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체험학습을 가는 날인데 하늘색이 어제와 다르다. 구름이 옅게 흩어져 있어 예쁜 하늘빛이 보이지 않는다.
-쨍하면 애들 덥겠지. 이런 날이 야외활동 하기 딱이야.
나름의 긍정적인 이유를 찾는다.
매사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했고 지금도 그렇다. 후회가 남는 나의 선택과 판단일지라도
-다 이유가 있을 거야. 다른 선택을 했다면 더 좋지 않은 결과를 맞닥뜨렸을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며 씁쓸함과 후회를 애써 감추려고 했다. 그런데 사실 그렇다. 결국은 다 삶의 방향이 되었고 고리타분하지만 교훈이 되었다.
결론적으로,
살면서 어떤 선택을 하든, 씁쓸함과 후회가 남을 수 있고 이미 지난 일들을 붙잡고 괴로워하지 말고 내 삶으로 받아들이고 가야 한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고 있다.
현장학습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올 시간이 되니 하늘이 다시 맑아진다.
버스에서 내려 선생님의 인솔 아래 교문으로 나오는 아이의 신발이 하얗다. 어? 까만 운동화를 신고 갔는데? 아이는 체험학습 갈 생각에 너무 신이 났었나 보다. 운동화를 학교에 벗어둔 채 실내화를 신고 다녀온 거다. 맙소사
학교 앞 놀이터에 2차 소풍이 시작되었다. 체험학습을 마치고 온 아이들이 가방에서 개인 돗자리를 꺼내 펼쳐놓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남긴 도시락과 간식을 먹는다.
아이 도시락을 열어보니 반 이상 남겨왔다. 너무 오랜만에 도시락을 싸다 보니 양 조절을 잘 못하긴 했다. 친구들이랑 나눠먹으라고 김밥도 한 통 더 싸고 귤도 6개를 넣어주어 가방이 엄청 무거웠겠구나.
배고플 텐데 남은 것 좀 먹으라고 해도 노느라 바쁘다. 결국 한 시간 놀이터에서 놀고 집에 가서 남은 김밥을 맛있게 먹었다.
남은 김밥은 희한하게 더 꿀맛이다.
아이의 도시락으로 김밥을 쌀까, 볶음밥을 할까 고민하다가 볶음밥을 김밥으로 돌돌 말았다.
가끔은 이처럼 기가 막힌 선택과 판단을 할 때가 있다.
그래서 오늘은 행복한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