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버티는 하루, 지켜내는 나

빈틈없이 버티며 나를 잃지 않으려는 고군분투

by 김민준

학원 강사로 평일 오후를 보내고, 주말엔 과외를 한다. 평일 오전엔 학교 출강을 위한 온라인 교육이 이어지고, 그 사이사이엔 글을 쓰고, 집안일을 하고, 아이를 돌본다. 해야 할 일과 신경 써야 할 일이 하루 종일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나날들이다.

잃지 않으려는 고군분투

조금은 쉬고 싶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기분이랄까. 하루 정도는 아무것도 안 하고 싶었다.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으로 침대에 누운 채 휴대폰을 만지면서 학원 출근하기 전에 비는 오후시간을 죽였다.


순간은 달콤했다. 시간도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다. 학원에 출근하는 게 싫을 지경으로 침대와 물아일체가 되어 있었다. 이보다 더 지체하면 늦겠다 싶을 정도로 침대에 한참을 누워 있다가 마지못해 일어나 씻고 학원을 나갔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퇴근 후 집에 돌아와 보니니 설거지는 쌓여있었고, 글은 초안도 작성되지 않은 상태에 빨래거리도 쌓여있는 총체적 난국을 맞이해야만 했다.


한때는 시간이 남아도는 날들이 있었다. 느슨하게 흘러가던 시절엔, 한가로움이 마치 당연한 권리인 것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사실, 그건 권리가 아니었다. 그저 나태했던 것이었다. 목표의식이 부재한 상태에서 그저 지금 당장의 안위만을 생각하고 행동했던 탓에 시간이 남아도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이었다.


그동안의 내 삶은 회피로 점철되어 있었다. 조금 힘들면 그만두거나 더 쉬운 길, 편안하고 즐거운 길을 찾는 그런 선택들 뿐이었다. 그러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니까 이럴 수밖에 없어.'라는 수준 낮은 자기 합리화로 나 자신을 위로할 뿐이었다.


그런 과거에 비해 지금은 명확한 목표가 있고 소소하지만 나름의 성과도 있다. '작가'라는 정체성을 유지하자는 것. 브런치에 주기적으로 글을 발행해 보자는 것. 어느새 13번째 글을 쓰고 있다는 것. 이 귀하디 귀한 작은 새싹을 또다시 지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숨이 차오르더라도 계속 가볼 수밖에 없다. 끝이 어떠할지는 그 끝을 직접 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으니.


지금의 경제적 상황을 수습해 보려고 소위 말하는 멀티 잡을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글쓰기를 포기할 수 없다. 몸과 마음이 지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는 느낌을 떠 앉은 상태에서도 나에게 있어 글쓰기는 최우선순위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글쓰기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도 챙겨야 하기 때문에 나에게 삶의 균형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글을 쓰는데 들이는 시간이 줄어들면 글의 양과 질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글쓰기에 집중하면 집안일은 밀리기 시작한다. 혹은 그저 쉬고 싶은 마음에 몸이 게을러지면 글 상태도 좋지 못하고 집안일이나 다른 것들에도 문제가 생긴다.


더 이상 이렇게 위태롭게 살아갈 수는 없었다. 이런 흐름으로 가다가는 언제 어떻게 내 삶의 균형이 무너질지 모를 노릇이고 그랬다가는 또다시 예전 내 삶의 안 좋은 전철을 밟게 될 것이 너무나도 분명했다. 그래서 나는 이 상황을 즐겨보기로 했다. 힘들어도 내가 선택한 길이라는 걸 알기에, 버티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걸 믿기에. 그리고 버티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기에.


나는 작가다. 유명하지도 않고 내 글을 봐주는 독자돌도 적지만 브런치에 글을 주기적으로 연재하고 있다. 글을 쓰는 행위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지는 않지만 나는 분명한 작가이다. 이제 막 작고 연약한 새싹을 틔웠고 이 새싹이 어떤 과실을 맺을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끝을 보기 위해 끊임없이 물을 주고 있다.


가정을 책임지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동시에 나의 목표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행위를 지속하고 있는 나. 이런 나의 고군분투를 내 스스로 지지하고 응원하며, 조금은 멋진 것 같다고 자위한들 누가 나를 뭐라 하겠는가. 이런 나의 응원과 자기애가 내 삶을 살아가는데 힘이 된다면 얼마든지 허락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있는 나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괴롭고 힘들지만 내가 붙들고 있는 목표를 놓지 않는 것. 그동안 내가 해온 선택에 대한 결과를 책임지려는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고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인 동시에 내가 마땅히 해야 하는 최우선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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