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8.22
"8월의 온화한 회색빛 저녁."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 중 <두 건달>에 나오는 구절이다.
내가 딱 좋아하는 여름밤의 정경이다. 밤이라기보단해질 무렵, 약간의 바람이 더해지면 공기. 혹시 조금 전 소나기가 지나간 후라면 더 좋은 맑게 갠 하늘.
저녁 산책을 못해 아쉬운 요즘 생각나는 여름 냄새다.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져 참 좋은데, 해가 진 뒤 집 밖으로 한 발자국 나가기만 하면 대체 어디 숨어있다 나오는 건지 모기들이 웽 하고 달려든다. 산 옆에 사니 감수해야 하는 게 벌레라지만 자꾸 들러붙는 모기를 쫓아내려 손바닥만 펄럭이다 결국 포기하고 집으로 들어와야 한다. 한동안 저녁 놀이터를 즐기던 아이들도 못나가겠다는 말에 실망하며 눈꼬리를 내린다.
오늘은 비가 온다. 아직은 후덥한 비인데 이 비가 지나면 가을이 더 가까이 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