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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떤 숨 Aug 11. 2023

매일이 똑같아도 괜찮아


매일 비슷하지만 그래서 안심이 되고 감사한 게 “일상”이다. 특별한 것 없이 반복되는 매일. 


아침이면 더 자고 싶은 삐거덕거리는 몸을 일으켜 커튼을 걷고 물을 마시며 하루를 시작한다. 아, 보통 누운 채 블루투스로 라디오를 켜 집안에 음악을 채운다. 이제 제법 오래된 이 습관은 여행에 가서도 이어져 아침이면 라디오앱을 켜두곤 한다. 


일어나 아이들 방에 가서도 커튼을 걷어 아침 볕이 들어오게 해주고 잘 잤는지 얼굴을 쓰다듬어 준다. 그리고는 분주함 시작이다. 아침 먹고 씻고 두 아이들을 각각 학교와 유치원에 보내고 작업실에 간다. 때때로 도서관에 들르기도 하고 장을 보러 가기도 하지만 이 또한 “동네”라는 일상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고보면 “일상”에서 공간이 차지하는 부분이 참 큰 것 같다. 익숙한 그 공간을 벗어나는 것이 여행이고 일탈이고 특별한 것이 되니. 


작업하는 시간 역시 매일이 비슷하다. 유리를 자르고 갈고 다듬고. 가마를 채우고 어느 날은 소성하고 또 다음 날은 구워진 것들을 빼고. 


그리고 보통 오후 3시부터는 하루의 2부 시간으로 넘어갈 준비를 한다. 유치원에 있는 둘째를 데리러 가고 첫째도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이 다가오니. 그렇게 세 모녀가 집에 돌아와서부터는 다시 집의 시간이다. 부엌과 거실을 오가는 휴식과 충전의 공기들. 일단 집에서 입는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는 것부터 몸과 마음의 쉼이다. 


저녁에 큰 아이가 물었다. 

“엄마 왜 사람들은 집을 좋아할까?” 

“글쎄, 편안하니까?” 

”맞아. 내가 좋아하는 건 집에 다 있어.“

아이의 말에 순간 저릿한 행복을 느낀다. 집이 좋고 편안하다는 것이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당연한 일이 아님을 아니까. 


아이들을 씻기고 재우고 나면 찾아오는 느른한 적막감. 무사히 하루를 보낸 것에 안도하는 마음. 

그렇게 나의 하루가 반복되며 일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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