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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테비 Mar 13. 2024

완벽한 날들(속초 독립책방)

독립책방 방문기

인스타에도 블로그에도 브런치에도 속초 여행 이야기를 적고 있다. 나와 이 세 군데 모두 이웃인 사람들은 질리겠다. 브런치에는 정보성 글을 적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 글은 정보성 글이 될 수도 있겠다. 내 여행의 한 페이지인데 말이다. 최대한 정보를 빼고 적어보자.


각자 여행 스타일이라는 취향이 있을 테다. 언젠가부터 책 중심의 여행이 되었고, 2020년(?) 코로나19 1년 차에 제주도로 가족 여행을 가면서 요가가 책과 함께 붙었다. 나는 여행 갈 때 책방, 요가원을 끼워 넣는 편이다. 여행지에서 하는 요가는 차차 올릴 기회가 있길 바란다. 요가가 아닌 책을 곁들이는 여행의 한 장면이다.


지난주 목, 금 속초에 방문했다. 속초는 예전부터 가고 싶었다. <우리는 책의 파도에 몸을 맡긴 채> 책을 읽진 않았지만, 책방 사장님들의 추천 책으로 한동안 많이 올랐다. 이 책으로부터 ‘동아서점’을 알게 되었고, 단골 책방 사장님도 다녀온 후 책방을 추천했다. 이후에 ‘앳눈북스’에서 진행한 ‘원화 전시회’를 동아서점에서 열었다. 책 제목을 까먹었는데, 그 책을 재미있게 봤기에 가보고 싶었지만, 먼 거리 때문에 엄두를 못 냈다.

속초 동아서점 김영건 에세이 : 우리는 책의 파도에 몸을 맡긴 채-표지가 어쩜 이리 예쁘냐

거리 문제로 망설이다 찾아낸 대구에서 속초까지 직행으로 가는 시외버스 발견. 이 버스 덕에 속초 여행을 마음먹을 수 있었고, 1박 2일 머물렀다. 운 좋게 속초를 안내해 주고 소개해 주는 지인이 있어서 마음 편히 다녀왔다. 내 취향을 아시기에 1박 2일 서점 방문이 끼어있었다. 3군데 책방을 다녀왔고, 오늘은 ‘완벽한 날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속초 책방,완벽한 날들-소호거리였던가? 이 골목에 뭐가 많았다. 날씨가 나빠서 그렇지.
문을 열고 들어가면 보이는 서점 전반적인 모습
굿즈도 있다
계산하는 곳. 여기도 정기구독 서비스 하네. 포스터로 정기구독을 알리는 모습에 많이 신청하길 바라는 마음도 든다. 광고는 대놓고 해야 한다.

속초 여행 둘째 날, 찬 바람이 쌩쌩 불어서 걷는데 코가 빨개질 지경이었다. 언 몸이 실내에 들어가면 녹는 냉탕과 온탕의 반복이었다. 완벽한 날들도 들어가자마자 따뜻해서 마음이 확 풀어졌다. 전날 방문한 서점 두 곳은 어릴 적 동네에 있던 규모가 큰 서점이 맥을 이어온 분위기였다면, 여기는 요즘 유행하는 독립서점의 전형이다. 쑥스러워하는 사장님과 손님 한 명 없는 적막함. 독립서점을 처음 방문했을 때 공기가 차갑게 느껴져 들어가기 망설여졌고, 쭈뼛쭈뼛하다가 그냥 나왔다. 지금은 핸드폰 카메라에 SNS에 낯선 공간에 들어가도 나 자체가 외부인임을 인정하며 카메라로 공간을 보기 바쁘지만.


그러나 꼭 알아두시길. 공간을 찍는 건 괜찮지만, 책 하나하나 상세히 찍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걸. 아니면 사장님께 사진 찍어도 되는지 꼭 물어보시길! 현물로 보는 책이 마음에 들어 사진을 찍어도 구입으로 연결되지 않는 점도 문제지만 사진 찍고 온라인으로 사는 손님이 많아, 책방으로서는 난감하다. 어떤 사람들은 마치 책을 구입한 것처럼, 혹은 읽은 것처럼 올릴 때 사진을 쓴다고 하니 저작권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는 행위다. 그러니 꼭 유념해두길 바란다.

책 사진은 구매 후 올려요 : 대전, 다다르다책방에서 찍은 사진

독립서점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했지만, 나는 따뜻한 분위기의 서점을 좋아한다. 나무색이 진열대가 주는 아늑하고 편안함. 완벽한 날들도 나무로 된 진열대가 있고, 중앙 평대가 있다. 평대가 있으면 눈이 거기에 집중된다. 주력하는 책을 올리시는지 물어보지 않았지만, SNS에서 자주 보이는 책 위주로 놓여있다.

 

독립서점의 장점은 북큐레이션이다. 비슷비슷한 책방 사이에서 우리 책방만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꼭 큐레이션이 필수라고 생각하고 몰두하지 말자고 2020년(?) 경기서점학교 아독방(아직독립못한책방) 사장님이 말했다. 어떤 책방은 독특한 큐레이션이 보이기도 하지만, 독립 책방이라고 독립 출판물이 중심이 아닌 곳도 있고 자칫 비슷해 보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다니다 보면 보인다. 내가 다닌 여러 책방 중 큐레이션 말고 책방을 잘 꾸몄다고 느낀 곳은 홍대에 있는 ‘땡스북스’다. 책이 많아서였는지 매우 오밀조밀하다. 독서모임 책을 알리기 위해 책장 한 칸을 비워두는 연희동 ‘초콜릿 책방‘도 기억에 남는다. 책장 한 칸 비워놓기 쉽지 않을 테니.

나의 비거니즘 만화를 비롯해 동물노동 등 익숙한 책들이 보인다.

이곳도 노동, 젠더, 동물권 중심의 책장이 있다. 이 주제는 이제 더 이상 낯설거나 우리와 멀지 않아 여러 곳에서 본 책들이 있다. 이러면 여기가 별로 기억에 남지 않을 텐데, 시그니처는 다른 책장이다. 평대는 책이 놓여있다면, 책 표지가 보이게 꽂은 전면 책장이다. 책방 기둥 한 칸에 놓인 전면 책장에 이 일대 어디에 존재하는 지역 출판사가 펴낸 책들이 꽂혀 있다. 이름은 ‘온다프레스’이탈리아어의 파도를 뜻하는 ‘온다’를 넣어 중이적인 의미인 듯하다.

아무래도 속초는 북한과도 가까운 거리여서일까. <북한여행회화> 책이 눈길을 끌었다. 가장 아래에 있는 <아름다움을 만드는 일>에 실린 ‘윌리엄 모리스’ 작품 그림의 삽화가 좋아서 구매하려다가 내용이 심오해서 도로 놓아두었다. 내가 고른 책은 <일기, 황정은>이다. 여담으로 얘기하자면 <일기>는 집으로 오지 않았고 다음 일정 중에 만난 지인에게 선물했다. 책에 ‘속초에서 온 책’이라는 문구까지 넣어서.

<일기, 황정은> 책 오랜만에 봐서 구입했다. 얇기도 해서.

  

여기 공간에서 커피를 마셔도 좋겠다 했지만, 너무 조용하고 추운 몸이 녹으며 졸음이 쏟아질까 다른 곳에서 커피를 마셨다. 커피 마시는 탁자가 컸지만, 자리가 많지 않다. 아마 근처 마실 곳들이 많아서 그럴지 모른다.

벽쪽 두 자리, 공용테이블, 낮은 3인 테이블. 허전하지 않게 벽을 장식해 놓았다. 공용테이블에서 책모임 하기 좋겠다.

속초에 간다면 ‘완벽한 날들’에서 책을 구입해 여기서 잠시 책을 읽거나, 근처 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여행 중 한숨 돌려도 좋겠다.


정보성 글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책방 소개다 보니 정보성은 피할 수 없다. 매거진의 역할이 이렇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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