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꿀 수 없는 것 앞에서 나를 바꾸는 연습
나의 삶에 있어, 무엇이 맞는 것인지, 무엇이 옳은 것인지, 무엇이 더 좋은 선택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요즘이다. 재정 상황은 시간이 갈수록 극단으로 치닫고 있고, 이 상황을 해결해야 하는데 도무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토록 구해지지 않던 과외학생들은 어찌어찌해서 몇 명 정도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한 탓에 재정 상황을 나아지게 할 수준은 되지 못했다. 올라오는 과외선생님 모집 공고에 제안서는 계속 보내고 있지만 문의로 이어지는 것은 손에 꼽는 수준이기에 더 이상 문의가 오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임시방편들은 있었다. 예컨대, 단기 알바를 알아본다거나 지출을 일시적으로 줄여보는 시도들이었지만, 그저 상황을 잠시 미루는 데 불과했다. 급한 불을 끌 수는 있지만, 불씨까지 없애지는 못하는 방법들. 나는 그 방법들 중에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수단을 택했다. 그것은 바로 쿠팡 물류센터 심야 아르바이트였다.
사실 그것은 선택이라기보다, 통제 불가능한 삶의 한 단면에 가까웠다. 낮이나 저녁은 이미 과외로 채워져 있었고, 생활비는 당장 급한 상황. 애써 따질 겨를도 없이 가능한 시간, 가능한 일자리를 좇아 밀려간 결과였다. 야간근무 수당이 붙는 결과이긴 하지만 시간당 최저시급은 충족된다는 사실에 그래도 나쁘지 않다고 스스로 위안 삼았다.
하지만 시작해 보니 곧 알게 되었다. 몸을 쓰는 일이란, 단순하지 않았다. 온몸이 비명을 지르듯 쑤셨고, 7시간 가까이 무거운 것들을 들고 나르다 보니 기력이 부족하다 못해 토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토록 힘들건만, 나에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이 일 역시 지금의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꿔줄 수는 없고, 내 몸을 조금씩 소진시킬 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만둘 수 없었다. 그저 그렇게, 감당할 수 있는 유일한 현실 앞에 끌려갈 뿐이었다.
내가 살고 싶은 삶의 양상은 단순하다. 과외로 충분한 수입을 창출하고 그 수입으로 고정지출과 생활비를 감당하는 것. 그리고 충분한 여가시간을 확보하는 것. 그렇게 나의 아내와 딸, 소중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나만의 글에 집중할 수 있는 것.
그에 비해 지금의 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목표 달성은 둘째치고 고정지출과 생활비를 감당하는 것조차 벅차다. 그리고 이러한 재정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수가 내게는 없다. 즉, 내 삶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
그 사실 앞에서 초조했고, 스스로를 채근했고, 안간힘을 써보려 했다. 내 삶을 통제할 수 없다는 현실은 나를 두렵게 만들었고, 그 공포는 매일같이 구인 사이트를 들락거리게 했다. 과외 학생을 더 모집해 보려고 사이트를 들여다보고, 입사 지원한 곳에서 메일이 오지는 않았는지 수시로 확인하곤 했다.
그렇게 제법 긴 시간 동안 의미 없는 행동들을 하며 초조함과 무기력 속에서 버텼다. 그렇게 하루하루 몸도 마음도 차차 말라가던 와중에,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어쩌면 내 삶을 굳이 통제하려 하지 않아도 되는 건 아닐까.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자꾸만 애를 쓰는 내 태도, 그 의지와 조급함이 오히려 나를 더 지치게 만드는 건 아닐까."
분명한 건, 더는 힘들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눈 한번 깜빡이면 재정상황이 모두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이 가득하지만 그건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가능할 테니 차치하더라도 힘들고 지치는 이 상황을 어떻게든 바꾸고 싶었다. 하지만 내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 앞에서, 나에게 남은 선택지는 받아들임밖에 없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다. 사실상 항복이었다. 계속해서 떠밀리다가 막다른 길에 도달한 상황, 더는 발버둥 칠 힘도 의지도 없는 상황.
이러한 결론에 도달하고 나니 생각이 이렇게 들었다.
"바꿀 수 없고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거스르려고 하지 말고, 온전히 통제할 수 있는 내 마음과 의지와 욕구만 바꾸면 되는 것이 아닌가."
당장 해결되지 않더라도, 그럴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이어가며 기다리는 것. 그것이 지금의 나에게 주어진 유일한 선택지라면, 받아들여보려고 한다.
불가역적인 상황을 통제하려는 것도 힘들고 지치지만 그 반대 역시 어려운 일이다. 해결책이 마땅치 않다고 마냥 지켜만 보고 있는 건 상당히 어색하고 동시에 두렵다. ‘내가 이렇게까지 가만히 있어도 되는 걸까?’ 하는 불안, ‘이대로 아무 일도 바뀌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조급함이 자꾸 올라온다.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으면 내 선택이 무기력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예전의 나처럼 다시 통제하고 싶어진다. 방향을 만들고, 해답을 찾고, 움직이고 싶어진다. 그래야만 살아 있는 것 같으니까.
하지만 그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이 착각이고 허상이라는 것을 잊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려고 한다. 아르바이트 자리를 계속 알아보고, 과외학생도 계속 알아보고, 수업에도 집중하는 것. 글을 어떻게 쓸지 고민하고 구상하고 문장을 쓰고 다듬고 깎아나가는 것.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내 능력 안에서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지금 내가 진짜로 할 수 있는 건, 그렇게 하루하루를 넘기는 일뿐이다. 대단한 성취도, 드라마 같은 반전도 없겠지만, 그저 눈앞의 물 한잔에만 집중하는 것. 그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