿈을 향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쁘기 그지없다. 고되지만 그런 시간이 나를 살아가게 하는 아이러니함을 몸소 체험하고 있는 나날들인 것이다.
늦깎이 학생 같은 느낌으로 인생의 묘한 가르침을 몸으로 배워가며 작가로서, 그리고 '나'로서 하루하루 성장하고 있다. 이렇게 쌓아온 감상과 글을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내놓는 날을 꿈꾸며, 글쓰기와 삶이 이어지는 여정을 계속해 나가고자 한다.
나 자신과 독자에게 의미 있는 글을 전할 수 있다는 기대와 설렘 속에서, 오늘도 글을 쓰며 나만의 길을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