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 뒤라 아침 하늘도 구름이 많다. 그래도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인다. 오늘은 맑을 거라 했지.
푸른 하늘을 오랜만에 만났다.
여전히 예쁘구나, 너!
나는 요즘 손톱을 기르고 있다.
원체 손가락이 길지 않고 손톱도 둥글넓적해서 늘 짧게 자르고 다닌다. 그러다가 아주 아주 아주 아주 가끔은 예쁘게 손질하고 색을 입힌 손톱 끝이 닿지 않게 손가락 끝으로 휴대폰 버튼을 누르는 모습에 대한 요상한 로망이 생긴다. 그럴 때 손톱을 기른다. 물론 손톱 기르기는 늘 실패로 끝났다. 손끝이 답답하고 손톱이 얇고 약해 어느 순간 찢어진다. 이불을 들다가 뒤집어지면 눈물 찔끔 나게 아프다.
요번엔 손톱 상태가 좀 괜찮다. 그간 섭취한 영양분이 뱃살과 손톱에 집중적으로 향한 것일까? 손톱이 제법 튼튼해져 있다. 이번엔 성공해서 예쁘게 색을 칠해봐야겠다.
6살쯤이었던가, 아이가 손톱을 입으로 뜯기 시작했다. 바짝 뜯어서 손끝이 빨갛게 되기까지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안 하길래 안심을 하고 있었다.
아이의 손톱을 깎아주려고 하는데 손톱이 짧아 깎을 게 없다. 언제부턴가 다시 손톱을 조금씩 입으로 뜯고 있었던 모양이다.
-왜 자꾸 손톱을 뜯어먹어.
아이의 한마디가 더 기가 막히다.
-엄마, 나 손톱을 그냥 먹은 게 아니라 정리하면서 먹어.
아이고
아이의 손톱이 다듬은 것처럼 매끈하다.
노안이 온 엄마가 손톱깎이로 깎아주는 것보다 더 예쁘게 입으로 뜯어먹은 것 같다.
그래, 뭐든 깎았으니 됐다. 그치만 다음 주에는 꼭 엄마가 깎아줄 기회를 주길 바란다. 엄마의 손톱 기르기와 아이의 손톱 안 물어뜯기는 모두 성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