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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떤 숨 Aug 23. 2023

올해 첫 포도

2023.8.23

올해 첫 포도를 샀다. 어릴 땐 엄마가 한 박스씩 사다 베란다에 놓고 종이껍질에 싸인 포도 한 송이씩을 꺼내 씻어먹곤 했는데, 요즘은 그렇게 두고 먹어본 적이 없다. 엄마가 대학 시절, 복학생이던 아빠가 포도를 한 알씩 따와 씻어온 걸 보고 ‘아니 적당히 씻으면 되지, 저게 뭐야. 포도 한 번도 안씻어 봤나. 저런 남자는 누가 같이 살려나’ 했는데 엄마가 결혼했단 얘길 들은 적 있다. 그 얘길 들으며 “왜? 알알이 씻고 좋잖아.” 대꾸했던 딸내미는 어느새 나이 먹어 지 애들 포도를 씻어주는 아줌마가 되었다. 그 아줌마 역시 포도를 물에 담가두고 과일 세척제나 베이킹 소다를 풀어놓고도 뭔가 찜찜해서 한 알 한 알 따서 씻는 일이 종종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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