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1월 마지막 주
고대영 글, 김영진 그림의 <칭찬 먹으러 가요> 책은 청소년이 어린이였을 때, 마르고 닳도록 읽은 책이다. 두 작가의 그림책이 마치 시리즈처럼 꾸준히 나왔고, 8권을 정말 많이 읽었다. 자동차 책 이후로 가장 많이 읽은 듯하다.(참고로, 자동차 백과사전은 2년 정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읽은… 뭐 그런 책이었다.)
‘칭찬 먹으러 가요’ 제목은 내 시선에서 살짝 오글거리는 문장이다. 칭찬을 얻기 위함이 마치 잘 보이기 위함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나는 이 제목이 별로 끌리지 않는다. 문장 속에서 내용을 짐작할 수 있듯이 아이들이 칭찬을 받기 위한 어떤 행동이다. 그림의 배경에 단풍잎이 보이는 것으로 유추한다면, 아이들이 산에 갔을까? 정도?(하하하) 그렇다면 내용은? 어느 날, 아빠가 산에 가자고 얘기한다. 아이들은 힘들고 귀찮지만 억지로 따라간다. 엄마 아빠 따라 간 산 길은 생각했던 것처럼 오르막에 숨도 차다. 더구나 편식쟁이인 누나는 오르기 싫어 툴툴 거린다. 그것도 잠시, 지나가는 어른들의 칭찬 한마디. 어른들이 기특하다는 말과 예쁘다는 말 등 아이들을 볼 때마다 인사도 해주시고 칭찬도 덤으로 해주신다. 힘들고 지치지만 어느새 칭찬을 들으며 한걸음 한걸음 걷고 있다. 발걸음도 점점 가볍다. 귀찮고 힘들어서 억지로 따라왔더니 이런 기쁨이 있을 줄 몰랐고, 내려와서 먹는 음식은 꿀맛이었다. 칭찬도 먹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산을 다음에 또 온다는 말이 절로 나오며 이야기는 끝맺는다.
‘칭찬’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필요한 말이다. 아이들처럼 칭찬을 듣는 경우가 극히 드물어서 어색할 지경이다. 칭찬을 들을 수 있는 경우는 어떨 때인가 생각해 보면 대부분 결과에 대한 칭찬이다. 과정에 대한 칭찬은 더 듣기 어렵다. 취미생활을 하고 운동을 하게 되면 나 스스로에게 칭찬을 하기도 하지만, 가끔 어쩌면 종종 같이 하는 사람들에게 칭찬을 들을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 그 맛에 살아갈 힘이 생길지도 모르고.
이번 주를 둘러보니 칭찬하는 목소리들이 떠오른다. 오랜만에 민화 화실 목요일반에 갔고, 금요일 야생화 그리기 동아리에 갔다. 화실 목요반은 10년쯤 그림을 그리고 계시는 고수들이 모여 있는 반이다. 들어서자마자 대작들을 하고 계신 회원들을 지나 자리를 잡는 순간이 숨 막힌다고 해야 할까. 목요반에 못 올 거 같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꽉 찬 그림들 사이로 여백이 많은 제 그림을 펴기가 쑥스럽다고 말했다.(하하하) 나는 한 번 앉으면 엉덩이를 잘 떼지 않는다. 다른 회원들이 다니며 남의 그림을 보며 감탄하고 쉴 동안에도 나는 잘 일어나지 않는다. 예전에 도자기 그릇을 만들 때, 선생님이 전공자 같다고 했다. 3, 4시간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일(?)을 해서. 그런 행동이 그림 그릴 때도 나오는 편이다. 회원들이 내 자리로 다가와 그림 그리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꼼꼼하다고 말씀해 주신다. 내가 꼼꼼하다고 생각하며 산 적 별로 없어 속으로 제가요? 하고 반문하고 싶지만, 10년이 넘은 전문가들이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가만히 듣고 있는다. 그리고 고맙다고 말한다.
금요일 야생화 그림 그리는 시간에도 일정 시간이 흐르면 다른 사람들 작품 보러 가야겠다 하며 쓱 일어나시는 회원이 있다. 나는 이 시간이 가장 좋더라, 다른 사람들 그림 보면 힐링이 돼, 하시며 느긋하게 다니신다. 그러면 다른 분들도 한 명씩 일어나 그림을 보러 다닌다. 나는 똑같다. 내 곁에 와서 그림 잘 그린다 말할 때도 쑥스러워 그렇냐고, 아니라고 말한다. 몇몇의 회원들이 다녀가면 나도 슬슬 정리할 때가 온다. 정리하면서 보이는 다른 분들의 그림들. 슬쩍 지나가면서 ‘쌤, 진짜 잘 그리시네요.’ 하면서 그제야 놀란다. 같은 그림이어도 붓을 쥐는 손의 힘이나 색의 비율에 따라 그림이 조금씩 다 달라 하나도 똑같은 그림이 없다. 나름의 멋이 모두에게 있다. 그 멋들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하지만 내 그림이 초라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 생각이 들라치면 어김없이 회원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쌤은 잘 그리면서 그런 말 한데이.” 아차차 하는 순간이다. 자신의 그림이 최상이라고 생각하며 그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만족하면 그뿐이다. 내 그림의 만족감이 다른 사람들보다 엄격한 편일까. 아직 그림을 그리며 반하게 만족할만한 적이 없다. 언제쯤 만족스러운 그림을 만날까 하는 마음이다. 그림에 자신이 없다고 하면서 아직 손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도 이 시간들에 들려오는 칭찬의 소리들 때문이겠지. 잘 그렸다. 색감이 좋다. 밑그림 잘 딴다 등의 문장들을 들을 때면 순간 오글거린다 싶다가도 두고두고 생각이 난다. 잔상처럼 모습과 소리가 기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