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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보 Oct 24. 2021

평양에서 카카오톡 하다!

평양에서 카카오톡 하다!


아침산책을 마치고 우리는 보통강 호텔로 갔다. 인터넷 연결을 위해서다. 방북 전에 “고려링크”라는 곳에서 인터넷 연결이 가능하고 평양에서 카톡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번 방북은 단순한 개인차원의 여행이 아니라 한반도와 세계평화를 위해 북한을 바로 알고, 남과 북을 하나로 잇기 위함이었기에 방북 기간 중 외부 평화운동가들과의 소통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나의 방북 여정에 세계 여러 나라의 한인 평화활동가와 평화 애호가를 초대해 평화를 이루기 위한 우리의 노력의 효과를 증폭시키고자 했다. 이를 위해 샌프란시스코의 평화운동가방북 기간  ‘평양에서 카톡 라이브 하자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평양에서 카카오톡으로  세계 살고 있는 동포 평화 애호가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한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이다. “평양 카톡 라이브 이루기 위해 보통강호텔 로비에 위치한 고려링크에  것이다. 북한에서 유심칩을 사면 무리 없이 인터넷에 접속할  있다.


서양 관광객과 중국인 관광객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나도 줄 맨 뒷줄에 서서 한참을 기다렸다. 드디어, 내 차례다. 심카드를 사서 내 휴대전화에 인터넷을 연결했다. 심카드 구입 비용은 200불. 50GB의 데이터를 받았다. 그 이후에는 250GB당 50불이다. 나는 일단 이날은 기본인 50GB만 구입했다. 이후 추가로 500GB를 구입해 방북 기간 중 300불을 유심칩과 데이터 구입비로 지출했다. 인터넷이 연결되자마자 <한국전쟁 종식을 위한 미주동포 평양 카톡 라이브> 방에 접속했다.


 “굿모닝 여러분! 평양에서 인사드려요!”


나의 평양 도착시각을 알고 있었던 해외동포 평화운동가들은 북에서의 나의 소식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고려링크 보통강 호텔에서 인터넷 연결 성공!” 나는 평양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해외동포들이 있는 단체 채팅방에 소식을 전했다. 미국 뉴욕의 활동가가 바로 답신한다. “평양의 첫날이 시작됐군요!” 이제 곧 평양 교원대를 방문할 예정이어서, 해외동포활동가들이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질문사항을 알려달라고 카톡 메시지를 보냈다. 미국 뉴욕,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인디애나폴리스, 샌디에이고, 독일, 남아공, 한국 등지의 평화운동가들에게서 격려, 응원, 질문이 쏟아졌다.


이후 나는 북한에서 카톡과 텔레그램을 이용해서 실시간으로 미국과 해외에 있는 평화운동가들과 수시로 소통했다. 인터넷 속도는 빨랐다. 한국이나 미국에서 데이터를 사용했을 때와 전혀 그 속도가 차이가 없었다. “평양 라이브” 그 꿈이 실현되었다. 방북 기간 내내 채팅방을 통해 실시간 평양을 중계했다. 채팅방에 “평양의 교사들은 교육과정을 어떻게 짜냐”, '대동강 맥주는 가격이 얼마냐', '장마당은 어떤 분위기냐'라는 질문이 올라왔고 바로바로 답을 하기도 했다.


 평양에서 미국, 유럽, 한국 등 전 세계와 실시간으로 소통한다는 느낌이 아주 흥분되었다. 세계 각 지역의 동포활동가들의 질문, 격려, 응원 등을 받고 소통하고 교류하니까 마치 혼자 여행 온 게 아니라 같이 온 것 같은 느낌도 들고 더 재밌고 신났다. 북도 더 이상 고립되고 은둔된 사회가 아니라 언제라도 조건이 되면 세계 공동체의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엔 평양에서 현지 시민들과 대화하고 소통하는 것을 라이브로 시도하고 싶다.



                                            북한의 인터넷-3세대 이동통신 고려링크


                                                   북한의 인터넷-3세대 이동통신 고려링크



평양시민의 손전화와 앱


인터넷 이야기가 나왔으니 평양의 시민들의 휴대전화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평양 거리 여기저기에서 휴대전화를 들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은 아주 흔하다. 거리에서 바쁘게 걸으며 손전화로 통화하거나 지하철에서 버스정류장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ㆍ통일부ㆍ통계청ㆍ코트라 자료와 월스트리트 저널(WSJ) 등 주요 외신의 보도를 종합하면 북한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인구는 40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북한 인구(2560만 명)의 15.6%가 스마트폰을 쓰고 있는 셈이다. 스마트 폰은 이미 북한 주민의 생활 일부로 자리 잡고 있는 듯 보였다.


인터넷이 연결되고 한국과 미국에 있는 가족에게 나의 안부를 전했다. 평양에 잘 도착했고 즐겁게 여행하고 있다고. 그런데, 가족이 얼른 돌아오라고 계속 SNS 메시지를 보내왔다. 미사일 때문에 난리라고. 그래서 가족이 보낸 메시지를 안내원에게 보여줬다. 안내원은 자신의 스마트폰의 앱을 열어 <노동신문>을 보여주었다.


“뭐 그런 걸 신경 쓰십네까. 일 없습네다. 안심하시라요.” 일상적인 군사훈련을 하는 거라고 했다. 사실 평양은 고요했다. 지난 7월 31일부터 8월 7일까지 북한은 총 3번, 미사일과 방사포를 쐈다. 내가 평양에 머물렀던 시기다. 나는 평양에서 이 소식을 안내원의 로동신문을 통해 접했다. 북한의 발사체가 남한을 향한 경고라는 보도를 읽은 한국에 있던 부모님과 미국에 있는 가족에게서 메시지가 쏟아졌다. 가족들은 이런 시기에 북한에 있으면 위험하다며 나에게 돌아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평양의 일상은 고요히 흘러갔다. 북한에선 자신들의 무기를 테스트하는 거라고 했다. 미국과 남측이 북을 상대로 전쟁연습인 한미 군사훈련을 하기에 이에 대한 북측의 대응이라고 안내원은 전했다. 대동강 주변에서 배드민턴을 치는 평양시민, 버드나무가 드리워진 평양 거리를 산책하는 연인, 거리에서 빙수를 즐기는 사람들… 북녘 동포의 일상은 계속되고 있었다. 정말 전쟁을 일으키려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나중에 북의 교원과 대화를 할 시간이 있었는데, 한미 군사훈련기간 동안에 그는 미국이 북을 침략할까 봐 공포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나, 안내원이나 운전기사, 교원, 내가 만난 북녘 동포 그 누구에게서도 남한을 향한 비난을 듣지 못했다.


북한의 스마트폰은 어떨까? 너무 궁금했다. 안내원의 허락을 구해 이것저것 앱을 열어 보았다. <공세>라는 앱을 여니 <로동신문>과 다른 언론매체 앱이 보였다. 오락과 도서에 게임 앱도 여러 개 있었다. 북한동포들도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정보를 검색하고 인터넷신문을 본다. 젊은이들이 블루투스를 귀에 꽂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습도 종종 보았다. 세계 다른 나라의 시민들처럼 21세기 정보화 시대의 테크놀로지를 사용하며 일상을 산다. 서울의 시민이나 보스턴의 시민처럼 평양의 시민도 다른 공간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매일을 살고 있다. 북녘 동포의 일상을 알고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한반도에 평화를 만드는 첫걸음이 아닐까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가슴으로 받아들이는데서 평화는 시작된다.



                                                            북한의 스마트폰 앱



일본 상품 불매운동을 지지하는 로동신문 논평


2019년 8월 4일  오전 9시 40분 평양에서 카카오톡이 터진다.  전세계 해외 동포들로부터  메시지가 들어왔다, 김일성 광장의 모습을 카카오톡을 통해 유럽, 미주, 아프리카, 한국 등지에  전송했다. 8월의 뜨거운 태양만큼이나 그들의 반응도 뜨겁다. 프랑스에 사는 동포가 다음 행선지가 어디인지 묻는다.  


                                 일본 상품 불매운동을 지지하는 노동신문 논평-로동신문 앱



방북 기간 동안 안내원은 자신의 휴대전화를 나에게 보여 주며, 나라 안팎의 소식을 알려주었다. 김책공대 출신인 안내원은 최첨단 테크놀로지에 밝은 듯했다. 그는  손목에 나에게도 생소한 블루투스 스마트 워치를 차고 있었다. 자신의 스마트폰과 연동해 만보계, 혈압계, 체온계 등으로 건강관리를 위해 사용한다.


안내원은 수시로 휴대전화를 통해 <로동신문>을 읽는다. 작년 8월 , 한일 무역분쟁이 뜨거웠다. 일본의 무역보복 정책에 대응하여  남측에서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일본 상품 보이콧 운동을 전개하였다. 카톡 라이브 방의 해외동포들은 북측에서는 일본의 무역보복 정책에 대해 뭐라 말하고 있는지 궁금해했다.  해외동포들의  질문을 안내원에게 전하였다.


안내원은 <로동신문>의 기사를 내게 보여 주었다. 기사는 ‘남측의 각계각층의 시민들과 지방자치단체들도 일본 상품 불매 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음’을 알리고  시민단체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일본의 무역보복 정책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상세히 보도하였다. 그리고 이를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내용이었다.


다음은 <로동신문> 기사의 일부이다.

“남조선의 각계층 단체들은 반일련대투쟁기구인 아베규탄시민행동을 결성하였다.... 남조선의 지방자치단체들도 투쟁에 나서고 있다.... 과거 죄악에 대한 사죄와 배상은 고사하고 도적이 매를 드는 격으로…”


일본의 무역보복에 대해  ‘도적이 매를 드는 격’이라고 한 북측 특유의 비유가 정곡을 찌른다. 대일 문제에 있어 우리는 공동운명체일 수밖에 없다. 북측은 남측의 일본의 경제보복조치에 맞선 일본 상품 불매운동, 성명서 발표 등을 상세하게 알리며 적극적인 지지 표명을 하였다.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이 된 평양시민의 모습에서 21세기를 살아가는 세계시민의 모습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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